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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곽호룡 기자] 한국 배터리가 중국에 점유율을 서서히 뺏기고 있다. 직접적인 가격 경쟁은 힘든 만큼 기술 차별화로 대응하겠다는 모습이다.
12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3년 1~11월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 등록된 전기차(BEV·HEV·PHEV)의 배터리 용량은 282.9%로 전년동기대비 48.8% 증가했다.
국내 배터리 기업은 1위 LG에너지솔루션(78.5GWh), 4위 SK온(30.7GWh), 5위 삼성SDI(28.1GWh)로 순위를 유지했다. 다만 성장률은 각각 41.7%, 13.7%, 39.8%로 모두 시장 평균을 하회했다. 이로 인해 시장점유율이 전년동기대비 5.4%포인트 하락한 48.5%(LG에너지솔루션 27.7%, SK온 10.8%, 삼성SDI 9.9%)를 기록했다.
중국 기업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성장률로 치고 올라온 탓이다. CATL은 86.5% 증가한 78.4GWh로 LG에너지솔루션과 불과 0.1GWh 차이로 2위다. 이같은 추세라면 중국을 뺀 배터리 시장에서도 연간 1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CATL은 2020~2021년 이후 중국 시장을 바탕으로 글로벌 1위를 달성했다.
중국 BYD는 5.3GWh로 5위를 차지했다. 아직 삼성SDI와 격차는 크지만 성장률이 448.7%에 이른다.
중국기업들이 현지 내수시장 밖에서도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업체별 연간 글로벌(중국 제외) 전기차용 배터리 점유율 추이. 자료=SNE리서치
중국이 개척한 해외 시장은 유럽과 아시아다. CATL이 미국에도 테슬라를 통해 배터리를 일부 공급하지만 미국 IRA(인플레이션감축법) 등 정책 규제로 원활한 영업 활동은 힘든 상황이다. SNE리서치는 “중국 배터리는 테슬라를 비롯해 BMW, 상하이 MG, 메르세데스, 볼보 등 메이저 완성차 차량에 탑재되고 있다”며 “중국 내수보다 비(非)중국 시장에서 높은 성장률을 보이는 게 특징”이라고 밝혔다.
중국 배터리는 한국 시장에 대한 진출도 가속화 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소형 전기SUV 코나EV와 니로EV에 CATL의 삼원계(NCM)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하고 있다. 작년 나온 경형 전기차 레이EV엔 CATL이 만든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채택했다. KG모빌리티는 배터리 파트너로 BYD를 선택했다. 토레스EVX에 BYD LFP 배터리를 탑재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 출시할 토레스 픽업트럭과 내년 토레스 하이브리드에도 BYD 배터리를 넣기로 했다.
버스·밴 등 전기 상용차 시장에서는 중국 기업이 직접 진출해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모습이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작년 국내 상용차 판매 1·2위가 중국 전기화물밴인 신위안의 이티밴(1064대)과 지리차 쎄아(850대)다. 이밖에도 4위 동풍소콘 마시다밴(560대), 7위 하이거버스의 하이퍼스(394대), 8위 BYD 이버스-12(330대)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테슬라 모델Y
신위안 이티밴. 출처=제이스모빌리티
중국 배터리 강점은 가격이다. 테슬라는 일부 모델에 들어가는 배터리를 CATL의 LFP배터리로 교체한 이후 가격을 크게 인하하고 있다. 한국에서 판매되는 모델Y 하위모델만 해도 1000만원 이상 낮췄다. 성능 우려도 있지만 환경부로부터 인증받은 주행가능거리가 코나EV(417km), 토레스EVX(433km) 등으로 다른 전기차와 견줘도 밀리지 않는다.
중국 배터리와 손잡은 이유에 대해 곽재선닫기곽재선기사 모아보기 KG 회장은 “화재 안전성, 주행성능, 가격 등을 종합한 최적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도 “중국 배터리라고 해서 기술력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고 밝혔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도 더 이상 여유를 부릴 수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저가 전기차 시장 공략을 위해 오는 2026년 파우치형 LFP·LMFP(리튬망간인산철) 배터리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LMFP는 화재 위험이 낮은 LFP 장점을 유지하면서 에너지밀도를 높인 제품이다. 테슬라와 폭스바겐이 차세대 배터리로 채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SK온과 삼성SDI도 2026년 양산을 목표로 LFP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국내 배터리 기업이 여전히 하이니켈 삼원계 배터리 시장 주도권을 쥐고 있다”면서도 “중국발 가격 인하 경쟁에 다시 기술력 승부가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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