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를 적용해 자동화 PR 서비스 ‘퓰리처AI’ 개발… 다국어 번역 기능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 로드맵
존슨앤존슨 마케터로 시작해 예술 마케팅 전문 스타트업 창업, 핀테크·로보어드바이저 분야 두루 섭렵
사람들에게 희망주는 디즈니같은 기업 목표, ‘AI for 스토리테링’으로 PR 넘어 창작자 ‘Authorship’ 지원할 것
초기 스타트업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성공 가능성이 높은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솔루션을 개발하는 것은 기본이겠지만, 그 다음 필요한 것은 아마도 ‘PR(홍보)’일 것이다. 고객사나 이용자 확보를 위해서도 그렇고 투자유치 관점에서도 스타트업에게 홍보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인적·물적 한계가 있는 초기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 입장에서 별도의 홍보 인력을 채용하는 것은 여러모로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이렇듯 홍보 여력이 부족한 기업들에게는 보도자료 하나를 작성하는 것 조차 여간 만만치 않은 일이 된다. 그런데 만약 ‘생성형 AI’를 적용한다면 어떨까? 몇 가지 키워드만으로 그럴싸한 카피는 물론 알아서 내용까지 자동으로 작성해 주는 생성형 AI 기반 PR 전문 서비스가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지난 2022년 5월 손보미 대표가 설립한 ‘스타씨드’는 바로 이 생성형 AI 기술을 기반으로 글로벌 PR SaaS 서비스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이를테면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서비스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인 셈이다.
스타씨드가 선보인 ‘퓰리처AI’는 홍보를 필요로하는 각 기업들이 자사의 서비스, 제품과 관련된 특징 등을 몇 가지 키워드로 입력하면 자동으로 카피와 보도자료 초안, 이미지까지 생성되는 기능을 선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그 결과물의 품질은 어떨까?
기자가 직접 테스트해 본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한편으로 글쓰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 입장에서 조금은 위협적인 느낌이 들 정도. 적어도 PR에 니즈가 있는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몇 가지 키워드로 수초 이내에 그럴싸한 보도자료 초안이 완성되는 ‘퓰리처AI’는 이제 초기 버전이라고 해도 눈이 번쩍 뜨일 듯했다. ‘과연 실제로도 그럴까’ 내친 김에 몇몇 스타트업들에게 사용을 권해보니 웬걸, “생성된 초안 그대로 사용해도 문제가 없을 정도”라는 반응이 돌아왔다.
게다가 ‘퓰리처AI’를 기반으로 한 스타씨드의 계획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보도자료 초안 생성 뿐 아니라 지속적인 고도화를 통해 스타트업-VC(벤처캐피탈)-미디어를 연결하는 시도까지 하고 있다. 기자 매칭 및 보도자료 배포, 이후 결과에 대한 정보 리스트업, 분석을 위한 홍보 효과 정량화와 SNS 등 부가 홍보 채널에 최적화된 공유하기 기능까지 적용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 끝지점에는 PR을 넘어 광고(AD) 영역, 나아가 모든 콘텐츠 분야의 창작자들을 지원하는 콘텐츠 전문 AI 서비스로 만들겠다는 비전이 자리하고 있다. 이른바 ‘AI for Storytelling’이다.
이에 테크42는 손보미 스타씨드 대표를 만나 빠르게 고도화가 진행되고 있는 ‘퓰리처AI’의 현재와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GPT 3’ 등장 직후 확신한 생성형 AI 기반 사업화 가능성
인터뷰를 위해 손보미 스타씨드 대표와 연락을 취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스타씨드 역시 초기 스타트업으로서 기술 고도화와 함께 한창 투자 유치가 진행 중인 상황인 터라 손 대표는 몸이 두 개여도 모자란 듯했다. 그렇게 어렵사리 마주하고 보니 그 이력이 놀라웠다.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손 대표는 글로벌 기업인 존슨앤존슨(Johnson& Johnson)의 마케터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대학 시절부터 다양한 마케팅 공모전에서 수상을 하며 흥미를 가졌던 것이 직업으로 연결됐다고 한다.
“대학 시절 다양한 경험을 통해 마케팅 영역이 제게 맞다고 생각을 했죠. 대학생 때는 25개국 정도 여행을 하고 6개국에서 봉사활동을 경험하기도 했어요. 그 경험을 토대로 ‘세상에서 가장 이기적인 봉사여행’이라는 책을 내기도 했고요. 그 책 말미에 ‘언젠가는 사회적 경제적으로 영향력 있는 글로벌 기업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그 목표를 위해 글로벌 기업에서 경험을 쌓는 것으로 첫 시작을 하게 된 거죠.”
3년간 존슨앤존슨 마케터로 일하면서 손 대표는 2012년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다보스포럼에서 선정한 ‘20대 글로벌 리더Global Shaper’로 선정돼, 한국 대표로 2012~2013년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하기도 했다. 이후에는 존슨앤존슨을 나온 손 대표는 실제 꿈을 실천으로 옮겨 문화예술 마케팅을 전문으로 하는 글로벌 사회적 기업 ‘프로젝트 에이에이 (Project AA* Asian Arts)’를 통해 생애 첫 창업가의 길을 걸었다.
이후 엑싯(EXIT)에 성공한 손 대표는 이혜민 핀다 대표와의 인연으로 핀테크 영역에 발을 들였고, 스타씨드를 창업하기 전까지 AI 로보어드바이저 기술 기반 자산관리 솔루션을 개발한 콰라소프트(Qarasoft)에서 투자자(Late-co-founder)로 합류해 직접 서비스 개발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렇게 남다른 경험을 이어가던 손 대표의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GPT 3’였다고.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찾으며 여러 스타트업에서 홍보와 마케팅을 봐 달라는 요청을 받아 외주 업무 식으로 진행을 했어요. 그러다 보니 스타트업들이 공통적인 문제를 겪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특히 PR의 경우는 사업 아이템만 다를 뿐 일하는 방식은 똑같았어요. 이걸 온라인으로 자동화하면 훨씬 간편해질 거라고 생각을 하던 차에 ‘GPT 3’가 나와 생성형 AI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 시작했죠. 저 역시 이 정도 퀄리티가 나온다면 뭐든 할만하겠다고 판단했고요. 그렇게 스타씨드를 창업하게 된 거예요.”
올해 생성형 AI를 연계한 상용화 서비스가 봇물 터지는 상황이니 손 대표의 창업은 선견지명이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초기 접근은 신중했다. 법인 설립 후 한동안은 사업 가능성 여부를 타진하고 시장 조사에 집중한 것이다. 본격적으로 사업계획서를 쓴 것이 지난해 8월이었으니 법인 설립 이후 1년 정도 사업성을 검토한 셈이다. 물론 구체화된 뒤 사업화 속도는 놀라웠다. 손 대표는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시행착오 없이 필요한 것을 빠르게 준비하는 방식을 택했다.
“지난해 4월 프라이머 생성AI 해커톤을 통해 제 아이디어를 간략하게 정리해 제출했고, 90%가 넘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어요. 다음 단계는 아이디어를 현실화해 검증하는 것이었죠. 그래서 8월에 사업계획서를 완성했고 10월부터 엔젤투자를 유치하며 실질적인 개발에 나서게 됐어요.”
모든 과정은 빠르게 진행됐다. 기술신용평가, 기술보증기금,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등을 거쳐 청년창업자금 및 엔젤투자를 유치하며 자금을 마련했고, 이어 시드 투자 유치에 나섰다. 그 사이 팀빌딩을 진행했고 노코드 툴로 MVP(최소기능제품)까지 선보였다. 이어 오픈 베타 서비스로 선보인 ‘퓰리처AI’는 초기 이용자들에게 기대 이상의 반응을 얻는 중이다. 숨가쁘게 이어온 지난 과정을 돌이키며 손 대표는 “시장 반응을 살피며 빠르게 대응하는 것에 집중했다”고 비결을 털어놨다.
“처음 창업을 할 때는 이것저것 다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쓸데없는 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웃음). 그렇게 한 10년 정도 스타트업계에 있다 보니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계속 자문했죠. 그러면서 우선은 정말 중요한 것부터 시도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형식적인 거나 허례허식은 싹 걷어 내고 자유롭고 수평적인 문화, 결과 중심으로 이야기하는 기업 문화를 기반으로 시장 반응에 따라 유연하게 기능을 개발하고 최대한 빠르게 적용하는데 집중했죠.”
PR을 넘어 창작자의 ‘Authorship’ 지원하는 서비스 만들 것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퓰리처AI’는 베타 버전 단계에서도 이용자들의 심상치 않은 반응을 얻고 있다. 손 대표는 “초기 PR 여력이 부족한 테크 스타트업 등을 서포트하는 수준으로 기획했는데, 다양한 분야에서 좋은 반응이 나오고 있다”며 말을 이어갔다.
“지금은 상장사나 중견기업에서도 쓰고 계세요. AC나 VC, 홍보 에이전시에서도 쓰기 시작했고요. 협업 제안도 많이 들어와서 몇몇 언론사도 만나면서 고도화 할 부분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기존 서비스는 홍보 회사들이 하던 방식을 온라인화한 수준이라면 저희는 인공지능을 많이 활용했다는 것에 차별성을 느끼는 듯해요. 자료 파일을 업로드해서 작성되는 것이 아니라 단어 하나만 치면 10초 내로 보도자료를 무한대로 생성할 수 있으니까요. 사람이 관여할 필요가 없이 인공지능이 주는 초안을 가지고 선택적으로 수정할 수 있으니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죠.”
이와 함께 손 대표는 ‘‘Authorship’을 언급했다. ‘퓰리처AI’라는 서비스명처럼, 단순한 라이터(Writer)로서의 글쓰기를 넘어서 작가의 독점적지위와 권위를 담은 전문적인 글쓰기를 지원하는 플랫폼으로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지금은 보도자료를 자동화하는 것으로 ‘퓰리처AI’를 시작하지만 나중에는 시나리오나 시놉시스, 광고 카피, 스토리 보드 등을 다양한 옵션으로 생성하고 그걸 디벨롭 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길 바라요. ‘AI for storytelling’ 콘셉트를 바탕으로 고도화하겠다는 욕심이 있죠(웃음). 생성형 AI 기술을 기반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다양한 서비스가 나오고 있지만, ‘퓰리처AI’는 캐주얼한 라이팅을 너머 전문가들의 깊이 있고 퀄리티 있는 결과물 창작을 지원하는 프로패셔널한 플랫폼을 지향한다는 것이 차별점 입니다. 이를테면 카톡이 있지만, 활용성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비즈니스 영역에서는 슬랙이 사용되는 것과 같은 개념이죠. 우선은 5~10달러를 써도 아깝지 않을 수준의 서비스로 만드는 것이 목표예요.”
손 대표의 말처럼 스타씨드가 목표로 하는 ‘퓰리처AI’의 시장은 국내에 머무르지 않는다. 영어와 프랑스어, 일본어를 적용해 시작부터 글로벌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 올해 고도화된 PR SaaS 서비스 출시를 통해 국내 사업 기반이 안정화 되면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해외 버전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는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과 해외 기업의 국내 진출을 지원하겠다는 스케일업 전략과 맞닿아 있다.
“우선은 MVP 과정에서 확보된 요구 기능들을 추가하는 작업 통해 고도화를 진행 중이예요. 그 중에는 ‘스타일전이학습 기술’도 있죠. 브랜드 이미지가 강한 기업일수록 워딩에 신중을 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표자가 추구하는 철학이 담기는 문체, 혹은 저명한 저널리스트의 문체를 선택해 보도자료를 생성하는 기술입니다. 물론 고객에게 얼마나 소구 될 지는 시장에 선보여 봐야 알겠지만, 일본과 같이 캐릭터 성향을 따져 콘텐츠를 소비하는 문화가 보편화된 나라에서는 좀 더 반응이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죠.”
이러한 중장기적인 계획들이 차질 없이 진행되기 위해서 스타씨드에게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한 해가 될 듯 하다. 손 대표 역시 “우선은 PR의 벽에 부딪힌 기업들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말을 이어갔다.
“서비스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여러 스타트업들의 어려움을 절실하게 느꼈어요. 홍보 전문가는 물론이고 에이전시, VC에서도 기업들에게 홍보는 계속 필요하다고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잘 알지도 못하고 예산도 막막하고 이해하기 힘든 것 투성이거든요. 그렇다고 홍보를 잘 안 하면 투자나 원하는 인력을 채용하는 것이 어려워지죠. 사실 PR 하나만 잘해도 악순환이 선순환으로 바뀌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맨땅에 헤딩해서 기업을 성장시켜 본 경험이 있는 입장에서 어떤 디테일이 필요할지가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당장은 ‘퓰리처AI’ 통해 단순히 홍보가 안돼서 사업이 망했다는 기업이 없도록 하고 싶은 것이 올해 목표예요.”
인터뷰 말미 손 대표는 다시금 ‘퓰리처AI’로 지향하는 비전을 언급했다. 바로 디즈니와 같이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기업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확신에 찬 손 대표의 표정을 보니 그 바람이 이뤄질 날은 멀지 않은 듯했다.
“오래 전부터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이용하면서 즐겁고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비즈니스에 대해 고민해왔어요. 그래서 ‘퓰리처AI’를 개발하고 있는 것이기도 해요. 지금은 PR로 시작하지만, 조만간 ‘퓰리처AI’는 개개인이 상상하고 희망하고 전달하고 싶은 감정이나 메시지를 전문적인 수준의 글로 만들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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