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레드햇과 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CXL) 기술 검증에 성공하면서 비용을 줄이면서 인공지능(AI) 메모리 성능을 높일 수 있는 발판을 구축하게 됐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내줬다는 평가를 받아왔는데, HBM을 이을 새로운 격전지 CXL에서 반전을 모색할 기회도 잡게 됐다.
CXL은 인공지능(AI), 머신러닝, 빅데이터 등 고성능 연산이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에서 서로 다른 기종의 제품을 효율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차세대 인터페이스를 말한다. 최근 각광받는 HBM과는 개념이 다르다. HBM은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같은 처리 장치와 연결돼 빠른 데이터 전송을 가능케 한다. 하지만 가격이 비싼데다 데이터 처리용량과 대역폭을 무한정으로 늘리지는 못한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반면, CXL은 CPU, GPU, 메모리 스토리지 등의 컴퓨팅 시스템들을 효율적으로 묶어, 보다 빠른 연산 처리가 가능하다. 기존 메인 D램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확장성을 높여 메모리의 용량을 늘리는 식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이번에 협력한 레드햇은 CXL 사용에 필요한 모든 조건을 갖춘 최적의 업체로 꼽힌다. 리눅스뿐 아니라 가상화 등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 때문에 레드햇에서 동작 검증 완료는 추가적인 소프트웨어 도움 없이 클라우드 사용자가 바로 제품을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를 지닌다.
삼성전자는 IDM(종합반도체회사)부터 팹리스(반도체설계회사)까지 해외 굴지의 반도체 기업 상당수와 머리를 맞대고 기술·플랫폼 개발 협력에 시너지를 내고 있다.
HBM 시장이 챗GPT의 보편화로 확대된 것처럼, CXL 시장은 인텔이 내년 상반기에 내놓을 서버용 CPU 출시를 시작으로 본격 개화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욜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글로벌 CXL 시장은 오는 2028년 150억달러(약 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CXL은 접근성을 확장시키고 데이터 이동의 효율성을 증가시키며 효과적인 자원을 공유할 수 있다”며 “기존의 한정돼 있던 메모리 규격에서 벗어나 종류나 용량과 성능에 관계없이 어떤 메모리도 탑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CXL 분야에 누구보다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현재까지 CXL에서는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보다 한발 앞서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2021년 5월 세계 최초로 CXL 기반 D램 기술을 개발한 데 이어 1년 만인 2022년 5월에는 DDR5 기반 512기가바이트(GB) CXL D램 제품을 개발했다. 올해 5월에는 업계 최초 CXL 2.0을 지원하는 128GB CXL 2.0 D램을 개발해 차세대 메모리의 상용화에 한 발짝 더 다가갔다. 지난 4일에는 CXL 관련 총 4종의 상표를 출원했다. 출원 이름은 ▲삼성 CMM-D ▲삼성 CMM-DC ▲삼성 CMM-H ▲삼성 CMM-HC 등이다.
연내에는 CXL 2.0 D램을 양산할 계획이다. 또 차세대 컴퓨팅 시장 수요에 따라 다양한 용량의 제품도 적기에 선보여 CXL 생태계 확장을 가속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도 추격에 나선 상태다. 지난해 8월 DDR5 D램 기반 첫 96GB CXL 메모리 솔루션 샘플을 개발한 데 이어 같은 해 10월엔 업계 최초로 CXL 기반 연산 기능을 통합한 메모리 솔루션 CMS(Computational Memory Solution) 개발에 성공했다. SK하이닉스는 DDR5 기반 96GB·128GB CXL 2.0 메모리 솔루션 제품 중심으로 내년 상반기 내 고객 인증을 완료하고 내년 하반기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마이크론도 지난 8월 ‘플래시 메모리 서밋 2023’ 행사에서 CXL 2.0을 지원하는 메모리 확장 모듈 ‘CZ120’을 선보였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