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제약사들이 덴마크계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의 블록버스터 비만치료제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타이드)와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 바이오시밀러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두 제품의 물질특허 만료일이 얼마 남지 않은 데다 미국 기준으로 한 달 처방에 100만원 이상이 드는 오리지널 제품과 비교해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어서다.
가장 먼저 특허만료를 앞둔 물질은 작년 기준 글로벌 비만약 1위 삭센다의 주성분인 리라글루타이드(liraglutide)다. 리라글루타이드는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키고 위에서 음식물 배출을 지연시켜 식욕을 억제하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유사체로, 연내 미국과 유럽에서 물질특허가 만료된다.
앞서 노보노디스크는 2009년 리라글루타이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당뇨약 ‘빅토자’를 승인받고 2017년에는 용량을 늘린 비만치료제 ‘삭센다’의 품목허가를 받았다. 당초 당뇨병 치료제로 주목받았던 리라글루타이드가 식욕 억제 성분으로 비만 치료에 효과를 보이면서다.
삭센다는 최근 경쟁 약물인 위고비가 등장하며 위세가 꺾였지만 여전히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작년 삭센다의 연 매출액은 107억 크로네(약 2조원)로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의 약 절반을 차지한다.
특허가 곧 만료되는 미국에선 이르면 내년 상반기 리라글루타이드 성분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이 나올 예정이다. 비아트리스, 테바, 노바티스 등 글로벌 제약사 3곳이 노보노디스크와 법적 분쟁 끝에 2024년부터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출시하는 내용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 제약사가 출시했거나 할 예정인 제품은 비만치료제 삭센다가 아닌 당뇨병 치료제 빅토자의 바이오시밀러다. 삭센다는 빅토자와 성분은 같지만 용량이 약 두 배 더 많고, 물질 외 다른 특허로도 보호받고 있어 출시 가능한 시기가 늦어져서다. 이미 특허가 만료된 중국에선 화동메디신(Huadong Medicine)이 지난 3월 빅토자 바이오시밀러의 품목허가를 받은데 이어 지난 7월에는 비만치료 적응증을 확보했다.
다수 글로벌 제약사들은 삭센다의 특허 장벽을 허물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현재 테바, 바이오콘 등은 FDA에 삭센다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허가신청(ADND)을 냈고 현재 노보노디스크와 특허 분쟁 중에 있다. 해당 분쟁 결과나 개별사 간 합의에 따라 삭센다 바이오시밀러 출시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리라글루타이드와 같은 GLP-1 계열의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의 위고비 바이오시밀러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위고비는 국내에서 지난 5월 허가받았지만 아직 출시되지 않은 상태이고, 미국에서는 2032년, 유럽과 일본에서는 2031년, 아시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선 2026년 특허가 만료된다.
특허만료가 가장 빠른 중국 출시를 위해 현지 제약사뿐만 아니라 국내 제약사까지 개발에 뛰어들었다. 앞서 빅토자 바이오시밀러를 출시한 화동메디신은 현재 세마글루타이드 바이오시밀러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화동메디신은 작년 노보노디스크가 보유한 위고비의 특허 일부가 유효하지 않다고 낸 소송에서 승소하며 위고비 바이오시밀러 출시에 한 발 가까워진 상태다.
국내에서도 펩타이드 바이오시밀러 개발사 펩진이 중국 시장 진출을 노리고 위고비 바이오시밀러(PG004) 개발에 착수했다. 지난 7월 공정 개발 작업을 완료했고 임상시험 등의 과정을 거쳐 2026년 중국, 2028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한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는 “비만치료제는 보톡스처럼 미용 측면에서 지속적인 수요가 있다”며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의약품 보다 가격이 낮게 책정되는 만큼 비만치료제 바이오시밀러의 시장성이 충분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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