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저층 건물들 사이로 부지면적 약 1만1000평 규모의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에 들어서자 노란색 로봇개가 반긴다. 탁 트인 이곳을 24시간 지키는 로봇개의 정체는 현대차그룹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 이곳 직원들은 패트롤퍼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패트롤퍼의 임무는 위급상황을 감지하고 알리는 건물 보안관 역할이다. 삼성 핵심 연구센터를 지키는 현대차 로봇개는 이곳 실리콘밸리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지난 18일(현지시간) 삼성전자 해외 연구개발(R&D) 핵심기지 삼성리서치아메리카를 찾았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중심 마운틴뷰에 자리 잡은 이곳은 삼성 미래 혁신기술 산실이자 우수인재가 모두 집결한 글로벌 빅테크 경쟁의 최전선이다.
노원일 SRA 연구소장(부사장)은 “혁신적 탁월함을 미션으로 원천기술, 핵심기술 확보를 위한 선행연구를 수행하고 있다”면서 “과거에는 하드웨어 중심의 연구를 하다 현재는 차세대 통신(6G)과 인공지능(AI), 로봇 등 다양한 분야로 연구를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기술 우위를 점해 초격차 전략을 실행하겠단 목표로 DX부문 산하에 선행 연구개발 조직 삼성리서치를 세웠다.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14개국에서 15개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올해 첫 현장 행보로 삼성리서치를 방문하며 글로벌 R&D 허브로서 역할에 힘을 실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인재들이 모인 실리콘밸리의 SRA는 6G와 AI, 로봇 등 삼성전자 미래 핵심기술 연구를 이끄는 곳이다. 700여명 연구원 중 한국인 직원 비중은 주재원 포함 10% 미만으로 나머지는 실리콘밸리 우수인력을 현지 수혈했다.
SRA 근방에 위치한 회사는 구글, 메타, 애플, 인텔, 엔비디아 등 모두 내로라하는 빅테크 기업이다. 이들은 삼성의 경쟁사이자 파트너사다. 삼성은 직원들이 애완견과 함께 출근하고 쉴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등 우수인력 확보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세심한 부분까지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곳에선 삼성의 미래 전략을 엿볼 수 있다. 특히 2018년 SRA 산하에 ‘SRA AI센터’를 따로 만들어 실리콘밸리 전문가들과 협력하며 AI 연구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멀티 디바이스 연결성을 강화하고 사용자 개개인에 최적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AI 기술 등을 개발 중이다.
노 연구소장은 “이번 갤럭시S24 핵심인 온디바이스 AI와 카메라,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 등에 SAR가 상당히 많은 선행연구를 통해 기여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삼성전자 미래 모바일 성장 동력 구상과 이를 위한 기술 구현을 위해 다양한 연구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리콘밸리(미국)=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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