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치 팬들을 불안하게 했던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이 출시됐다.
이 게임은 지스타 기간에 공개한 체험판 버전으로 팬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안겨줬다. 팬들은 거센 비난을 했고 라인게임즈는 제품판은 다르다며 달래기에 나섰다. ‘창세기전’은 3편 이후 팬들을 만족시킨 작품이 없기 때문에 ‘회색의 잔영’에 대해 팬들이 거는 기대는 높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다행스럽게 정식 출시 버전은 데모 버전에 비해 즐길만하다. 다만 초반 파트는 지루하기 때문에 초반부를 버티는 것이 중요하다.
‘창세기전’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은 역시 스토리와 캐릭터다. 원작은 과거와 현대를 오가며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으나 ‘회색의 잔영’은 과거 이야기를 짧게 진행하고 이후는 시간 순서대로 진행된다. 스토리의 파악이 원작보다 쉽다. 또한 성우들의 더빙 덕분에 스토리를 파악하는데 편리하다. 다만 성우의 연기가 좋다는 말은 못하겠다.
SRPG로 진행되는 전투는 필드에서의 선제 공격이나 반격, 협공, 그리고 필살기나 마장기 등 SRPG다운 재미와 차별성을 갖고 있으나 최상급의 재미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특히 필드를 이동하다가 적과 만나 진행되는 필드는 대부분 필드 크기도 작고 등장하는 적의 숫자도 얼마 안되기 때문에 대부분은 긴장감이 없는 전투가 펼쳐진다. 그래서 특히 초반부에는 캐릭터도 약하기 때문에 플레이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편인데, 나중에 스킬이 생기면 빠르게 승리할 수 있다. 필드 전투는 소규모로 펼쳐지지만 스토리에 따라 발생하는 전투는 많은 적이 등장하거나 거대 병기가 등장하는 등 필드 전투에 비해 긴장감이 있고 대규모 전투가 펼쳐진다.
필드 탐색은 대부분 단순하다. 필드를 돌아다니며 아이템 상자를 발견하고 아이템을 얻거나 필드를 돌아다니는 적과 전투를 펼치는 것이 전부라고 할 수 있다. 다만 필드에서 캐릭터 이동 속도가 상당히 느린 편이다. 대쉬를 해도 느리다. 대쉬가 X 버튼인데, 보통 게임에서 대쉬로 잘 사용하지 않는 버튼이기 때문에 어색했다. 필드에 돌아다니는 적의 인공지능은 굉장히 낮아서 대부분 몰래 다가가 선제 공격을 날릴 수 있다. 이 게임은 필드에서 선제 공격을 하면 적의 체력을 일부 깎고 또 전투가 시작될 때 플레이어의 팀이 선제 공격을 한다. 그리고 적에게 공격을 당하면 정 반대 상황이 된다. 그러나 적은 멍청해서 옆으로 지나가도 잘 모를 정도로 게임을 하면서 한눈 팔지 않는다면 거의 대부분 선제 공격을 할 수 있다.
이 게임은 스토리와 게임 분량이 상당히 길다. 총 42장으로 구성됐고 대략 엔딩까지 도달하려면 75~80시간은 필요하다. 긴 분량 덕분에 좋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너무 길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필드에서의 이동 속도를 더 빠르게 하고 전투 속도도 더 빠르게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게임 편의성은 체험판처럼 여전히 좋지 않다. 필드를 이동하다가 적과 만나면 곧바로 전투가 진행되기 때문에 일부 오브젝트가 시야를 방해하기도 하며 시안성이 좋지 않아 어떤 캐릭터가 행동을 했는지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또한 초필살기를 사용하면 연출 장면이 나오지만 이것도 한두번 볼 때만 좋을 뿐 계속 보면 지겹다. 그런데 영상 스킵이 안된다. 또한 스위치라는 낮은 사양의 게임기에서 언리얼 엔진 4로 개발했기 때문에 프레임도 일정하지 않다. 그래픽 퀄리티가 높은 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최적화 부분에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대화 장면에서 한장의 일러스트로 캐릭터를 때우고 있다.
여러 단점들을 지적했지만 그래도 게임 플레이 자체는 재미있다. SRPG 답게 대규모 전투에서 전략을 짜내는 재미와 캐릭터를 육성하는 재미, 그리고 흡인력이 높은 스토리와 캐릭터성은 여전하다. 솔직히 체험판에 실망하면서 불안한 마음으로 플레이했지만 기대치를 조금 낮추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고 생각된다. 이 게임은 잊혀졌던 걸작 ‘창세기전’이 다시 부활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향후 출시할 게임은 완성도를 높여서 출시해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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