제4이동통신사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5G 주파수 28GHz 사업권을 따낸 스테이지엑스가 이동통신시장의 메기가 돼 과점시장 생태계 변화를 이끌 수 있을까요. 아니면 막대한 투자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통신3사 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로 끝이 날까요. 스테이지엑스가 통신비 인하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제4이동통신사가 왜 중요한지 설명해드리겠습니다.
5G 신규 이동통신사, 그게 뭔데?
이동통신사는 통신망을 운영하는 회사를 말합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31일 스테이지엑스라는 회사를 5G 28GHz 신규 이동통신사로 지정했습니다. 5G는 크게 3.5GHz 대역과 28GHz 대역으로 구분됩니다. 이 중 스테이지엑스는 28GHz를 독점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아직 자체 통신망이 없어 진정한 의미의 이동통신사는 아니지만, 스테이지엑스는 이를 시작으로 제4통신사가 되겠다고 선언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이용자한테는 뭐가 좋은 건데?
통신시장 과점 구조에 흠집이 갈 수 있습니다. 통신시장은 ‘5:3:2’로 불립니다. SKT·KT·LG유플러스의 점유율을 말하는 건데, 이들이 과점 구조를 형성하고 ‘고인 물’에서 이용자에게 폭리를 취한다는 비판적인 뜻으로 사용되는 말입니다. 실제 통신사들은 경쟁구도이지만 요금제 가격과 구성에 큰 차이가 없습니다. 각종 입찰에서 사업자들이 담합해 과징금이 부과된 사례는 심심찮게 발견됩니다.
그래서 스테이지엑스를 ‘메기’라고 부르는 보도가 많습니다. 수족관에 메기(스테이지엑스)를 풀어 다른 물고기를 긴장시키는 메기처럼, 통신시장의 경쟁이 활성화되리라는 기대감이 섞인 표현입니다. 제4통신사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은 거의 없습니다. 무슨 방법이 됐든, 통신3사만 있는 시장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건 공통적인 의견입니다.
스테이지엑스, 메기 될 수 있나?
결론적으로, 힘들 것 같습니다. 스테이지엑스는 몸집이 작습니다. 28GHz주파수를 감당하기도 벅차 보인다는 게 업계의 평가입니다. 스테이지엑스가 할당받은 주파수 대역인 28GHz는 통신사들이 사용하는 대역(3.5GHz)보다 속도는 빠르지만, 비용이 많이 듭니다. 주파수가 멀리 가지 못하고 유연하지 못하기에 기지국이 더 많이 필요합니다. 이는 곧 비용으로 연결됩니다.
업계에선 기지국 구축에만 1200억~1800억 원이 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른 시스템 구축까지는 1조 원 이상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대기업인 통신사들도 28GHz를 대중화하지 못했는데, 스테이지엑스가 나아갈 길은 험난하기만 합니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장은 미디어오늘에 “기존 통신사들도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해 포기한 주파수인데,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요금제를 내놓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지출을 감당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했습니다.
통신비는 좀 줄어들까?
단기적으로 봐도, 장기적으로 봐도 가능성이 낮아 보입니다. 통신비를 결정하는 요인은 여러 가지이지만, 규모의 경제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회사에 돈이 많아야 이익을 덜 보면서 이용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가격 경쟁을 할 수 있습니다. 스테이지엑스는 기지국을 세우기 위해 막대한 투자금을 쏟아야 하는데, 여기에 더해 저렴한 요금제를 출시할 만큼 몸집이 크지 않습니다.
신한투자증권·인텔리안테크놀로지스·야놀자·NH투자증권 등이 참여한 컨소시엄의 확보 자금은 8000억 원 수준으로 예상되는데, 통신 3사와 경쟁에 뛰어들기엔 충분하지 않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결합상품·제휴 혜택으로 무장한 통신사에게 비교우위를 가지기 쉽지 않습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5일 백브리핑에서 “기존 통신사 설비 등을 폭넓게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자금력에 대한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28GHz 사용할 수 있는 휴대폰은 있어?
현재로선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삼성·애플은 미국에선 28GHz용 단말기(휴대폰)를 출시했지만, 이는 1위 사업자인 버라이즌이 28GHz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죠. 삼성전자는 국내 출시한 갤럭시 S24 시리즈엔 28GHz를 사용할 수 없게 했습니다. 과기정통부가 2일 삼성전자에 전용단말기 출시를 요청했지만, 시장에 나오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스테이지엑스는 대만계 회사들과 협의해 단말기 출시를 논의하겠다고 하지만, 이들이 한국에서 삼성전자의 아성을 넘어서긴 쉽지 않습니다.
제4통신사, 이번이 처음이야?
정부는 통신비 인하를 목표로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제4통신사 허가 심사를 7차례 진행했고, 모두 사업자의 재정적·기술적 문제로 무산됐습니다. 심사 때마다 △주요 주주 재무 상태 △자금 조달 계획 불확실성 등 재정적 문제가 거론됐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재정 능력’이 심사 항목에서 빠졌습니다. 2019년 기간통신사업이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뀌면서 허가심사 관련 규정이 사라졌기 때문인데, 주무 부처인 과기정통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면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2일 성명에서 “천문학적으로 소요되는 자본 조달이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5일 “재무 건전성이 좋은 기업이 들어오면 금상첨화이겠지만, 스테이지엑스가 책임을 지고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것이라고 믿고 있다”며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스테이지엑스는 어떤 회사야?
스테이지엑스는 이번 사업을 따내기 위한 연합체(컨소시엄)로 보면 됩니다. 핵심은 알뜰폰·로밍 사업을 하던 스테이지파이브입니다. 원래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소유한 카카오의 계열사였지만, 지난해 12월 카카오가 지분을 매각했습니다.
재무구조에 대한 논란도 있습니다. 2022년 기준 스테이지파이브의 영업손실은 55억 원,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1657억 원으로 자본잠식 상태입니다. 이 때문에 이번 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지배적이었죠. 이에 대해 스테이지파이브는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회계 기준을 바꿔 자본총계가 낮아졌을 뿐, 실제 자본잠식 상태는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나 일반회계기준을 적용해도 스테이지파이브의 2022년 자본총계는 전년도 대비 55억 원 감소한 232억 원으로, 기존 통신사와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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