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유력 언론사·유명 작가들로부터 소송
국내서도 언론계 “뉴스 저작권 보호” 들고 일어서
웹툰업계 창작자 권익 높이는 ‘검정고무신법’ 두고 갈등
게임업계 저작권 침해 소송 줄줄이 직면
국내외 정보기술(IT)기업이 지속되는 저작권 논란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거대언어모델(LLM) 개발사는 언론사, 작가 등이 저작권 침해를 문제 삼으면서 인공지능(AI) 학습에 제동이 걸렸고, 웹툰 플랫폼은 창작자 권익 강화를 위한 일명 ‘검정고무신법’을 두고 출판계와 팽팽히 맞서고 있다. 게임업계에서는 저작권 침해에 대한 게임사간 법적 분쟁이 잇따르고 있다.
오픈AI, 잇따른 저작권 소송에 '골머리'
21일 IT업계에 따르면 주간지 ‘타임’을 소유하고 있는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포럼 중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AI 기업들이 기술 구축을 위해 지식재산권(IP)을 훔쳤다. 타임, 뉴욕타임스(NYT) 등 언론 매체의 콘텐츠가 AI 기업의 연구 결과에 포함돼있다”며 “AI 기업은 콘텐츠 제작자를 공정하게 대우하기 위해 지불 방식을 표준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NYT는 지난해 12월 AI 챗봇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이 회사에 투자한 마이크로소프트(MS)를 상대로 저작권 소송을 제기했다. 뉴욕타임즈가 만든 뉴스 콘텐츠를 오픈AI가 무단으로 AI 학습에 사용해 챗GPT를 만들어 경제적 이익을 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샘 알트먼 오픈AI 대표이사(CEO)는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데이터가 모두 가치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며 “(우리는) NYT 데이터로 훈련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며 갈등에 기름을 끼얹었다. CNN, 폭스, 타임 등과는 뉴스 콘텐츠 라이선스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출판물 저작권 침해 소송도 당했다. 먼저 드라마 ‘왕좌의 게임’ 원작자인 조지 R.R. 마틴과 존 그리샴 등 베스트셀러 작가 17명이 지난해 9월 MS와 오픈AI가 GPT 언어모델을 훈련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창작물을 무단 사용했다면서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이어 퓰리처상을 수상한 테일러 브랜치와 스테이시 시프, 영화화된 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전기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의 공동 저자 카이 버드 등 논픽션 작가 11명도 지난해 소송에 가세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LLM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한 네이버가 오픈AI와 비슷한 상황에 처했다. 한국신문협회는 지난달 28일 하이퍼클로바X가 언론사 동의 없이 뉴스 콘텐츠를 학습에 활용한 것은 부당하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네이버뉴스 제휴 약관 개선을 요구했다. 네이버가 다수 언론사와 콘텐츠 제휴 계약을 맺고 이를 서비스하고 있으나 이를 AI 학습에 활용하는 것은 약관에 포함돼있지 않다는 것이다. 인터넷신문협회는 지난 11일 생성형 AI 시대에 뉴스 저작권을 보호해달라며 문화체육관광부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뉴스 콘텐츠를 통한 AI 학습을 중단한 상태며, 향후 학습에 활용할 경우 언론사와 긴밀하게 협의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웹툰 플랫폼, 저작권 규제 강화 우려에 '발 동동'
웹툰업계에서는 이른바 ‘검정고무신 사건’을 계기로 입법이 추진되고 있는 ‘문화산업의 공정한 유통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안(문화산업공정유통법)’을 두고 찬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검정고무신 사태는 만화 ‘검정고무신’ 작가 이우영 씨가 3년 넘게 저작권 관련 법적 분쟁을 벌이던 중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을 일컫는 말이다. 이 작가와 형설앤이 2007년 맺은 계약에 검정고무신 저작물 관련 사업화를 형설앤이 포괄적·무제한·무기한으로 할 수 있다는 조항이 들어갔으며, 15년간 검정고무신 이름으로 77개 사업이 이뤄졌지만 작가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고 고인이 이 기간 받은 금액은 1200만 원에 불과했다고 이 작가 측은 주장하고 있다. 검정고무신 사태는 만화계의 불공정 관행에 따른 참사라는 것이다. 문화산업공정유통법은 해당 사건 이후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웹툰계에선 해당 법안에서 불공정행위로 규정하는 ‘판매촉진비 및 가격할인 비용 전가’ 규정이 웹툰 성공에 상당한 역할을 한 사업모델을 없앨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해당 규정은 초반 회차 무료 공개에 따라 플랫폼이 얻는 수익을 작가에게 나누지 않는 행위 등이 포함될 수 있는데, 이는 한국 웹툰이 글로벌 시장을 확대하는 때에 부적절한 규제는 성장을 막을 수 있다는 우려다. 반면 출판계나 작가들은 ‘제2의 검정고무신’ 사건을 막기 위해선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반박한다. 네이버, 카카오가 운영하는 웹툰 플랫폼의 횡포를 막고, 작가들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문화산업공정유통법은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검정고무신 사건을 계기로 지난해 통과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문체위로 법안이 환송됐다. 금지행위로 규정한 조항들이 공정거래법에서 규율하는 불공정 거래행위와 겹쳐 중복 규제라는 지적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일각에선 초반 회차 무료 공개에 드는 비용을 플랫폼과 창작자가 분담하도록 정부가 중재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끝나지 않는 게임 표절 논란
게임업계에서도 저작권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8월 엔씨소프트는 웹젠과의 저작권 침해 관련 소송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엔씨소프트가 자사 게임인 ‘리니지M’을 표절해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R2M’ 제작사 웹젠이 부정경쟁방지법을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웹젠은 즉각 항소했고 엔씨소프트는 손해배상금 청구 범위를 확대하겠다며 항소에 나섰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카카오게임즈, 엑스엘게임즈와도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다. 엔씨는 지난해 엑스엘게임즈가 개발하고 카카오게임즈가 지난해 서비스하기 시작한 ‘아키에이지 워’가 자사 대표작 ‘리니지2M’을 표절했다고 주장하며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관련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넥슨은 중소 게임사 아이언메이스와 저작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넥슨은 아이언메이스 관계자 A씨가 자사 신규개발본부 재직 당시 담당하던 미출시 프로젝트 ‘P3’ 데이터를 무단으로 외부에 유출해 이를 기반으로 ‘다크앤다커’를 만들었다고 주장하며 2021년 A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은 지난해 3월 아이언메이스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아이언메이스는 넥슨 데이터를 게임 제작에 쓰지 않았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넥슨은 지난해 4월 법원에 다크앤다커 국내 서비스를 막아달라며 가처분 신청까지 냈으나 결과 발표가 현재까지 지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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