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좀 빨리 열어주지
버스를 탈 때 문 앞쪽을 보면, 정류소에서만 문을 열어준다는 문구가 적혀있다. 일정이 바쁠 때는 ‘그냥 열어주면 안 되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이 문구가 붙여져 있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버스 기사가 버스 정류장 도착 전에 손님을 내려주는 경우가 있다. 우리나라는 ‘빨리빨리’의 민족이기에, 목적지에 도착할 때쯤이면 승객들은 하차 벨을 누르고 정차 전에도 나갈 준비를 하기 때문이다.
오토바이 운전자와
버스에서 내린 승객
하지만 이 경우에 위험해질 수 있다. 버스 정류장에서 승객을 내려주면 하차 시 순간적인 위험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충청남도 천안시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버스 정류장에 거의 도착한 것을 보고 승객들은 내릴 준비를 한다.
정류장이 아직 도착하려면 약 20m 정도는 더 가야 한다. 하지만 버스 기사는 정류장 도착 전에 하차 문을 열어주었다. 문을 열어주는 것과 동시에 뒤쪽에서 오토바이가 길을 꺾고 승객이 내려서 갈 길에 진입하게 된다.
버스 기사는 문을 열어줬고, 승객은 목적지에 거의 다다랐으니 아무 생각 없이 평소처럼 버스에서 내리게 된다. 내림과 동시에 오토바이에 부딪혀 크게 사고가 났다. 이런 사고들이 우리 생각보다 많이 일어난다.
블랙박스로 확인해 본 결과, 버스와 보도블럭의 거리는 2m 가 넘었다. 차로 1개가 비어있었다. 그러니까 버스 기사는 내려주려면 그래도 1차선에서 도보 블록과 가깝게 해서 하차 문을 열어 줬어야 했다.
하지만 2차선에서 문을 열어주는 바람에 해당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즉, 버스는 도로 한복판에서 승객을 내려줬다는 얘기가 된다.
누구의 책임일까?
사고 발생 이후, 오토바이에 치인 사람 A 씨의 치료비는 얼마나 나왔을까? 무려 7천만 원 정도가 나왔다. A 씨의 직업은 큰 병원의 업무과장이어서 연봉이 높다고 한다. A 씨가 합의를 해주지 않고, 일을 못 한 것에 대한 피해보상을 원하면 7천만 원 정도로 끝이 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운전자는 책임 보험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머지 보험이 되지 않는 부분은 개인의 돈으로 보상해줘야 한다. 과실 비율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10%라고 해도 상당한 금액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도로 한복판에서 승객을 내려준 버스 기사도 잘못이 있지만, 오토바이도 문제가 없진 않다. 오토바이는 사잇길에 들어가 차들을 앞질러 운전하려고 했기 때문에 이 역시 잘못됐다.
처음 법원에서는 버스 60:오토바이 40으로 강제 조정 결정문을 내렸다. 하지만 오토바이 기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이의 신청을 진행해 버스 50:오토바이 50으로 바뀌었다.
오토바이 기사는 자신이 더 높은 과실로 바뀔까 불안해 거의 천만 원이 되는 비용을 주고 변호사를 선임했다. 하지만 결과는 변호사의 완벽한 패배였다. 오토바이 기사는 과실 비용도 커지고, 변호사 선임 비용도 비싸게 지불하게 되었다.
왜 오토바이 기사가 되려 지불하는 돈이 많아졌을까? 한문철 TV에 따르면, 괘씸죄가 추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강제 조정 결정문은 한 장이면 완성되는데, 이의 신청을 하면 판결문을 작성해야 한다.
판사는 판결문까지 쓰게 하는 오토바이 기사 측에 괘씸죄를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오토바이 기사는 또 다시 항소를 진행해야 한다. 이때 또 괘씸죄를 받을 경우, 더 높은 과실로 바뀔 수 있다.
오토바이 기사가 완전 불리한 사건?
한문철 TV에 따르면, 항소해도 불리해지지 않는다. 이유는 청구한 것이 치료비 7천만 원의 반값이기 때문에 상한선이 50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항소해도 60으로 바뀔 수 없다.
그렇다면 오토바이는 가망이 없는 걸까? 그렇지 않다. 2000년대 초반에는 택시와 오토바이가 사고가 나면 문을 연 쪽의 과실이 60~70까지도 갔다고 한다. 즉, 문을 연 쪽이 더 잘못했다고 보는 것이다. 지금, 이 사건도 똑같은 형식이다.
그렇기에 항소하게 되면 오토바이 기사의 과실은 최대 30까지로 줄어들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항소해서 어떻게든 과실을 줄여야 하는 것이 오토바이 기사의 유일한 해결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버스 안전 하차 방법
그렇다면 버스에서 어떻게 내려야지 안전하게 내릴 수 있을까? 바로 우선은 버스와 가깝게 붙어서 하차하는 것이 안전하다.
사고가 난 것도 A 씨가 버스에서 거의 점프 수준으로 내려서 약간은 차이가 나는 보도 블록을 건너는 수준이었다. 습관 되기에는 어려울 수 있지만, 최대한 하차 전에 오토바이가 있는지 확인하고 내리는 것이 중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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