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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볼보의 전기 동력 미니밴 EM90의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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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 브랜드에서 전기 동력의 럭셔리 미니밴을 내놓았습니다. 차량의 이름은 EM90입니다. 짐작해보면 EM은 Electric Mobility, 전기 동력 모빌리티를 의미하는 걸로 보입니다. 90 이라는 숫자는 아마 볼보 차들 중 가장 큰 차체를 가진 럭셔리 콘셉트이니, 볼보의 최상위 세단 모델 S90처럼 90 이라는 숫자를 쓴 걸로 보입니다. 

볼보에서 내놓은 첫 미니밴 모델인 걸로 보이지만, 볼보는 1953년에 내놓았던 대형 차체의 웨건 모델 듀엣 에스테이트(Duett Estate) 모델과 연관성이 있다고 발표했다고 합니다. 사실상 1950년대까지는 모든 자동차에서 미니밴과 승용차의 구분이 없었고, 대부분의 승용차들도 보디 온 프레임(body on frame)의 구조로 만들어져 매우 높은 차체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요즘은 대부분 일체구조식 차체(monocoque)이니 더 가볍고 낮아졌으며 연비도 좋아졌습니다. 물론 여전히 하드코어 4륜구동이나 화물 차량 등은 프레임이 별도로 존재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볼보의 럭셔리 미니밴으로 등장한 EM90은 볼보의 모기업 중국 지리의 전기 차량 전용 브랜드 지커(Zeeker)가 내놓은 전기 동력 미니밴 「지커009」와 플랫폼과 차체 등을 공유해서 개발됐다고 합니다. 지커 모델과 비교해 보면 옆모습은 볼보 EM90과 옆 모습은 거의 똑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앞 얼굴은 자못 큰 차이가 나는 디자인입니다. 

EM90의 앞모습은 전기 동력 차량답게 라디에이터 그릴 부분이 모두 막혀 있고, 작은 크기의 LED로 구성된 조명 장식(으로 보이는) 패널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앙부에는 볼보 차량의 특징인 사선 리브와 둥근 볼보 심벌이 붙어 있습니다. 그리고 헤드램프에서 볼보 차량의 주간주행등 주제로 쓰이는 일명 ‘토르의 망치’ 형태가 마치 알파벳 대문자 T를 옆으로 뉘여 놓은 듯이 배치돼 있습니다. 

테일 램프는 반도체 발광 소자를 이용해서 면적(面積)보다는 선(線)적인 형태를 활용해서 여러 가는 띠로 구성돼 있으면서도 전체적인 형태는 토르의 망치처럼 보이는 형태로 디자인해 놓았습니다. 앞서의 글에서 설명했듯이 반도체를 응용한 광원 LED의 사용으로 최근 자동차 램프 류의 디자인이 과거의 면적 지향에서 선 형태 중심으로 바뀌는 추세를 반영한 디자인으로 보입니다.
 

한편 실내로 오면 디지털 기술과 전기 동력에 의한 차량의 급격한 성격 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모습으로 구성돼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운전석의 클러스터는 옆으로 긴 장방형 디스플레이 패널에 센터 페시아 패널에는 거의 데스크탑 컴퓨터 모니터 정도 크기의 패널이 쓰였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이 정도의 크기이면 내비게이션 지도 같은 건 정말로 자세히 볼 수 있을 정도로 표시되겠지만, 자율주행 차량이 아닌 직접 운전하는 차량이 이런 정도의 모니터를 가지고 있다면, 오히려 운전자가 운전에 집중하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되기도 합니다. 

실제 운전할 때의 느낌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사진으로 본 운전석에서 바라본 디스플레이 패널의 크기는 압도적입니다. 저 정도면 정말로 시선을 뺏길지를 걱정해야 할 걸로 보입니다. 

운전석의 시프트 노브(shift knob)는 볼보 브랜드의 국가 스웨덴의 대표적 산업의 하나인 크리스털 세공을 암시하는 크리스털 재질로 만들어진 것을 붙여 놓았습니다. 전동화와 디지털 기술로 점점 첨단화 되는 변화를 겪는 것이 오늘의 자동차이지만, 그럴수록 점점 더 브랜드의 개성을 중시하는 특징을 가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전기 동력 차량의 장점을 반영해서 크게 변화가 나타나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과거에 엔진을 사용한 차량은 미니밴이라고 해도 엔진과 변속기 등으로 구성된 파워트레인의 부피가 적지않아서 플로어에서 센터 터널과 변속기가 위치한 앞쪽 바닥의 공간은 활용하기 어려웠지만, 전기 동력 차량은 이런 문제가 사실상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물론 바닥에 배터리가 탑재되기에 기본적으로 플로어 두께가 두터워 지기는 해도, 바닥 자체는 완전히 평평해 지기 때문에 실내에서 수납 공간의 확보나 좌석 배치 등등이 매우 자유로워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 단적인 예가 바로 앞 콘솔이 마치 교량처럼 공중부양 돼 있고, 그 아래쪽이 모두 수납공간으로 활용된다는 점입니다. 이건 전기 동력 차량들의 큰 장점 중의 하나입니다.
 
그리고 이런 공간의 특성은 자동차로서 특성이기보다는 건축공간으로의 특징이고 전동화와 자율주행 기술이 결합된 모빌리티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자동차와 모빌리티는 어떻게 다를까요? 물론 근본적으로 이동수단 이라는 점에서 다르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자동차는 하나의 독립된 하드웨어, 즉 주행하는 기계의 특징이 강했다면, 모빌리티는 하드웨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종합적인 사용성이나 사용 경험까지 모두 포함된 개념의 개발이라는 것이 차이점일 것입니다. 

결국 자동차는 하나의 완성된 기계로서 완성도와 정밀성을 추구했다면, 모빌리티는 그러한 기계를 사용할 때의 경험과 이동을 통한 총체적 가치의 실현을 다룬다는 것이 차이입니다. 차량을 통해 어떤 경험을 얻게 할 것인가 라는 관점이 모빌리티를 개발하거나 디자인하는 관점일 것입니다. 그런 이유에서 승객들이 차량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어떤 경험을 얻게 할 것인가에 관한 개념에 의해 실내에 대형 모니터를 설치하거나, 커다란 파노라마 글라스 루프를 설치하는 등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이전의 미니밴의 기능이 단지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것(people mover)이었다면 오늘날의 모빌리티로써의 미니밴은 이동하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moving space)이 중심이 된다고 할 것입니다. 단지 이동 도구가 아니라, 이동이 결합된 다양한 경험이 존재하는 공간으로의 개념 변화가 바로 자동차와 모빌리티의 근본적인 차이일 것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볼보의 럭셔리 미니밴 EM90은 모빌리티로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드는 생각은, 볼보의 럭셔리 미니밴 EM90이 바탕으로 하고 있는 지커009와 근본적으로 품질이 다르지 않다는 것-물론 볼보는 이들 두 모델의 디자인은 전혀 다르다고 발표했다고 합니다-은 중국의 전기 동력 고급 미니밴의 실내 디자인과 품질, 그리고 완성도가 볼보의 이름으로 나와도 위화감이 없을 만큼 높아졌다는 점입니다. 이전까지 우리가 알던 ‘중국차’의 모습은 이제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았던 ‘중국제’의 품질이 이제는 결코 우스운 수준이 아니라는 점에 정말로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아니, 실제로 우리들이 일상에서 쓰는 그야말로 거의 모든 제품-그것이 싸구려이든 고가의 첨단 제품이든 간에 모든 제품-이 모두 중국산이라는 점은 놀라운 일입니다. 그리고 오늘 우리가 만나본 볼보 EM90, Zeeker009는 전기 동력 럭셔리 미니밴의 모습이면서, 이미 크게 발전한 중국 자동차의 모습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글로벌오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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