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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 톱5 순위 요동…해외사업·R&D 투자가 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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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 산업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제약·바이오 업황 부진에도 주력 블록버스터급 의약품이 선전하며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연구개발(R&D) 투자와 기술수출 등 성과에 따라 성적 편차가 더 커졌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굳건하던 제약 ‘빅5’ 지형도 변화가 감지된다.

◇제약 ‘톱5’ 녹십자 제외 사상 최대 실적 예상

국내 주요 제약사들은 31일 녹십자를 시작으로 내달 초까지 연이어 2023년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특히 국내 톱5 제약사로 꼽히는 유한양행, GC녹십자, 종근당, 한미약품, 광동제약 실적도 공개됨에 따라 순위 변동에 관심이 쏠린다.

톱5 업체 중 녹십자를 제외한 4개 기업은 모두 전년 대비 실적 성장이 예상된다. 특히 두 자릿수 매출, 영업이익 성장을 거두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유한양행의 지난해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실적 예상치 평균)는 연결기준 매출 1조9022억원, 영업이익 649억원이다. 2022년과 비교해 매출은 7.1%, 영업이익은 80.2%나 늘 것으로 예상된다.

종근당, 한미약품, 광동제약 역시 업황 부진에도 두 자릿수 성장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종근당의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1조6427억원, 영업이익 2320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10.3%, 83.3% 성장이 예상된다. 지난해 한미약품은 매출액 1조4690억원, 영업이익 21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3%, 34.7% 늘어난다. 광동제약은 지난해 매출액 1조5901억원, 영업이익 5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50.2% 성장이 점쳐진다.

GC녹십자 본사 전경

톱5 업체 중 유일하게 녹십자만 역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녹십자 매출은 1조6266억원, 영업이익은 34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9%, 57.6% 줄어든 규모다.

지난해 실적은 해외사업 성과와 R&D 투자 규모가 좌우한 것으로 풀이된다. 내수시장 변동이 제한적인 만큼 해외 매출과 R&D 투자 등 비용지출이 실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실제 톱5 제약사 중 최대 성장이 예상되는 종근당은 지난해 11월 노바티스에 샤르코 마리 투스병 치료제로 개발 중인 ‘CKD-510’ 글로벌 개발·상업화 권리 이전 계약이 크게 작용했다. 이전금은 약 1조7302억원이며, 지난해 받은 선급금만 약 1061억원이다. 반면 유일하게 실적이 하락한 녹십자는 관계사 큐레보가 미국에서 개발 중인 대상포진 백신 ‘CRV-101’과 R&D 비용 등이 늘어나며 수익성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톱5 순위 요동…광동·대웅제약 선전 예상

그동안 굳건했던 톱5 업체간 순위도 지난해 기점으로 변화할 조짐이다. 올해는 해외 사업 확대와 신규 의약품 출시 등으로 공격적인 영업이 예상되는 만큼 순위 다툼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난해 국내 제약사 매출 1위는 유한양행이 수성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 4위와 5위를 유지하던 광동제약, 한미약품도 큰 변동이 없을 전망이다. 다만 시장 3위를 기록하던 종근당이 노바티스 기술 수출 성과로 녹십자를 밀어내고, 2위로 올라설 전망이다.

대웅제약 본사 전경

종근당은 영업이익 부문에서도 한미약품을 밀어내고 3년 만에 선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2위는 한미약품, 3위 대웅제약이 예상되는 가운데, 4위를 기록하던 녹십자가 6위로 밀려나고 그 자리는 유한양행이 차질할 것으로 전망된다. 5위는 광동제약이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도 톱5 업체 대부분이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매출 1위 유한양행은 올해 폐암 신약 ‘렉라자’ 수가적용이 본격화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까지 기대되면서 사상 첫 매출 2조원 돌파도 가능할 전망이다. 녹십자 역시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 독감 백신 등 수출 회복이 예상되며 올해 반등에 성공, 매출 2위 자리를 탈환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지난해 가파른 성장을 기록했던 종근당은 기저효과 등으로 매출이 1조5000억원대 후반으로 줄어 시장 4위로 내려갈 것으로 증권가는 예상한다. 대신 광동제약이 올해 원외의약품 사업은 물론 디지털 헬스케어 등 사업 다각화 성과가 나오면서 매출 기준 시장 3위로 치고 올라올 가능성도 있다. 광동제약은 올해 전년 대비 5~6% 가량 성장해 1조7000억원에 가까운 매출로 역대 최대치를 갱신할 것으로 보인다.

영업이익 부문에서도 한미약품이 종근당을 제치고 1위 탈환이 유력한 것으로 분석된다. 블록버스터급 의약품 20종 대부분이 자체 개발한 제품인 점은 수익성 강화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한미약품의 올해 영업이익은 2300억원을 돌파해 역대 최대치가 될 전망이다.

대웅제약도 선전이 예상된다. 대웅제약은 매출 기준 6위, 영업이익은 3위를 유지했다. 올해는 수익성을 개선, 영업이익 2위까지 노리고 있다. 실제 대웅제약은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펙스클루’에 역량을 집중, 일본과 미국 등 주요 선진국 파트너를 늘릴 예정이다. 제2 당뇨병 치료제 ‘엔블로’,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 등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증권가는 올해 대웅제약 영업이익을 1300억~1400억원으로 예상하는데, 이를 충족할 경우 사상 첫 제약사 영업이익 2위 기록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올해는 펙스쿨루의 국내 매출 1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엔블로도 마케팅을 강화해 당뇨 치료제 시장 점유율 확보에 나설 예정”이라며 “R&D 부문에서는 최근 유럽에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된 베르시포로신 기술수출 및 임상시험이 기대 요인”이라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

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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