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TV 시장을 두고 전반적인 회복세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와 증권가는 물론 세계 시장 1, 2위 기업 삼성전자와 LG전자도 내년 TV 시장 수요 개선을 유력하게 내다본다. 이에 기존 사업 마케팅 확대와 신규 분야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와 타이젠 리부트, LG전자는 웹OS 플랫폼에서 각각 내년 TV사업 차별화 포인트를 찾는다.
업계는 올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TV시장이 바닥을 찍었다고 보고 있다. 기관마다 차이는 있지만 내년 TV 시장의 출하량이 올해 대비 적어도 500만대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이 같은 관측에는 코로나 이후 2022년 TV 시장이 최저점을 찍은 후 올해 소폭 상승하는 분위기가 작용했다. 여기에 내년 프랑스 파리 올림픽 특수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옴디아에 따르면 출하량 기준 올해 TV시장은 2억352만대, 내년은 2억942만대 수준으로 전망된다. 약 600만대의 TV 신규 수요가 일어나는 셈이다.
TV 시장 회복세는 내년에 그치지 않고 이후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옴디아는 내년을 기점으로 TV 출하량이 매년 증가해 2027년 2억1666만대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OLED TV 출하량은 매년 100만대씩 증가, 세계 TV 시장의 프리미엄 라인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2년 만에 찾아오는 회복세에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내년 TV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실히 쥐고 가려는 모습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최근 양사가 실시한 2024년도 사장단 인사에서도 드러난다. 두 회사 모두 예년 대비 소폭 인사를 하면서도 TV 사업 수장에 변화를 줬다.
삼성전자는 한종희 부회장이 겸임하던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에 용석우 부사업부장(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사업부장이 TV 사업에 오롯이 매진할 수 있도록 한 인사다. 용 사장은 TV 기술·영업·전략 다양한 분야에 걸쳐 사업 성장을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LG전자는 박형세 HE사업본부장을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박 사장은 2019년부터 HE사업본부를 맡아 LG전자의 OLED TV 세계 1위 등극을 주도했다. 프리미엄 제품군과 웹OS 플랫폼을 앞세워 사업 포트폴리오와 수익성 개선에 기여했다.
주목할만한 점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출하량 증가에 따른 단편적인 효과보다는 신규 사업 시너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업체의 가격과 물량공세가 계속되는 만큼 판매량 확대만으로는 실적 개선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지난해와 올해 수량 기준 점유율을 보면 삼성전자는 18.6%와 18.3%, LG전자는 11.5%를 유지해 큰 차이가 없다. 반면 중국 하이센스는 같은 기간 11.1%에서 12.5%로 점유율이 올랐다.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힘을 싣고 있는 OLED TV 사업에 관심이 쏠린다. 출하량 기준 삼성전자의 OLED TV 점유율은 지난해 3.1%였지만 올해 3분기 16.6%까지 올랐다. 내년 이후부터 OLED TV 출하량이 매년 100만대가량 늘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긍정적이다. 새롭게 삼성전자 TV 수장을 맡은 용 사장 역시 OLED TV 사업 확대에 부정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삼성전자는 경쟁사를 의식해 OLED TV 사업에 신중한 모습이었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내년 마이크로LED, QLED, OLED TV 제품라인을 재조정할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내년으로 예고된 스마트TV 타이젠 플랫폼 리부팅과 최근 공개한 생성형 AI ‘가우스’의 TV 탑재가 게이밍 허브 등 TV 엔터테인먼트 수익 증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LG전자는 웹OS 플랫폼의 영향력 확대와 함께 관련 콘텐츠 수익 증대에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그동안 수요 감소 상황에서도 비용 절감과 수익성 개선으로 실적을 방어했지만 이제는 TV 판매 이외 비즈니스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박 사장은 지난 9월 ‘웹OS 파트너 서밋 2023’에서 웹OS 기술 혁신과 청사진을 강조했다. LG전자 내부에서도 박 사장 승진 관련해 웹OS 비즈니스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다음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4에서 TV 신제품과 신규 서비스를 선보이며 내년 플랫폼 전략의 비전을 알릴 예정이다. 아울러 올해 경쟁적으로 선보인 AI 엔진인 삼성 ‘가우스’와 LG ‘엑사원’과 융합도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게이밍TV를 선보일 예정이다. 게이밍 허브를 통해 호평받았던 경험을 살려 ‘게임은 삼성TV’라는 차별화 포인트를 내세운다. 이와 함께 스마트홈 고도화와 타이젠 리부팅으로 새롭게 선보이는 게임형 헬스 케어, 펫 원격 진료 등 신규 프로그램도 내년 TV를 통해 구현한다. 삼성전자는 CES 2024 전시 주제를 ‘AI for All: Connectivity in the Age of AI(모두를 위한 AI: 일상 속 똑똑한 초연결 경험)’로 정하고 AI 초연결의 미래를 예고했다.
LG전자는 웹OS의 혁신적인 변화를 준비 중이다. 스트리밍 TV채널 콘텐츠와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대폭 확대하고 AI 기술 혁신,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새로운 비즈니스도 CES 2024에서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비하드웨어(Non HW) 기조에 기반해 디바이스를 넘어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비전을 밝힐 계획이다.
조정형 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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