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넬대 졸업 후 부동산 펀드 전문가 커리어 쌓은 김기은 대표, 부동산과 금융을 연계한 초개인화 서비스 선보여
1단계 개인화된 부동산 정보 콘텐츠 제공, 2단계 AI 시뮬레이션+전문가 연계, 3단계 금융 서비스 연계 로드맵
아파트를 넘어 빌라까지 포함하는 초개인화 부동산 추천·분석… 이용자의 생애주기에 맞춘 ‘처방전’ 제공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한국인의 자산 비중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절대적이다. 인구감소 등의 영향으로 부동산 호황기는 끝났다고 하지만, 수십년 이어진 ‘부동산 불패’ 신화의 그림자는 여전히 기세가 등등하다.
문제는 이 시장이 ‘경험’과 비대칭적인 ‘정보’에 좌우된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오랜 투자와 경험을 바탕으로 부동산 지식을 쌓고 부를 축적한 기성세대에 비해 이제 전·월세로 시작하거나 내 집 마련에 나서는 젊은 세대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것이 사실이다. 물론 젊은 세대에게는 새로운 무기가 있다. 바로 ‘데이터’다. ‘직방’이나 ‘네이버 부동산’과 같이 다양한 부동산 정보를 제공해주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도 한계가 있다. 이들은 정보를 제공하기만 할 뿐 개개인의 상황에 맞는 주거 로드맵을 제공해 주진 않기 때문이다. 취업, 결혼, 육아에 나서는, 혹은 그 마저도 여의치 않은 다양한 상황에 처한 젊은 세대들은 어지간히 부지런하지 않으면 이러한 서비스를 통해 내게 맞는 보금자리를 찾기 쉽지 않다.
그런 이들에게 크레이지알파카가 선보인 B2C 주거용 부동산 플랫폼 서비스 ‘부동부동’은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여겨질 듯하다. 크레이지알파카는 지난 2020년 12월 김기은 대표가 국내 대표 자산운용사에서 국내·외 부동산 펀드를 운용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프롭테크의 3세대 버전인 ‘프롭핀테크’를 표방하는 이 스타트업은 초개인화된 부동산 정보 제공을 시작으로 일반 고객과 부동산 전문가 매칭 서비스, 나아가 부동산과 금융을 연계하는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포부를 드러내고 있다.
이에 테크42는 서울핀테크랩에 입주해 있는 크레이지알파카 사무실을 찾아 김기은 대표에게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일반인을 위한 초개인화 부동산 ‘처방전’ 발행하니… 자발적으로 정보를 제공했다
국내 부동산 분석 서비스는 대형기관이나 자산가 등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른바 ‘금융 서비스의 편향성’이 존재한다는 말이다. 이는 정보의 비대칭을 의미하기도 한다. 다양한 부동산 정보 제공 서비스가 존재하고 있다고 하지만, 사실 이제까지 부동산 서비스는 자본이 한정적인 일반인들에게 그리 친절한 입장은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과거에는 내 집 마련이나 전세집을 구하기 위해 발품을 팔았다면 이제는 이런저런 사이트를 수시로 체크하는, 일종의 ‘검색품’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거시경제, 부동산 경기, 매출 현황, 재무 상황, 주거 가치, 세금, 규제 등의 정보를 모두 체크하기는 불가능하다.
이에 크레이지알파카는 ‘부동부동’을 통해 부동산 관련 데이터를 취합하고 이를 AI를 통해 개인에게 최적화된 정보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이용자가 할 일은 본인의 예산, 선호하는 주거 가치, 관심 지역, 현재 거주하는 집, 앞으로 살고 싶은 집 등 자신의 개인적인 바람과 경제적 상황을 입력하는 것이다. 이후에는 부동부동이 이 정보를 기반으로 ‘부동산 처방전’이라는 이름으로 수십 개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각 개인에게 최적화된 형태로 제시한다. 이른바 부동산 초보를 지칭하는 ‘부린이’들에게는 신세계가 펼쳐지는 셈이다. 김기은 크레이지알파카 대표는 현재 제공되고 있는 ‘부동부동 3.0’ 버전에 대한 설명과 함께 향후 서비스 고도화 계획으로 말문을 열었다.
“부동부동 서비스의 지향점은 총 3단계로 나눌 수 있어요. 현재 3.0버전은 1단계를 지나 2단계로 나아가고 있는 형태죠. 창업 이후 부동부동 서비스를 개발하면서 첫 과제로 잡은 것은 부동산 정보 탐색을 넘어 개인화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었어요. 그것이 1단계였죠. 2단계로는 이 서비스를 고부가가치를 담은 콘텐츠로 품질을 높이는 것이예요. 제가 생각하는 고부가가치 콘텐츠는 의사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집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인생에서 가장 큰 자산인 만큼 그와 관련된 의사결정은 개인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일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그 결정을 내릴 때 도움을 주는 첫 방법이 AI 머신러닝 기술을 적용한 시뮬레이션이었던 거죠. 하지만 각 경우의 수마다 가치 판단은 여전히 사람, 즉 전문가의 영역이라고 봤어요. 아직까지 자동화 된 모델은 가치판단까지 요구할 경우 콘텐츠의 부가가치가 굉장히 떨어지거든요. 그래서 2단계는 부동산 컨설턴트, PB, 지역 전문가인 공인중개사 분들을 함께 만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만드는 과정이예요.”
이어 김 대표가 이야기하는 ‘부동부동’의 3단계는 부동산 도메인을 바탕으로 금융 서비스와 연계하는 과정이다. 대출을 비롯해 조각 투자, 펀드 연계 등을 금융사, 증권사들과 논의해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프롭핀테크’라고 불리며 기존 ‘프롭테크’보다 한 차원 높은 초개인화 서비스를 선보이는 방식이다. 김 대표는 “3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규제를 파악하고 적절한 라이선스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말을 이어갔다.
“1단계부터 3단계까지 각각에서 적절한 기술이 함양돼야 하는 것은 기본이죠. 우선 현재와 같이 2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에서는 브랜딩과 인지도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보고 있어요. 3단계에 접어드는 과정에서는 규제와 라이선스가 중요한데, 인내심을 가지고 준비해야 하는 과정이예요. 현재는 대략 2026년 정도부터 3단계 서비스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올해는 브랜딩의 초석을 다지는데 집중하고 있어요.”
‘부동부동’의 또 다른 특징은 ‘빌라’에도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미 크레이지알파카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서울시를 비롯해 전국 5대 광역시 빌라, 아파트를 대상으로 한 베타버전의 초개인화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부동산 관련 대부분의 서비스가 가치 판단이 용이한 아파트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특징은 크레이지알파카의 또 다른 경쟁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김 대표는 “데이터를 통해 현재 상황을 바탕으로 향후 이용자가 좀 더 나은 집으로 바꾸기 위해 취해야 할 액션을 다양하게 제시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말을 이어갔다.
“AI 머신러닝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기도 하고 다른 회사와 협업해 그룹 데이터를 교환하는 방식도 적용하고 있어요. 이용자는 빌라나 아파트 상관없이 거주하고 있는 주택을 검색해 입력하고 취득일, 취득 당시 가격, 현재 시세를 비롯해 자가 여부, 이사 가고 싶은 시기 등을 입력하면 됩니다. 그리고 ‘처방전 받기’를 누르면 해당 이용자에게 적정한 가격대의 아파트나 빌라를 추천하면서 여러가지 액션 포인트를 담은 시나리오를 제시해 드려요. 자녀 여부, 결혼 유무, 보유자산 규모 등 정보를 다양하게 입력할수록 정확한 처방전이 나오죠. 예를 들어 현재 전세로 들어가 있는 빌라를 취득하는 것이 좋다거나, 빌라에서 아파트로 가고자 하면 추가로 필요한 돈이 얼마인지, 취득세는 얼마인지를 확인할 수 있죠. 소득 등의 현금흐름이 좋은 이용자인데 주거 환경이 중요하고 투자는 크게 비중을 두지 않는다면 고가의 아파트 전세를 추천하기도 하고요. 시나리오 중에는 현재 주택에서 계속 거주하면서 모아둔 돈으로 지방이나 다른 지역에 임차인을 끼고 투자 용도로 취득 하라는 전략을 제시하는 경우도 있어요.”
이야기를 듣다 보니 ‘부동부동’의 또 다른 경쟁력을 알게 됐다. 대개의 서비스나 브랜드는 고객의 정보를 얻기 위해 적잖은 비용을 쓰지만, ‘부동부동’의 경우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데이터를 입력하게 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실제 이와 같은 방법으로 ‘부동부동’은 마케팅 비용을 거의 쓰지 않으며 10만명의 이용자를 모았다.
김 대표는 “시장의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해 사람들이 이용할 수밖에 없는 컨셉을 만들어 낸 것”이라며 “그만큼 답답했던 부분을 해소해 드리는 비전을 제시한 것이라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의식주에 대한 관심…자연스레 다가온 창업의 기회
김 대표는 고교시절 미국 유학을 떠나 코넬대에서 응용경제학을 공부했다. 인간의 의식주와 관련된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바탕이 됐다. 초기 관심사는 석유와 곡물 등 자원 무역이었다. 미국에서 가장 큰 산업이기도 했고, 나름 잘 배워 한국의 발전에 일조하고 싶다는 이상도 있었다.
“저는 하고 싶은 일을 설정할 때 시장의 크기를 보곤 했어요. 그러다가 곡물 무역을 배우겠다는 결심을 하고 응용경제학 중에서도 농경영학을 학부에서 가르치는 대학을 찾다가 코넬대를 간 거였어요. 졸업 후에는 카길과 같은 글로벌 곡물 기업에 입사하겠다는 꿈도 있었죠. 하지만 문제는 카길의 입사 요건 중 하나가 신입의 경우 미국 시민권자여야 한다는 거였어요. 아무래도 미국은 곡물을 자원 개념으로 보고 국가 안보와도 연결 짓기 때문에 조건이 까다로웠죠. 경력직은 7년 이상 관련 분야 경력이 있어야 했어요. 그래서 경력을 쌓아 돌아오겠다고 결심을 했죠(웃음).”
하지만 삶은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김 대표 역시 그랬다. 카길 취업을 목표로 경력을 쌓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와 식품 기업의 문을 두드리던 와중에 우연찮게 금융사에 취업을 하게 된 것이다. 공부한 것을 활용할 수 있었고, 초기에 관심을 가진 자원과 비슷한 흐름이 금융에도 존재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삶에 종착지는 ‘대기업 직원’이 아니었다. 우연치 않은 창업 기회가 주어졌고 상황도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짧은 직장생활을 뒤로하고 창업가의 삶은 다시금 자연스럽게 시작됐다.
“초기에는 블록체인 분야 시장이 열리는 것을 확인하면서 멘토 분의 제안을 받아 공동창업자로 첫 스타트업을 경험했어요. 좋은 분들이 함께하자고 제안을 하면 일단 뛰어드는 성격이라 이것저것 재지 않고 참여했죠. 하지만 블록체인을 활용한 혁신금융서비스라는 아이템은 당시에는 그야말로 규제 한 복판에 놓여 있는 상황이었어요. 그 과정에서 규제 리스크로 정체되지 않고 빠르게 치고 나갈 수 있는 스타트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것이 지금의 크레이지알파카 ‘부동부동’ 서비스로 이어진 거였죠.”
광고를 주요 수익 모델로 삼는 플랫폼을 지향하지 않는다
크레이지알파카는 올해 ‘부동부동’을 통해 다양한 시도를 계획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부터 게릴라 이벤트 식으로 전문가 그룹과 일반인을 매칭하는 유료 컨설팅 서비스를 시도하고 있다. 전문가 그룹과 수익을 나누는 방식으로 서비스 확장을 고려하는 김 대표는 “팝업을 통해 선착순 모집을 했는데 굉장히 빨리 마감됐다”며 가능성을 언급했다.
“지난해 말 1차로 진행한 유료 컨설팅 서비스를 접한 이용자들의 만족도는 굉장히 높게 나타났어요. 개중에는 공인중개소를 통해 소개를 받아 투자를 하다가 애물단지가 된 주택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분도 계셨는데, 컨설턴트가 몇 가지 시나리오를 추천해 드리니 굉장히 흡족해 하시더군요. 저희가 ‘선배님들’이라고 칭하는 1세대 프롭테크들의 가장 큰 미션은 ‘사실을 얼마나 잘 전달하느냐’였어요. 정보의 비대칭이 존재하는 부동산의 폐쇄성을 온라인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었고 성공적이었어요. 하지만 저희 접근 방식은 반대에요. 이제는 오히려 ‘정보 과잉’이 문제여죠. 그것을 해소하자는 것이 저희 서비스의 바탕이예요. 보통 사람들은 낮에 직장에서 일하고 집에 가서 부동산 공부를 또 해야 해요. 임장도 가야하고 그런 과정들이 모두 정보과잉이고 그로 인해 또 다른 정보 비대칭이 발생하는 거죠. 저희는 이런 전체 정보를 잘 분석해서 논리를 바탕으로 전략을 제시하는 방식을 선보이고 있어요. 그게 다름 세대의 프롭테크가 할 일이라고 생각하죠.”
크레이지알파카가 1세대 프롭테크사들과 차별성을 두는 또 다른 하나는 광고를 주요 수익 모델로 삼는 플랫폼을 지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김 대표는 “고부가가치 서비스를 만들면 사람들은 돈을 지불한다”며 말을 이어갔다.
“광고는 굉장히 주요한 수익 창출 방식이죠. 하지만 그런 방식은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은 무료고 광고주들이 돈을 내는 형태죠. 저희는 서비스를 쓰는 사람이 바로 돈을 내도록 할 수 있는 합리적인, 충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하지만 한편으로 부동산 분야는 일반 소비재 시장과는 다른 특성이 있다. 부동산 투자자의 경우는 좀 다르겠지만, 대개는 짧으면 2년, 길면 수년에 한 번씩 이사나 주택 거래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에 김 대표는 부동산 시장의 넘쳐나는 ‘고민’이 모두 수요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런 질문에 제가 늘 하는 답이 ‘저희는 고민을 먹고 사는 회사’라는 거예요. 시장의 가치는 고민의 크기에 따라 결정된다고 봅니다. 그래서 거래 빈도가 높지 않아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거고요. 또 개인을 기준으로 집을 사고 파는 것은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전체 거래량을 보면 그렇지 않죠. 아파트만 해도 국내 거래량이 100만건 정도예요. 최근 10년간 가장 거래량이 적을 때가 80만건 이죠. 크게 보면 거래량도 거래 규모도 큰 편이죠. 그리고 거래를 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늘 고민을 해요. 집을 사고 나서도 고민을 하시죠(웃음). 그래서 저희 유료 컨설팅을 신청하시는 분들 중에는 거래를 한 직후 컨설팅을 요청하는 분들도 있어요. 자신의 판단이 최선인지, 옵션이 있다면 무엇인지가 궁금한 거죠. 저희 사업 방향과 사업성은 이런 고민의 빈도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이렇듯 차별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도전에 나서고 있는 크레이지알파카의 가능성은 업계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이미 부동산 플랫폼의 대표 주자라 할 수 있는 네이버와 KB에서 초기 투자자로 나선 바 있다. 인터뷰 말미, 김 대표는 “앞으로도 ‘부동부동’을 통해 젊은 세대에게 ‘늦지 않았다’는 희망을 주고 싶다” 다부진 각오를 드러냈다.
“저와 크레이지알파카팀이 지향하는 것은 ‘Second Chance(두 번째 기회)’예요. 집을 사는 것이 너무 늦었다거나 혹은 자산을 쌓는 것이 자신에게는 먼 이야기라고 포기해버리는 젊은 세대가 많아지고 있는데 이런 분들에게 ‘그렇지 않다’ ‘누구도 늦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고객들에게 제시하고 싶은 가치이자 팀원들과도 공유하고 싶은 가치죠. 저도 그렇고 저희 팀원들도 커리어 전환 등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많은 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레이지알파카를 통해, ‘부동부동’을 통해 늦었지만 해낼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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