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그랜저’가 지난해 국내 판매량 1위를 탈환했다. 국내에서 10만 대 이상의 판매량을 유일하게 기록했다. 전체 판매에서 하이브리드 모델이 절반 넘게 차지하는 등 하이브리드차 강세가 영향을 미친 데다 약 40년 전 ‘각그랜저’라 불리던 1세대 모델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큰 인기를 얻었다.
지난해는 주요 차종의 ‘하이브리드 열풍’이 차량 판매를 견인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국내 완성체 업계에서 현대차와 기아의 ‘점유율 쏠림 현상’이 더욱 커졌다는 진단도 나온다.
지난해 국내 승용차 차종별 내수 1위는 그랜저로 11만3062대가 팔렸다. 이어 △기아 쏘렌토(8만5811대) △기아 카니발(6만9857대) △기아 스포티지(6만9749대) △현대차 아반떼(6만5364대) 순이다. 2022년에는 쏘렌토(6만8220대)가 그랜저(6만4729대)를 간발의 차로 제치고 1위를 차지했는데, 지난해 그랜저가 왕좌를 탈환한 것이다.
그랜저를 포함해 내수 판매량 상위권 차량 대부분은 하이브리드 비중이 매우 높은 것이 특징이다. 그랜저 판매 차량의 하이브리드 비중은 54.8%로 절반을 넘겼다. 쏘렌토(66.6%)와 스포티지(46.4%)도 하이브리드 비중이 높았다.
이는 전기차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하이브리드는 환경 문제와 전기차의 충전 및 배터리 문제 등에서 자유로워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는 충전 인프라 부족과 겨울철 배터리 용량 부족, 비싼 차량 가격 문제로 대안인 하이브리드차 수요가 늘어난 것”이라며 “전기차 시장 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기 때문에 하이브리드차 열풍은 2∼3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다만 현대차와 기아 쏠림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현대차와 기아는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한국지엠(GM), KG모빌리티, 르노코리아 등 국내 중소 완성차 업체와 내수 판매 간극을 매년 벌리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내수 시장에서 전년 대비 10.6% 증가한 76만2077대를 판매했다. 전 세계 시장 기준으로는 총 421만6680대를 팔아 6.2% 늘었다. 기아는 지난해 내수시장에서 전년 대비 4.6% 증가한 56만3660대를 판매했다. 전 세계로는 308만5771대를 판매했다. 기아는 내수 시장과 전 세계 판매 실적 모두 역대 최대다.
국내 중소 완성차 업체의 경우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모델의 국내 생산이 상대적으로 뒤처져 크게 성장하지 못했다. KG모빌리티는 올해 전기차의 경우 토레스EVX 1개 차종만 출시했고 하이브리드는 2025년에야 첫 출시 예정이다. 신차 출시가 없던 르노는 국내서 2만2048대를 팔아 전년 동기 대비 58.1%나 줄었다.
한 국내 중소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규모가 작은 KG모빌리티는 자체적으로 친환경차 기술을 개발해 출시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며 “한국지엠이나 르노코리아는 세계적인 기업이다 보니 소비자 눈높이가 높은 국내 시장에 크게 힘을 쓰지 않으며 많은 라인업을 출시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