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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팬들이여 ‘피날리 몬디알리’로 오라! [류청희의 젠틀맨 드라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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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 생산한 서킷 전용 스포츠카로 경주 프로그램을 체험하는 페라리의 XX 프로그램. 페라리 제공
한정 생산한 서킷 전용 스포츠카로 경주 프로그램을 체험하는 페라리의 XX 프로그램. 페라리 제공
류청희 자동차 칼럼니스트
류청희 자동차 칼럼니스트

페라리는 여러 면에서 특별한 브랜드다. 한편으로는 일반 도로를 달리는 고성능 럭셔리 스포츠카를 만들고, 다른 한편으로는 모터스포츠의 최고봉이라 할 포뮬러 원(F1)을 비롯한 모터스포츠 활동이 브랜드의 큰 축을 이루고 있다. ‘모터스포츠를 위해 스포츠카를 만들어 판다’는 이야기를 들을 만큼 페라리와 모터스포츠는 떼어 놓고 생각하기 어렵다.

물론 모터스포츠에 참여와 투자를 하고 있는 자동차 브랜드는 또 있다. 그러나 페라리와 모터스포츠의 관계는 더욱 특별하다. F1이나 세계 내구 선수권(WEC), GT 레이스처럼 프로들의 영역에서 활동하면서 페라리 스포츠카 소유자들 가운데 아마추어 레이서들이나 프로 레이서의 세계를 체험하고 싶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하기 때문이다. 스포츠카와 경주차, 프로와 아마추어 모터스포츠 세계의 접점 역할을 해주는 셈이다.

페라리는 코르세 클리엔티라고 부르는 다양한 준프로급 모터스포츠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코르세 클리엔티는 우리말로 ‘고객 참여 경주’로 풀이된다. 표현은 단순하지만 코르세 클리엔티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페라리 차를 소유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와 더불어 브랜드에 대해 높은 수준의 이해와 관심, 열정도 함께 갖고 있어야 한다. 대신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다른 어떤 브랜드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깊이와 매력이 가득한 체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코르세 클리엔티는 1993년 이후 매년 10월부터 12월 사이에 열리는 피날리 몬디알리 행사에서 그 다양함을 확인할 수 있다. 피날리 몬디알리는 코르세 클리엔티에 포함된 여러 모터스포츠 행사의 한 시즌을 결산하고 새 시즌에 대한 기대를 키운다는 의미가 있다.

페라리가 전 세계팬을 위해 마련한 축제 ‘피날리 몬디알리’가 열린 이탈리아 토스카나 무젤로 서킷.
페라리가 전 세계팬을 위해 마련한 축제 ‘피날리 몬디알리’가 열린 이탈리아 토스카나 무젤로 서킷.

올해 행사는 10월 24일부터 30일까지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무젤로 서킷에서 열렸다. 연말 결산 행사를 서킷에서 치르는 이유는 당연히 모터스포츠 활동이 그 중심이기 때문이다. 코르세 클리엔티에서 가장 중요한 프로그램 중 하나가 단일 차종으로 치르는 경주인 페라리 챌린지다. 북미와 유럽, 영국과 일본에서 열리는 지역 선수권의 시즌 최종전이 피날리 몬디알리와 함께 열린다. 피날리 몬디알리를 위해 한자리에 모인 100여 대의 경주차가 부문별로 쉴 새 없이 연습 주행과 예선, 결승을 치르기 위해 트랙을 달렸다.

아울러 페라리 챌린지에서 현역으로 활약하고 있는 488 챌린지 에보와 함께, 지난 30여 년간 경주에 쓰인 역대 경주차들을 보유한 사람들도 직접 서킷을 달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2000년대 초반의 360 챌린지에서 2010년대를 대표하는 458 챌린지에 이르는 형형색색의 경주차들은 각기 다른 모습과 소리로 보는 이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체험 성격이 강한 F1 클리엔티와 XX 프로그램도 코르세 클리엔티의 일부다. F1 클리엔티는 마이클 슈마허나 키미 라이쾨넨 등 페라리의 전설적 F1 선수들에게 우승컵을 안겨준 경주차를 직접 몰아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XX 프로그램은 한정 생산한 서킷 전용 스포츠카로 경주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다.

두 프로그램 모두 차의 보관과 관리, 이동을 비롯한 각종 지원은 페라리가 하고 소유주는 일정에 따라 서킷을 방문해 차를 몰기만 하면 된다. 특히 XX 프로그램을 위해 만들어진 599XX, FXX, FXX-K 등은 극소수일 뿐 아니라 일반에게 공개되는 일도 드물다. 이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피날리 몬디알리 기간 중 자신의 차로 무젤로 서킷을 달리며 관중에게 페라리의 F1 역사를 상징하는 희소한 모델이 실제 달리는 모습을 보여주며 환호를 자아냈다.

피날리 몬디알리는 페라리 소유자와 관계자들만 참가하는 행사는 아니어서 입장권을 구매하면 현장의 행사와 전시를 직접 둘러볼 수 있다. 올해는 페라리가 50년 만에 르망 24시간 경주 최상위 부문에 재출전해 우승을 차지한 것을 기념하는 특별한 공간이 마련됐다. 서킷 내부에 세운 대형 임시 건물 안에 올해 르망 24시간 경주와 뉘르부르크링 24시간 경주에서 우승한 차를 비롯해 지난 76년간 다양한 분야의 모터스포츠에서 활약한 30여 대의 경주차를 전시해 마치 박물관을 옮겨 놓은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안내자를 따라 경주에 출전하는 팀들이 경주차를 준비하고 관리하는 공간인 패독을 도는 가이드 투어도 흥미로웠다.

한 시즌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행사인 만큼 내년 코르세 클리엔티 프로그램에 선보일 새로운 차들도 공개됐다. 2024년부터 페라리 챌린지에 투입되는 새 경주차인 296 챌린지와 F1 클리엔티와 비슷하게 WEC 경주차 기반의 스포츠카를 체험하는 새 프로그램인 스포트 프로토티피 클리엔티를 위한 499P 모디피카타가 그 주인공이었다. 페라리는 두 모델 모두 뛰어난 주행 특성을 통해 경주와 운전에 더 깊이 몰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피날리 몬디알리를 보며 놀란 건 행사 내내 서킷 안팎을 가득 메울 만큼 많은 사람을 모은, ‘페라리’라는 소프트웨어의 강력함이었다. 이는 수요와 공급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오히려 관중석을 가득 메운 수많은 페라리 팬의 환호와 박수갈채, 그리고 그들이 내건 플래카드에 쓰인 문구가 이 축제의 원동력이 무엇이며, 페라리가 특별한 브랜드로 자리를 잡은 이유를 더 잘 설명해 준다.

“열정은 설명할 수 없다. 오직 그렇게 살아갈 뿐이다.(You can not describe the passion. You can only live it.)”

류청희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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