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테슬라가 광고하기를 원한다. 광고를 통해 얻는 것이 없진 않겠지만, 사실상 효과가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에게 ‘훌륭하지만 그들이 살 수 없는 차’에 대해 알려주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말로 해결해야 할 문제는 차를 싸게 만드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10월 18일(현지 시간) 3분기 ‘어닝쇼크’를 알리며 고충을 토로했다. 이날 테슬라가 발표한 3분기 영업이익은 17억6400만 달러(약 2조37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52% 감소한 규모다. 머스크의 발언을 기점으로 테슬라 주가는 9거래일 동안 22.56% 급락했다. 글로벌 전기차 대장주 테슬라 주가가 급락하면서 전기차업계 분위기도 얼어붙고 있다. 내년 전기차 판매 전망이 하향을 그리면서 관련 기업의 주가가 급락하는 양상도 반복된다.
전기차 시장의 둔화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차량 판매 가격이 꾸준히 하락하는 동시에 소매 판매 점유율도 꺾인 것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콕스오토모티브에 따르면 1월 5만8725달러(약 7880만 원)에 달하던 전기차 평균 판매 가격은 9월 5만683달러(약 6800만 원)까지 하락했다(그래프 참조). 고금리 장기화 여파로 경기둔화 징후가 나타나면서 소비자들이 고가형 전기차 구매를 피한 탓이다. 지난해 9월 전기차 평균 판매 가격이 6만5000달러(약 8730만 원)임을 고려할 때 1년 사이 전기차 평균 판매 가격은 22% 하락했다.
그사이 하이브리드 차량이 대체재로 부상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JD파워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격히 늘어난 전기차 소매 판매 점유율 증가세가 올해 들어 꺾이기 시작했다(표 참조). 특히 상대적으로 저렴한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가 늘면서 3분기 전기차의 소매 판매 점유율을 추월하는 현상도 관측됐다.
시장에서는 전기차 판매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수정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2위 차랑용 반도체 기업 온세미컨덕터가 수요 둔화를 이유로 4분기 실적 전망을 하향한 것이 대표적 예다. 온세미컨덕터 측은 10월 30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수요 감소를 이유로 4분기 실리콘 카바이드(SiC) 부문 매출이 당초 전망치인 10억 달러(약 1조3400억 원)에서 8억 달러(약 1조740억 원)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고, 당일 주가는 21.77% 급락했다.
LG에너지솔루션, CATL과 함께 ‘글로벌 톱 3 배터리 기업’으로 꼽히는 파나소닉 역시 같은 날 전기차 수요 둔화를 이유로 9월까지 일본 내 배터리 생산을 줄였다고 밝혀 시장은 충격에 휩싸였다. 파나소닉 배터리는 테슬라의 고급 차종 모델X와 모델S에 사용된다.
완성차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당초 테슬라는 2024년 전기차를 230만 대 인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대비 50만 대 증가한 수치인데, 최근 이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확산하고 있다. 미국 투자회사 번스타인의 토니 사코나기 애널리스트는 “테슬라가 가격을 16% 인하해야 잉여현금흐름의 적자 없이 충분한 수요를 이끌어낼 수 있을 텐데, 가격을 추가 인하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분석했다. 테슬라는 이미 올해 전기차 인도량을 50만 대 늘리는 과정에서 차량 가격을 16% 낮췄으며, 이에 영업이익률도 7.5% 하락했다.
테슬라보다 영업이익률이 낮은 완성차업체는 상황이 더 나쁘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전기차 관련 계획을 연기하거나 축소하고 있다. GM은 10월 26일 혼다와 공동개발 중인 보급형 전기차 개발 프로젝트를 백지화했다. 미국 미시간주에 짓기로 한 전기차 공장의 가동 시점도 1년 늦출 전망이다. 폭스바겐 역시 2026년 독일 볼프스부르크 신규 공장 건설 계획을 취소하는 한편, 전기차 생산 계획도 축소한다고 밝혔다.
“전기차는 팔수록 적자”라는 목소리도 업계에서 나온다. 포드는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전기차 사업부 ‘e-vem’이 13억 달러(약 1조7400억 원) 손실을 입었다고 밝혔다. 전기차 가격 경쟁이 심화하면서 차량 판매에도 적자가 나타난 것이다. 존 롤러 포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0월 26일 3분기 콘퍼런스 콜에서 “앞으로 전기차 생산 능력 확대 시점을 공개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수익성과 성장, 투자 회수 등에 균형을 맞춰 전기차 사업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포드는 당초 올해 말까지 연간 60만 대 전기차를 생산하기로 계획했지만 최근 목표 시점을 2024년 하반기로 미뤘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판매량을 높이려면 가격 인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른바 ‘반값 전기차’가 시장에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나 일반 자동차에 비해 전기차의 가성비가 떨어지는 것이 문제인 만큼, 한동안 완성차업체 사이에서 출혈 경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전기차용 변속기 등 가격을 인하할 수 있는 여러 신기술 개발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이차전지 기업들은 ‘전기차 업황 둔화’에 ‘리튬 가격 하락’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당 581.5위안(약 10만6440원)까지 치솟았던 중국 탄산리튬은 올해 10월 30일 155.5위안(약 2만8460원)으로 급락했다. 1년 사이 리튬 가격이 73.26% 떨어진 것이다. 시장에서는 리튬 가격 하락세가 4분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차전지 대장주 에코프로는 9월과 10월 각각 주가가 28.32%, 31.19% 급락해 60만 원 선이 깨지기도 했다(표2 참조).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이 8월 3일 매도 리포트를 내며 제시한 목표주가 55만5000원을 목전에 둔 것이다. 포스코홀딩스와 LG에너지솔루션 등 한국 주요 이차전지 관련 기업도 10월 주가가 20% 전후로 하락했다. 주가 하락이 가장 큰 에코프로는 고점 대비 주가가 반토막 난 상황이다.
단기간 주가가 급락하면서 많은 투자자가 손실을 보고 있다. 10월 31일 기준 NH투자증권을 이용한 투자자 중 4만9314명이 에코프로에 투자했는데, 이들의 평균 수익률은 -5.37%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에코프로 투자자의 78%가 손실을 보고 있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11월 2일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국내 이차전지 관련주의 주가가 일제히 반등했다. 증권업계는 이차전지 투자에 신중할 것을 주문한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고금리 기조가 예상보다 장기화될 수 있는 만큼 그 여파를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며 “단순히 주가가 많이 빠졌다고 반등을 기대해 매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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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주간동아 1413호에 실렸습니다〉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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