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214 라고 알려진 2024년형 벤츠 E-클래스 11세대 모델이 판매되기 시작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좀 더 일찍 발표되었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공식적으로 1월 19일 출시되었다. 먼저 11세대에 걸친 역대 E-클래스를 간략히 비교해보는 표를 만들어 보았다. 물론 이 표는 여러 자료를 찾아서 요약해 만든 것이며, 공식적인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한 것은 아니다.
11세대 E-클래스는 역대 모델 중 가장 길고 넓다. 높이의 경우 지난 8세대 모델이 1485mm로 가장 높았다. 현재 11세대 모델은 바퀴의 크기가 특히 강조돼 있어서 차체 측면 이미지에서 매우 건장한 인상을 주고 있다. 그렇지만 차체 전체가 곡선과 곡면으로 디자인 돼 있어서 10세대 모델부터 지향해 온 유기체적이면서 우아한 감성을 이어 나가는 인상이다.
벤츠는 6세대였던 W124에서 기하학적이면서 기능적인 디자인의 정수를 보여줬고, 이후 7세대 W210에서 둥근 헤드램프로 완전히 변신하면서 또 다른 혁신을 보여준 바 있다. 8세대의 W211에서는 그런 곡선을 역동적으로 재해석하면서 우아함을 강조했지만, 9세대의 빳빳한 선을 쓴 직선 기조의 디자인은 완성도가 의문스럽기도 했다. 물론 필자의 사견임을 전제로 해서 말이다.
신형 E-클래스 세단은 곡선적이면서 10세대보다 더욱 더 감성적인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헤드램프는 E-클래스 세단의 특징인 두 개 램프를 상징하는 곡선으로 마치 둥글둥글한 W 형태의 곡선을 보여준다. 그런데 그동안 이어져오던 벤츠의 디자인 규칙과도 같았던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을 분리하던 것에서 이들 두 형태 요소를 검은 색의 베젤로 연결해 하나의 덩어리로 만들어 놓았다. 이러한 W 형태의 램프 곡선은 테일 램프에서도 똑같이 나온다. 단지 헤드램프와 다른 것은 램프의 점등되는 이미지가 벤츠 심벌의 삼각별 형태로 돼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삼각별의 위쪽이 잘린-또는 가려진-모양이다. 특별한 의도가 있는 것일까? 잘리지 않게 할 수는 없었을까 의문이 든다.
실내로 오면 최근의 디지털 기술과 디스플레이 기술 발전 속도를 느낄 수 있는 디자인의 인스트루먼트 패널이 눈에 띈다. 물론 운전석의 클러스터는 기존의 S 클래스처럼 직사각형 모양의 독립된 디스플레이 패널을 쓰고 있다. 센터 페시아와 조수석 쪽에까지 마치 한 장처럼 만들어진 T 형태의 유리 패널이 넓고 크게 자리잡고 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이 디스플레이 패널은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업체에서 만들어 납품하는 것이라고 한다. 터치 방식 인터페이스로 화질도 선명해 보인다. 그런데 센터 페시아의 터치식 버튼과 거의 똑같은 배치와 디자인으로, 그러나 전혀 다른 기능의 물리 버튼도 센터 페시아 아래쪽에 달려 있다.
전원이 꺼졌을 때도 써야 하는 비상등 버튼이나 오디오 전원 버튼은 어쩔 수 없이 아날로그 방식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건 디지털 방식의 맹점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침은 모자람보다 못한 건지도 모른다. 게다가 그 아날로그 버튼들은 깨알 같은 크기인 데다가 센터 페시아 아래쪽에 위치해 운전 중 조작하려면 전방에서 눈을 떼야 할 것 같다. 인터페이스 엔지니어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인스트루먼트 패널에서 또 다른 특징적인 부분은 긴 환기구 디자인이다. 디스플레이 패널 위를 마치 지붕을 둘러친 듯한 환기구 디자인은 최근에 유행하는 이른바 데코 그릴의 모습이다. 여기에 가느다란 크롬 몰드가 둘러져 있고, 그 몰드를 따라 무드 조명이 적용된 걸 볼 수 있다. 11세대 E-클래스 세단은 새로운 기술과 디자인으로 혁신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모든 것이 바뀌어도, 바뀌지 않는 한 가지라면 후드에 붙은 삼각별 엠블럼-수많은 사람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어 온 -일 것이다. 11세대의 혁신은 새로운 헤드램프와 그릴, 다소 놀라운 테일 램프뿐 아니라 실내 또한 변화된 기술을 보여준다.
모든 신형 벤츠가 추구하는 것은 더 높은 안락성과 디자인의 완성도겠지만, 15년 전의 9세대 W212의 디자인은 지금 봐도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사실상 모든 디자인은 분명 누군가가 최종적으로 승인했을 것이고, 그 결정에는 성공에 대한 확신이 바탕되었을 것이다. 새로운 11세대 E-클래스 세단은 기술적으로 진보를 이루었겠지만, 한편으로 9세대 모델에서 느껴졌던 의아함이 재현되지 않기를 바란다.
글 구상 자동차 디자이너,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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