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는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팔린 하이브리드차가 76만7000대로 집계했다고 27일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늘었다.
국내 판매량이 25만4000대, 해외가 51만3000대(선적 기준) 정도다. 내수 실적에서 하이브리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21% 수준이다. 경유차를 중심으로 내연기관 자동차 비중이 수년째 쪼그라든 데다 친환경차 가운데 그간 주목받던 배터리 전기차는 비싼 가격과 부족한 충전 인프라 탓에 최근 주춤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성장세가 두드러진 배경이다.
현대차그룹은 “2011년 세계 최초로 병렬형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독자 개발했던 선택이 하이브리드 시장경쟁에서 다른 업체보다 한발 앞설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글로벌 3위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것도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입지와 하이브리드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대응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하이브리드는 표현 그대로 내연기관 엔진과 전기모터를 같이 쓰는 차량이다. 구조상 내연기관이나 전기차보다 더 복잡하다. 다양한 주행상황에 따른 엔진과 모터 구동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
현대차·기아가 처음으로 병렬형 하이브리드를 선보인 건 2011년 중형세단 쏘나타와 K5를 내놓으면서다. 당시만 해도 도요타나 제너럴모터스의 직병렬형(복합형) 시스템이 주류였다. 도요타 역시 과거 병렬형 하이브리드를 구현하려 했으나 도중에 포기했다.
현대차그룹은 앞서 90년대 이전부터 엔진과 변속기를 자체적으로 개발하며 쌓은 기계공학 역량이 기반이 돼 하이브리드 역시 독자개발에 성공했다고 강조했다. 이 회사는 1991년 우리나라 첫 독자개발 알파엔진을 선보였다. 2019년에는 연속가변밸브듀레이션(CVVD) 기술을 처음 개발했다. 이는 엔진의 작동조건에 따라 흡기밸브가 열려있는 기간을 최적화하는 기술이다.
완성차 업체로는 세 번째로 꼽히는 6단 자동변속기를 내놓은 게 2009년이다. 다양한 차급에 확대해 적용하기 위해 크고 작은 배기량의 엔진과 결합했고 효율을 높이기 위해 더블클러치변속기(DCT)를 썼다. 2020년 내놓은 1.6 터보엔진 기반 하이브리드는 쏘렌토나 그랜저 같이 준대형급 차종에도 무리 없이 쓰인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핵심으로 꼽히는 배터리도 직접 개발, 올해 8월 출시한 준대형 SUV 싼타페에 처음으로 넣었다.
지난달 출시된 기아 다목적차량 카니발 하이브리드는 그간 쌓은 다양한 기술을 다방면으로 적용했다. 연비는 ℓ당 14㎞ 수준이며 시스템 최고출력은 245마력에 달한다. 합산출력은 54㎾급 고성능 모터를 써 지금까지 현대차그룹이 내놓은 하이브리드 가운데 가장 높다. 신형 카니발을 주문한 고객 가운데 70% 정도가 하이브리드를 고른다고 회사는 전했다. 해외 자동차 전문매체에서도 도요타 주요 모델과 나란히 비교하며 현대차·기아의 손을 들어주는 사례도 많이 생겼다.
전기차 전환이 당초 예상보다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하이브리드 시장도 꾸준히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는 전 세계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이 올해 2718억달러(우리돈 약 360조5400억원)로 지난해보다 19%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매해 7% 이상씩 커져 2030년이면 6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차그룹 역시 당분간 하이브리드 성장세가 꾸준할 것으로 보고 기술개발을 이어갈 방침이다. 이 회사는 2025년 출시를 목표로 고성능 엔진과 결합한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