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미국 현지 딜러들이 2025년으로 설정한 브랜드의 전기차 전환 속도가 너무 빠르다며, 징검다리 역할을 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제네시스는 수요 변화와 딜러 요청에 따라 하이브리드차 개발과 출시를 고심 중이다.
피터 란차베키아 제네시스 전미 딜러 자문위원회 회장은 “아직 완전 전기차를 구매할 준비가 되지 않은 고객이 많다”며 “제네시스가 이런 고객을 위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선택지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 최대 수요처인 미국 자동차 시장은 딜러 직판 체계로, 각 지역 딜러가 현지 판매 정책에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현지에선 미국 딜러들의 하이브리드차 출시 주장은 현지 고객들의 다양한 의견을 바탕으로 한 만큼 제네시스 입장에서 이를 무시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네시스 미국판매법인(GMA)은 지난해 6만9175대를 판매했다. 전년 동기 대비 22.6% 증가한 규모다. 미국 진출 이후 최대 실적이자 현대차그룹 내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 3개 브랜드 중 가장 높은 성장세다. 제네시스가 미국에 처음 진출한 2016년(6948대)보다 판매량을 10배 가까이 늘렸다.
딜러들이 현대차그룹에 개발을 요청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는 내연기관에 배터리와 모터를 더하고 전기차처럼 직접 충전이 가능한 친환경차를 말한다. 전기차 충전 불편을 줄일 수 있어 가장 현실적 친환경차로도 불린다. 최근 나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들은 배터리 용량을 키워 전기로만 100㎞ 이상을 달릴 수 있다.
앞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021년 9월 브랜드 전략 발표에서 제네시스는 2025년부터 출시할 모든 신차를 전기차(수소·배터리)로만 선보이겠다고 선언했다. 경쟁사보다 한발 앞선 전동화 전략을 바탕으로 럭셔리 전기차 브랜드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최근 전기차 판매가 둔화되는 대신 하이브리드차 선호도가 더 크게 높아지며 친환경차 대안으로 주목받는 등 시장 상황이 바뀌고 있다.
현재 제네시스는 현대차그룹 차세대 플랫폼 eM를 기반으로 한 GV80 후속 모델(프로젝트명 JX2), GV90(JG) 등 전용 전기차를 개발하고 있다. 이들 모델은 2025년을 기점으로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이와 별개로 현대차그룹은 제네시스를 위한 후륜구동용 하이브리드 시스템 개발 프로젝트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늘어나는 하이브리드차 수요 대응 차원이다. 다만, 프로젝트는 초기 단계로 하이브리드차 양산 여부를 확정하진 않았다.
정치연 기자 chiye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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