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의 전면 폐지를 예고하면서, 스마트폰 제조사와 이동통신사들이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자유로운 경쟁으로 단말기 구입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정부의 예상과 달리 알뜰폰 시장만 위축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통신사와 제조사들은 단통법 족쇄가 풀리면 마케팅비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걱정도 하고 있다.
통신3사는 “글쎄요”
정부는 이번에 단통법 폐지 방침을 밝히면서 “이동통신사업자들의 적극적인 보조금 경쟁이 위축돼 국민이 단말기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되는 등 소비자 후생이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바꿔 말하면 적극적인 보조금 경쟁을 요구하는 발언이기도 하다. 하지만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 관계자들은 공식 입장을 밝히길 꺼리면서 “단통법에 순기능도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단통법에 따라 스마트폰 유통 시장에 일종의 ‘질서’는 잡혔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통법이 존재한 까닭에 어느 정도의 선을 지키면서 마케팅 투자가 진행되는 등 질서가 유지됐다”며 “마케팅 재원이 마르지 않는 샘은 아니다. 단통법이 순기능이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달 말 출시되는 삼성전자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4’ 시리즈부터 통신 시장의 변화와 반응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단통법이 아직은 폐지되지 않은 상태임에도 통신사들이 치열한 눈치 싸움에 돌입할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어떤 의사결정을 내린 상태는 아니다”라며 “시장 반응을 볼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치열한 마케팅 경쟁은 예상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2019년 서비스를 시작한 5G 스마트폰도 5년이 흘러 성숙기에 진입했고, 단말기 유통 시장 환경도 많이 바뀐 까닭에 예전처럼 출혈 경쟁을 할 것인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온라인 유통망과 자급제 시장이 과거 대비 크게 활성화하면서 통신3사의 마케팅 투자만 봐선 안 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사업자인 ‘쿠팡’도 휴대폰을 팔고 삼성전자도 삼성닷컴을 통해 자급제폰을 판매하고 있다”며 “이런 초대형 유통망이 마케팅 비용을 높이면 통신3사보다는 중소 오프라인 유통망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제조사는? 알뜰폰은? 따라붙는 의문부호
통신3사는 단통법 폐지의 목적이 스마트폰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므로, 제조사의 부담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제조사가 플래그십 스마트폰 출고가를 낮추고 중저가 스마트폰 비중은 높이고 마케팅 비용 투자 또한 확대하면 되는 일이라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단통법 폐지가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다”라며 “삼성이 출고가를 낮추면 되는 일인데, 정부가 가격 결정에 직접 개입하는 일은 부담스러운 까닭에 법 개정이라는 방식을 이용해 통신사의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까닭에 통신업계에선 “보조금은 더 쓰고 통신 요금은 낮추라는 등 통신사만 때리는 이중삼중의 압박이 이어진다”는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정부가 계속해서 통신3사에 중간 요금제를 출시하도록 주문하면서 최근에는 3만원대 5G 요금제 최저 구간도 나오고 있다.
제조사도 제품 가격 인하나 마케팅 비용 투자 확대는 현실적이지 않다고 항변한다. 스마트폰 제조사 관계자는 “통신사들이 가입자 유치 경쟁을 위해 100만원을 마케팅에 투자하고 10만원짜리 요금제 가입자를 받으면 1년에 120만원을 받을 수 있지만 제조사는 그렇지 않다”며 “제조사는 100만원짜리 스마트폰을 공짜로 팔면 한푼도 안 남는 구조이므로 우리의 마케팅 투자 확대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단통법 폐지로 인한 부작용을 잘 챙겨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단통법이 폐지돼 통신3사가 마케팅 비용을 많이 뿌리면, 알뜰폰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며 “단통법 폐지 이후 노인이나 정보 접근성이 낮은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스마트폰을 비싸게 사는 구조가 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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