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동에너지극한제어연구단 10년간 연구
필름 형태 변형 자유로운 스텔스 물질 개발
기존 방식 대비 전자파 차단율 90% 달해
현재 해군 함정에 적용해 실증연구 진행
2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면 세계 군사력 2위 러시아가 세계 22위 수준 우크라이나를 왜 단숨에 제압하지 못하는지 의문이다.
러·우 전쟁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세계 다른 국가들의 지원과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 경제 제재 등 외적 변수가 많아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승기를 잡기 힘든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현대전(戰)에서 가장 중요하게 손꼽는 무기의 현대화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전쟁 초반 우크라이나가 활용한 무인기(드론)는 러시아군 보급로를 직접 타격해 전쟁을 장기화로 끌어갔고, 원정 전쟁에 나선 러시아군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효과를 거뒀다.
우·러 전쟁이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하마스) 전쟁을 보면 현대 국방력의 방향성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앞으로의 전쟁 승패는 결국 ‘스텔스(stealth)’ 기능이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보이는 적과 보이지 않는 적의 싸움에서의 승자는 불 보듯 훤하기 때문이다.
현재 군에서 사용하는 감지장치(레이더)는 방사(放射)한 전자파가 물체(전투기 등)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것을 감지해 그 파장의 크기 등으로 해당 물체 성질을 추정한다. 현대 스텔스 기술의 핵심은 물체에 부딪혔을 때 반사되는 전자파의 양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현재 군에 적용하는 스텔스 기술은 단연 미국이 앞서가고 있다. 현재 미군이 사용하는 스텔스는 도료(페인트)를 전투기에 도포해 전파(전자파)를 튕겨 나가도록(굴절시키는) 하는 방식이다.
굴절 방식 대신 ‘흡수’…레이더 전자파 90% 줄여
최근 메타물질을 연구해 온 파동에너지극한제어연구단(CAMM)에서는 전자파를 굴절시키는 방식이 아닌 ‘흡수’하는 스텔스 물질 개발에 성공했다.
참고로 메타물질은 전자기파, 역학파와 같은 파동의 파장보다 작은 인공 구조물을 만들어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물성을 구현하는 차세대 소재다. 물질이 갖는 본연의 성질(물성)을 변형하거나, 자극을 줘서 새로운 물성을 갖게 만드는 방식이다. 기존 물성을 변형시켜 제어하고자 하는 목표물(음파, 전자파, 초음파 등)에 맞춤형 성질을 갖도록 하는 물질이다.
최근 CAMM은 가로·세로 각각 30㎝ 크기 필름 형태의 마이크로파 대역 전자기파를 흡수하는 스텔스 물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해당 물질은 레이더 전파를 최대 90%까지 흡수한다. 전파 흡수는 물질 고유의 전자기적 특성을 주파수에 따라 인위적으로 조절해 입사된 전자파를 흡수해 열손실로 소산(燒散)시키는 방식이다.
CAMM 설명에 따르면 신소재 중 하나인 ‘그래핀’을 바탕으로 가공해 만든 해당 물질로 마이크로 대역 전자기파를 흡수한다. 폴리이미드 플라스틱 기판에 일반적인 전도성 잉크를 활용해 생산이 용이하고 소재 가격에서도 경쟁력이 갖는다.
얇은 필름 형태라 기존 물질 사이에 끼울 수 있고, 곡선 등에도 형태 변질 없이 사용할 수 있다. 기존 소재보다 5분의 1 이상 얇아 10dB 이상 음향도 흡수할 수 있다. 덕분에 전투기 기체 스텔스 기능은 물론 잠수함용 수중 흡음판과 소음기 등에도 적용할 수 있다.
CAMM 자체 실험 결과에서는 자연계 물질 영역보다 더 넓은 파장대 전자파도 흡수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과학연구소 부소장과 한국기계연구원장을 지낸 최태인 연구위원은 “(레이더 전파) 90% 은폐는 사실상 연구 단계에서 할 수 있는 작업을 마쳤다는 뜻으로 전투기, 함정 등 국방산업 활용을 추진하고 있다”며 “앞으로 최적화 연구와 함께 보완 연구가 이뤄진다면 은폐율도 높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CAMM에서 개발한 스텔스 물질은 최근 실증화 단계에 돌입했다. 해군과 연계해 군함 일부에 스텔스 메타물질을 장착해 성능을 테스트할 예정이다. 해당 군함에서 실제 운용환경 적합성을 검증 중인데, 함정 적용 RCS 저감 효과는 별도로 분석하고 있다. 참고로 RCS는 레이더 산란 단면(Radar Cross Section)을 일컫는 것으로 어떤 물체가 전파를 얼마나 많이 반사하는지를 나타낸다.
이학주 CAMM 단장은 “메타물질을 적용하면 기본소재로 개발한 장비 성능을 30~40% 이상 향상할 수 있다”며 “미국과 유럽 등은 초기부터 연구를 수행해 현재는 중점연구분야로 분류해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은 우리 연구단을 중심으로 메타물질 설계와 제작, 시험 기술을 종합적으로 개발 중인데 지난 8월 이후 정부 지원이 끝나 차기 연구과제를 수행하기에 어려움이 있다”며 “국가전략에 따라 적극적으로 메타물질을 중장기 연구개발 과제로 설정하고 꾸준한 연구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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