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으로 운영하고 로봇이 핵심 역할을 한다
현대차는 이제 인공지능(AI)으로 운영하고 로봇이 핵심 제조 작업을 수행하며 최소한의 인력만을 갖춘 공장을 통해 주문 후 단 여섯 시간 만에 신차를 만들어 전달할 수 있다. 싱가포르에 자리 잡은 한국 자동차 브랜드의 새로운 이노베이션 센터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이 ‘스마트’ 시설에서는 현재 아이오닉 5를 생산하고 있으며, 2024년부터는 아이오닉 6도 만들 예정이다. 이곳은 또한 영국을 비롯한 전 세계 주요 도시에 선보일 수많은 비슷한 시설을 위한 테스트 베드 역할도 하게 된다.
이 새로운 시대의 전기차 생산시설은 브랜드를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한 핵심 추진사업의 일환으로서, 개인화와 고객 경험에 초점을 맞춘 ‘현지 도심 시장’에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현대차 혁신센터의 운영을 맡고 있는 공장장 알페시 파텔(Alpesh Patel)은 “이는 단순한 공장이 아니라 고객 체험 센터”라며 “고객들은 우리와 아주 가깝게 소통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과정은 고객들이 맞춤형 현대차를 만들고 주문하는 ‘아이오닉 라운지’에서 시작된다(일부 옵션은 이곳에서만 제공한다). 그런 다음 고객들은 가상현실 스위트룸으로 이동해 디지털로 생성한 자동차 시뮬레이션을 보게 되는데, 이 과정을 거치고 나면 스크린이 올라가고 실제 생산시설과 자동차를 볼 수 있다.
현대차의 로봇으로 가득한 스마트 팜(Smart Farm)에서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맛보기 위해 구내식당으로 향하던 고객들은, 공장의 옥상에 마련한 테스트 트랙에서 시험 운전하는 광경도 지켜볼 수 있다. 그 모습은 과거 이탈리아 알라 피아트(‵a la Fiat)의 유서 깊은 링고토(Lingotto) 공장의 명물이던 옥상 테스트 트랙과 흡사하다.
마지막으로 완성된 자동차는 자율주행 로봇에 의해 현관으로 전달된다. 갑자기 커스터마이징을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개인 맞춤화의 가치 제안을 보면, 맞춤 제작을 진행하는 게 훨씬 더 합리적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라고 파텔이 설명한다. 그는 증가하는 고객 트렌드를 이용하기 위해 현대의 더 폭넓은 라인업에 걸쳐 향후 몇 년간 전면적인 ‘대량 개인화’ 공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도권을 잡은 인공지능
이곳에서는 인력과 인공지능(AI)의 도움을 받은 노동력을 활용하는 메타 팩토리(Meta Factory, 디지털 트윈 기술 적용)를 통해 대형 배송과 같은 후반부 작업 전반을 위한 시뮬레이션을 실행하는데, 이 과정은 주어진 시간 내에 로봇을 어디로 보낼지 그리고 몇 대를 배치할지 등을 모두 계산한다. 궁극적인 목표는 일상 운영에서부터 미래 계획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명령 센터에 기반을 둔 인력과 짝을 이뤄 AI 두뇌가 업무를 주도할 수 있게끔 허용하는 것이다.
파텔은 “우리는 모니터링과 예방을 동시에 진행하고 싶습니다”라며 “현재 우리가 가진 것은 기준선입니다. 2027년까지는 단순 반응을 넘어 인간과 함께 모든 절차를 확인하는 ‘자율적인 역할을 하는 존재’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이 공장은 또한 유연한 생산 방식인 셀 기반 제조 방식을 사용해 스테이션을 재구성하지 않고도 여러 가지 다른 모델을 동시에 같은 라인에서 생산할 수 있다.
재고 이동부터 품질 관리, 부품 조립까지 모든 과정을 수행하는 인공지능 로봇과 함께하는 싱가포르 공장은 여덟 시간 교대 근무 체제로 운영하며, 단 29명의 인력만으로 하루 70대의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다(심지어 생산 대수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파텔은 “우리는 보다 적은 인력을 투입하지만, 그들은 기술적인 일을 더 많이 수행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것이 저숙련 근로자들에게는 무엇을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단순 일자리가 줄어들 것임은 인정하면서도, AI의 지원을 받는 기술적 역할에 대한 근로자들의 숙련도를 높이는 건 다음 단계라고 덧붙였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상상하는 애플리케이션은 인공지능이 근로자를 돕는다는 것이며, 이는 모두 생산성과 업무 트레이닝에 관련된 것”이라고 파텔은 말했다. 그는 또한 이 같은 기술 중심의 설비는 3만4000명의 근로자가 매일 5600대의 자동차를 생산하는 한국의 대규모 울산 공장과 같은 전통적인 공장에 그대로 적용할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고려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각각의 업무를 수행하는 자동차
현대차는 스마트 공장이 공유 모빌리티 모델의 허브 역할을 하기 바라며, 이를 위해 동일한 하나의 플랫폼을 사용하지만 인테리어를 자유로이 교체함으로써 생산이 쉬운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이 차들은 이동 중 회의를 진행하거나 공장으로 근로자를 수송하는 역할을 포함한 특정 작업에 맞춘 자율주행 자동차일 수도 있다. 파텔은 “이 차들은 사용자가 아니라 사용하는 상황의 역할에 맞춰 최적화한 모델”이라고 말했다. “이동 수단의 기능은 다른 맥락으로 사용할 수 있어요. 우리가 목적에 맞춰 제작한 자동차를 구상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 자동차는 표준화한 섀시와 주행성능, 각각의 필요에 맞춰 특화한 실내를 지니게 될 것입니다.”
그는 이런 스마트 공장에서 만들 수 있는 차의 종류에 대해서는 “제한이 없다”고 강조했다.같은 맥락에서, 현대차는 오는 2028년부터 이 생산시설에서 셀 기반 제조기법의 또 다른 장점을 살린 도심항공교통(UAM)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인했다.
품질 관리 업무에 투입되는 로봇견
‘스팟’(SPOT) 로봇견은 핵심 근로자 중 하나로, 향후 6개월 안에 다른 현대차 공장에도 일괄 투입할 예정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견은 현재 품질 관리 업무에 투입 중이다. 로봇견의 ‘입’에 달린 카메라가 제작 중 결함을 감지하고 작업자들에게 알린다. 공장장인 알페시 파텔은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지는 상상하기만 하면 된다”며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출시의 일환으로, 로봇견들은 현장 투입 전에 한두 달에 걸쳐 훈련을 받게 될 것이다.
양산 앞둔 아이오닉 5 로보택시
현대차 아이오닉 5 로보택시는 싱가포르에서의 첫 시제품 출시와 함께 본격적인 양산 준비를 하고 있다. 이들은 자율주행기술을 적용한 표준 아이오닉 5s가 아닌, 처음부터 철저히 새롭게 개발한 모델이다. 외부 고객 지원 버튼과 승객 안내 디스플레이를 비롯해 모두 30개 이상의 센서(라이다, 레이더, 카메라의 조합)를 탑재하고 있다. 미국 파트너인 모셔널(Motional)을 통해 독점적으로 출시할 레벨 4 자율주행기능 탑재 모델은 라스베가스에 있는 공유 서비스 회사 리프트(Lyft)를 통해 테스트 중이다. 테스트가 끝나면 자율주행차가 합법적으로 주행할 수 있는 지역의 업체에 판매할 예정이다. 이 차가 개인 구매자에게 팔릴 가능성은 극히 낮다.
글·윌 리멜(Will Rim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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