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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R&D 트렌드]주사·경구·패치 등 비만치료제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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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장기간의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비만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한국인의 비만율은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34% 내외의 수준을 유지했지만 2020년에는 38.3%로, 코로나 전보다 4.5%p 늘었다. 

식단+운동 아닌 ‘치료’ 필요한 질병 인식 확대

비만은 만병의 근원이 되는 대사증후군 질환으로 구분되며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관상동맥질환, 관절염, 심부전, 뇌졸중 등 다양한 질환과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예전에는 잘못된 식습관과 게으름이 비만의 원인이라고 보고 식단과 운동으로 비만을 관리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질병을 유발하는 비만을 하나의 질병으로 인정하고 ‘치료’를 통한 관리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자가 관리가 어려울 경우 약물요법 등 의학적인 치료를 꺼리지 않는 추세다.

미국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는 체중관리 서비스업체 ‘웨이트워처스’의 주주이자 이사로 활동하며 식이요법과 운동, 생활방식 개선 등을 통한 전통적인 다이어트 방식을 홍보해왔다. 그러다 최근 비만치료제를 통해 40kg 감량했다는 소식을 알리며 “비만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뇌와 관련된 질병”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삭센다 등 주사제 등장으로 치료제 시장 ‘호황’

이처럼 코로나 이후 비만 환자들이 늘면서 비만치료제 시장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이벨류에이트파마에 따르면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2년 28억달러(3조6000억원)에서 오는 2028년 167억달러(21조8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특히 비만치료제 시장은 혁신적인 주사제의 등장으로 향후 성장 가능성이 더욱 높게 점쳐진다. 과거 비만치료제는 벨빅, 디에타민, 펜터민, 콘트라브, 큐시미아 등 알약 형태로 복용하는 의약품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들 약물은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식욕을 억제하는 향정신성 의약품(마약류로 분류)으로, 장기 복용 관련 안전성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그러던 중 글로벌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미국에서 2015년 주사제형의 비만치료제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티드)’를 허가받으면서 비만치료제 시장이 전환기를 맞았다.

삭센다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 유사체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면서 혈당량을 증가시키는 글루카곤의 분비는 억제해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하던 약이었다. 개발 단계에서 삭센다 성분이 위장운동을 억제(포만감 유발)하고 포만감을 오랫동안 유지시켜 살이 빠지는 효과가 나타나면서 노보노디스크는 개발 방향을 바꿔 ‘삭센다’를 비만치료제로 시장에 전면 내세웠다. 

해외에서 유명세를 탄 삭센다는 국내에 2018년 출시돼 이듬해 비만치료제 시장 1위에 올랐다. 삭센다의 2019년 국내 매출은 426억원으로, 2위를 차지했던 ‘디에타민(당시 매출 95억원)’의 4배가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본인이 직접 매일 1회 주사를 놔야 하는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삭센다는 출시 이후부터 현재까지 비만치료제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며 시장을 독주하고 있다. 

여기에 노보노디스크는 세마글루티드라는 성분의 ‘위고비’를 글로벌 시장에 내놨다. 위고비는 삭센다와 같이 GLP-1(Glucagon-Like Peptide1) 유사체로, 1주일에 1회 맞는 주사제다. 삭센다보다 투여기간이 길어 편의성이 높지만 삭센다는 한 달 사용분이 미국 약가 기준 약 30만원 선이었다면 위고비는 170만원 대로 5배가 넘는다. 위고비는 지난 4월 국내 허가를 받았지만 해외 수요가 워낙 많아 언제 국내 출시할 지 기약이 없다.  

국내도 월 1회 주사·패치·경구용 등 개발 나서

이처럼 세계적으로 비만치료제 열풍이 불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삭센다, 위고비와 같은 계열의 후속 제품이나 복약 편의성을 개선한 개량신약, 자체 개발 성분 신약 등 비만치료제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가장 개발 단계가 빠른 건 한미약품이 당뇨병치료제로 개발 중이던 에페글레나타이드 성분으로, 현재 국내에서 비만치료제로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한미약품이 자체 개발한 GLP-1 유사체로, 위고비와 같이 일주일에 1회 주사하는 제형이다. 이밖에 비만 치료 삼중 작용제인 ‘HM15275’와 ‘에페글레나타이드+HM15136’ 복합제 2개 파이프라인은 전임상(동물실험) 중이다. 

국내 비만치료제 개발 현황. /그래픽=비즈워치

유한양행도 3개 파이프라인을 비만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먼저 ‘YH34160’은 주 1회 투여하는 주사제형으로, GDF15수용체에 결합해 식욕 억제를 통한 체중 감량을 유도한다.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1상 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아 올해 글로벌 임상1상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GLP-1과 GDF15를 모두 타깃으로 한 ‘YH40863’과 합성신약인 ‘YHC1140’ 2개 파이프라인은 후보물질 탐색 단계에 있다.

대웅제약은 당뇨병 신약 ‘엔블로(성분명: 이나보글리플로진)’에 식욕억제 성분을 더한 먹는 제형의 합성신약 ‘DWP306001’과 GLP-1 유사체로 마이크로니들 패치제를 개발하고 있다. DWP306001은 임상1상을 마치고 임상2상 신청을 준비하고 있으며 GLP-1 마이크로니들 패치제는 최근 전임상을 완료함에 따라 올해 임상1상 진입이 예상된다. 

대원제약도 라파스와 손잡고 위고비 성분인 ‘세마글루티드’로 마이크로니들 패치제를 개발 중이다. 국내에서 지난해 8월 임상 1상을 신청,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미국 자회사인 뉴로보와 함께 GLP-1 수용체와 글루카곤(Glucagon)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해 식욕억제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말초에서 기초대사량을 증가시켜 궁극적으로 체중 감소와 혈당 조절을 유도하는 ‘DA-1726’을 개발 중이다. 위고비처럼 주 1회 주사제형이며 미국에서 임상1상 IND를 준비 중이다.

LG생명과학 연구원 출신 최호일 대표가 1997년 설립한 국내 1세대 바이오벤처 펩트론은 약효지속성 플랫폼 기술인 ‘스마트데포’를 적용해 한 달에 1회 투여하는 주사제를 개발 중이다. ‘PT403’은 위고비, ‘PT404’는 일라이릴리의 당뇨 및 비만치료제 ‘마운자로(성분명: 티르제파티드)’의 성분이며, 2개 파이프라인 모두 전임상을 마친 상태다. 

삭센다 독주 막을 국산 치료제 시급

현재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 1위인 삭센다는 수요 물량을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 품절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1펜당 가격이 8만~13만원으로, 초기 0.6mg인 저용량으로 주사할 경우 최대 한 달을 사용할 수 있지만 점차 용량이 늘어나 최대 3mg으로 주사할 경우 5개의 주사가 필요하다. 최대 용량으로 사용할 경우 한 달에 무려 50만원이나 드는 셈이다. 이에 공급 및 가격 안정화를 위해서라도 국산 비만치료제개발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한 달에 1회 주사하거나 붙이고 먹는 제형으로 복약 편의성을 높인 비만치료제 개발에 성공할 경우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비만치료제는 비급여 품목이어서 가격이 천차만별인 만큼 경쟁약물이 등장하면 약가도 저렴해질 것”이라고 했다.

비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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