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자동차 업계 중요 키워드 중 하나는 바로 ‘보급형 전기차’다. 국산·수입 완성차 업계가 전기차 시장 성장세 둔화를 극복하기 위해 가격을 낮춘 보급형 전기차를 올해 다수 출시하겠다고 말한 바 있기 때문이다. 3000만원 안팎의 ‘가성비 전기차’로 고객 선택지를 넓히고 전기차 대중화를 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스텔란티스코리아는 지난달 30일 푸조 순수 전기차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2008’의 환경부 주행거리 인증을 완료했다. 올해 들어 소형 전기차에 대한 첫번째 환경부 인증이다. 볼보자동차코리아도 지난해 연말 소형 전기 SUV EX30의 사전계약에서 1000대 이상의 실적을 올렸다. 올해 상반기에는 차량 인도에 나서며 연간 2000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다.
국내 완성차업계도 보급형 모델로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선다. 올해 상반기 출시를 앞둔 기아의 중소형 전기차 SUV ‘EV3’는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탑재한 첫번째 소형 모델이다. 현대차도 하반기 경형 SUV ‘캐스퍼EV’가 출격을 기다리고 있다. 기아 레이EV에 썼던 비교적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기반으로 한 시스템을 탑재해 합리적 가격이 무기다.
다만 문제는 정부가 올해 전기차 보조금 개편을 예고하면서 문제가 꼬이고 있다. 전기차 보조금을 큰 폭으로 삭감하면서 전기차 보조금은 승용 350만원에서 200만원, 화물 55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일괄, 대폭 줄어들 예정이다. 특히, 화물 전기차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지난 해 대비 63% 넘게 감소할 예정이다. 화물 전기차 감소율은 일반 소형(약 8.3%), 경형(약 22.2%) 대비 지나치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전기차 보조금이 승용·상용차(화물 트럭) 등 관계없이 줄어 전기 상용차 판매 추이와 경쟁력을 갖춘 전기차 출시를 늘리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전기차 보조금은 소비자 선택의 폭을 좌우할 뿐 아니라 진입장벽 자체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더욱이 올해 보조금 개편안의 특징 중 하나는 배터리 에너지 밀도에 따른 보조금 차등화 방안이다. 이는 보급형 전기차의 주요 배터리 원료인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보다는 삼원계 배터리(NCM) 배터리에 더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리튬인산철 배터리는 삼원계 대비 상대적으로 에너지 밀도가 낮은 반면 보다 안정적이면서 무엇보다 저렴하다는 점에서 보급형 전기차의 핵심 부품이다. LFP배터리를 지목해 전기차 보조금을 삭감하면 전기차 선택의 폭은 좁아지고 진입장벽은 크게 높아진다. 보급형 전기차를 출시하기로 했던 브랜드들은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이미 올해 선보이기로 했던 기아 EV4는 출시 일정을 내년으로 연기한다는 후문이 돌 정도다.
산업과 환경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전기차 보조금을 개편한다지만 안전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전기차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의 선택을 제한한다면 옳은 방향으로 볼 수 없다. 심지어 중국과의 무역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접근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현명하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시기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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