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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안의 디자이너, 기아에 ‘극한의 미니멀리즘’ 선물 [3040 청룡이 나르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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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한 페이즌 기아넥스트디자인내장실 상무

▲ 요한 페이즌 기아넥스트디자인내장실 상무

[한국금융신문 곽호룡 기자] 정의선닫기

정의선기사 모아보기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2000년대 중반 기아 사장 시절 ‘디자인 혁신’으로 회사를 바꿨다. 스타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 사장을 영입해 자동차 디자인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최근 기아의 디자인 고민은 자동차에 국한하지 않는다. ‘지속가능한 모빌리티 솔루션 프로바이더’로서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선점하려고 한다. 이 같은 새로운 디자인 경영을 이끌고 있는 핵심 인사 가운데 1명이 기아의 내장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는 요한 페이즌 상무다.

1976년생인 페이즌 상무는 벨기에에서 태어나 학창 시절부터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자랐다. 영국 코벤트리대와 왕립예술대에서 운송디자인학을 전공하고 독일 폭스바겐·BMW, 중국 니오에서 내장 디자인을 담당했다.

그는 특히 진보적 자동차 프로젝트를 맡았을 때 두각을 나타냈다. BMW i8 원형 콘셉트 비전이피션트다이내믹스(2009년), 니오 슈퍼 전기차 EP9(2016년), 자율주행 콘셉트카 이브(2017년) 등이다.

기아엔 지난 2020년 합류했다. 그가 작업한 혁신적 디자인에 주목했다는 평가다. 현대차그룹은 페이즌 상무 영입 이유에 대해 “니오 내장디자인총괄 재임 당시 기존 틀을 깬 완성도 높은 디자인으로 호평받았다”고 했다.

당시 기아는 인피니티 수석디자인총괄 출신인 카림 하비브(기아글로벌디자인담당 부사장)를 디자인 수장으로 영입해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고 있었다.

지난 2005년 정의선 회장이 내건 슬로건은 ‘파워 투 서프라이즈(세상을 놀라게 하는 힘)’다. 세상을 놀라게 할 혁신적 디자인을 입은 신차를 통해 글로벌 무대에서 ‘값싼 차’에 불과한 기아 브랜드 이미지를 쇄신하겠다는 의미였다. 전략은 성공적으로 먹혔다. 그 결과가 현재 기아 디자인팀 조직 위상이다. 당시 2명뿐이었던 디자인팀 임원은 현재 6명으로 3배 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새로운 전략 필요성이 대두됐다. 기아가 2020년 디자인 조직 개편과 함께 세운 슬로건은 ‘무브먼트 댓 인스파이어(영감을 주는 움직임)’다. 자동차를 넘어 모든 미래형 이동수단 시장을 선도하고 새 고객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기아 관계자는 “산업계 변화 선봉에 선 중국 스타트업 니오 출신 페이즌 상무를 전격 영입한 것도 이 같은 전략과 닿아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20년 이후 기아는 스스로 ‘골든 사이클’이라고 부를 정도로 신차를 쏟아냈다. 스포티지·쏘렌토·카니발 등 기존 스테디셀러 모델도 있고, EV6·EV9 등 완전히 새 모델도 내놓았다.

기존 모델은 아직 고유 디자인 색깔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물론 외형 자체는 구형 모델과 완전히 다르다. 운전자를 감싸고 있는 일자형 디스플레이, 개방감을 살린 가로형 대시보드, 공간 활용성을 극대화한 디자인 요소 등이다. 다만 기술을 공유하는 현대차와 방향성이 거의 비슷하다는 느낌을 준다.

기아가 선제적으로 출시한 대형 전기SUV EV9에서는 페이즌 상무가 생각하는 미래차 방향성이 어느 정도 묻어난다. EV9은 3분할이 가능한 파노라믹 와이드 디스플레이를 적용했다. 공조 장치가 디스플레이 가운데 띄워지는 방식이다. 현대차·기아가 센터페시아(차량 실내와 엔진부를 격리하는 대시보드 중앙부) 중앙에 별도 공조 디스플레이를 두는 것과 다르다.

또 디스플레이 아래에는 히든 형태 터치식 버튼을 만들어 화면 전환이 가능하도록 했다. 물리버튼은 최소화했다. 공조장치를 끄거나 온도를 조절하는 정도다. 아무래도 자율주행·AI가 일상화되는 미래차 환경을 고려하고 있는 듯하다.

기아가 올해 출시할 EV4 콘셉트카 내부를 보면 이 점이 잘 드러난다. 물리 버튼을 완전히 없애고 대형 와이드 디스플레이 하나만 남겨 놨다. 따뜻한 느낌을 주는 소재를 적극적으로 적용해 마치 자동차가 아니라 거실에 있는 듯한 편안한 느낌을 연출했다. 공조 장치도 사용하지 않을 때 대시보드 안으로 들어가는 설계로 대부분 장식 요소를 없앤 깔끔한 디자인을 지향한다. 물론 양산차 단계에서는 사용성을 고려해 우리에게 익숙한 자동차 실내 모습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페이즌 상무가 그리는 미래차 실내 디자인 방향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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