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가 연말을 맞아 이례적인 할인 프로모션을 제공해 그 배경에 눈길이 쏠린다.
고금리 지속으로 시장 상황이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급격히 바뀐 데다, 라이벌인 BMW와의 연말 판매 경쟁 등 복합적인 이유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벤츠는 고급 전기차를 대폭 할인해 판매하고 있다.
1억6390만원짜리 전기 대형 세단인 EQS 450+ 기본 가격에서 23.2% 할인한 1억2590만원에 팔리고 있다. 현금으로 결제 시 할인 금액은 3800만원에 달한다. EQS 450 4MATIC 모델은 22.1%(4200만원) 할인한 1억4800만원에 제공한다.
베스트셀링 모델 E클래스 할인 폭도 눈에 띈다. 벤츠는 정가 8640만원의 E 220d 4MATIC AMG 라인을 16.2%(1400만원) 할인해 7240만원에 판매한다. E 450 4MATIC 익스클루시브(1억1570만원)도 15% 할인 중으로 9834만원에 구입 가능하다.
이는 지난해 벤츠의 판매 정책과 완전히 다르다. 벤츠가 지난해 EQS 모델에 적용한 최대 할인율은 5% 수준에 불과했다. E클래스는 1% 할인을 제공했고, S클래스 등은 전혀 할인을 제공하지 않는 등 사실상 ‘무(無) 할인’ 정책을 펼쳐왔다.
벤츠는 할인 정책은 딜러사 소관이라며 선을 그으면서도, 올해 시장 상황이 지난해와 달라졌다는 것을 강조했다.
벤츠 관계자는 “딜러사 할인 정책에 관여하지 않는다”며 “다만 지난해엔 반도체 수급 어려움 등으로 공급자 우위의 시장이었으나, 올해는 고금리 상황 지속으로 소비자 수요가 얼어붙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할인 정책이 부풀려진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할인 제공은 맞지만 과장된 측면이 있다”며 “예컨대 할부 금융을 많이 사용했을 때 제공하는 할인 가격을 소비자가 일반 할인 가격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관련 업계에선 벤츠가 수입차 1위 타이틀을 사수하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시선도 있다. 벤츠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간 지켜왔으나, 올해는 BMW가 판매량 경쟁에서 소폭 앞선 상태다.
올 1월부터 10월까지 벤츠 판매량은 6만988대를 기록해 BMW(6만2514대)보다 1526대 적다. 이달과 다음 달 실적에 따라 얼마든지 1위 타이틀을 빼앗길 수 있다는 뜻이다.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벤츠는 순위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판매 정책을 보면 그렇지 않다”며 “지난해에도 BMW가 연말까지 판매량이 벤츠보다 많은 상황이었으나, 연말 프로모션을 통해 판매를 급격히 늘리며 결국 1위 타이틀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