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는 생산하는 지역과 양조 방법, 작물에 따라 다양한 맛을 낸다. 보통 지역명을 따 스코틀랜드의 ‘스카치’, 아일랜드의 ‘아이리시’, 미국 버번 켄터키의 ‘버번’이 알려져있다. 스카치나 버번이 오늘날에는 인지도가 높지만 사실 12세기 세상에 위스키를 처음 알린 인물은 아일랜드인이었다.
아일랜드는 1800년대 초 영국에서 가장 큰 증류주 시장이 만들어졌고 1800년대 후반에는 인근 국가로까지 명성이 퍼져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위스키로 아이리시 위스키가 꼽혔다. 그러나 1900년대 들어서 세계대전과 아일랜드 내전, 미국 금주령 등으로 한 순간 몰락의 길을 걷게됐다. 1960년대에는 대부분 증류소가 문을 닫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이 때 남아있던 3곳의 증류소가 의기투합해 ‘아이리시 디스틸러스’라는 이름으로 합병했다. 아이리시 디스틸러스는 기존 증류소를 모두 폐쇄하고 미들턴으로 이동했다. 기존 증류소가 위치한 더블린에서는 확장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미들턴 증류소가 위치한 곳은 인근에 높은 건물이 없고 던고니 강이 흐르며 위스키의 주원료인 보리가 많이 생산되는 지역이다. 현재까지도 미들턴 증류소는 지역 명소로 자리잡으며 아이리시 대표 브랜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증류회사 단 한곳으로 명맥을 유지한 아이리시 위스키는 최근 20여년 간 빠르게 과거의 명성을 되찾고 있다. 고난을 이겨낸 위스키로 불릴 만 하다. 1970년대만해도 아일랜드 증류소는 두 곳밖에 없었지만 현재 18곳으로 늘었고 16곳이 건설 중이다. 대표 증류소인 미들턴의 경우 1998년도 기준 50만상자 정도를 판매했지만 현재 연간 1000만 상자를 판매하고 있다.
아이리시 위스키는 아일랜드에서 증류해야 하며 몰트를 포함한 곡물을 사용하고 오크통에서 최소 3년 이상 숙성해야 한다. 병입시 도수는 최소 40도를 넘어야 한다. 과거 생 보리에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아 발아보리인 몰트와 혼합해 만들던 것이 아이리시 전통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양조 방식은 팟스틸, 그레인, 몰트 위스키로 곡물에 따라 차이를 둔다. 몰트와 보리, 옥수수 등 작물을 넣어 만드는 그레인 위스키는 연속식 증류기를 쓰고 보리로만 만드는 팟스틸과 그레인 위스키는 구리 단식 증류기로 만든다. 미들턴의 경우 연속식 증류기의 높이가 44m에 달하며 증류액이 94%로 팟스틸과 그레인에 비해 알코올도수가 훨씬 높다. 부흥과 몰락에 이어 부활에 성공한 아이리시 위스키가 또 어떤 이야기를 담아나갈지 기대된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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