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이 최근 주력 품목인 당뇨병 치료제 ‘자누비아’의 매출이 감소하면서 이를 상쇄하기 위해 제네릭, 건강기능식품 등 신제품을 대거 출시했다. 업계에선 자누비아의 바통을 이어받을 차세대 블록버스터(연 매출액 100억원 이상) 제품으로 황반변성 치료제 ‘루센비에스’, 천연물 위염 신약 ‘지텍’ 등이 거론된다.
2일 비즈워치가 올해 상반기 종근당이 출시한 신제품을 집계한 결과 ‘이뮨 듀오 멀티비타맥스’, 고혈압고지혈증 4제 복합제 ‘누보로젯정’ 등 무려 20개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20년 한 해 동안 출시한 신제품보다 5개 더 많은 제품을 반년 만에 낸 셈이다.
종근당이 올 상반기에 신제품 출시에 집중한 이유는 지난 2016년부터 종근당의 매출 1위 품목이던 당뇨약 자누비아(성분명: 시타글립틴)의 특허가 최근 만료되면서 매출에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3분기 자누비아(시타글립틴 복합제 자누메트 포함)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7.8% 감소한 26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9월 특허 만료로 같은 성분의 제네릭의약품이 건강보험 급여목록에 등재되며 자누비아의 약가가 30% 인하된 탓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 제네릭의약품과 경쟁이 불가피해지면서 추가적인 매출 하락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건강보험 급여에 등재한 시타글립틴 성분 단일 및 복합제는 8월 20개에서 물질특허가 만료된 9월 239개, 10월 534개 등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자누비아와 함께 종근당의 매출 양대축을 맡던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의 구원투수 역할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계약 초기와 비교해 ‘케이캡’의 몸값이 크게 뛰면서 올 연말 원개발사 HK이노엔과 재계약 과정에서 공급가 인상이 예측되고, 양사가 접점을 찾지 못할 시 파트너십이 종료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전과 같은 외형을 유지하기 위해 종근당은 다른 주력제품의 성장을 이끌어내면서 자누비아의 매출 하락분을 상쇄할 수 있는 새 품목이 필요한 상황이다. 종근당이 올 상반기 출시한 품목 중 3분기 누적 매출액 기준으로 가장 큰 성과를 낸 제품은 보령바이오파마와 코프로모션 계약을 맺고 판매 중인 독감백신 ‘보령플루V 테트라백신주’다. 3분기 누적 54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하지만 보령플루 역시 타사 품목인 만큼 자체 품목을 키워야 하는 것이 종근당의 최대 과제다.
자체 개발한 전문의약품(ETC) 중에선 황반변성 치료제 루센티스(성분명: 라니비주맙)의 바이오시밀러 ‘루센비에스’가 누적 매출액 20억원으로 선두에 있다. 종근당은 지난해 처방액 기준 300억원 규모의 국내시장을 넘어 동남아, 중동아시아 등으로 루센비에스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이르면 연내 급여등록이 예상되는 천연물 위염 신약 ‘지텍’도 종근당의 차세대 블록버스터 품목으로 주목 받는 제품 중 하나다. 지텍은 지난 임상 3상에서 국내 위점막보호제 시장 1위인 동아에스티의 ‘스티렌(성분명: 애엽95% 에탄올연조엑스)’보다 우수한 위염 치료 효과를 확인한 바 있다. 종근당은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지텍 출시를 위한 약가협상 중에 있다.
다만 인지도가 낮은 신제품 특성상 출시 초기 단계서부터 점유율을 확보하기 어려워 종근당이 자누비아의 매출 하락폭을 상쇄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통상 신제품은 마케팅, 홍보 등 초기 판촉비가 많이 들어 자체제품의 이점인 고마진율을 단기간에 달성하기 힘들다.
키움증권 허혜민 연구원은 “올해 자체 신제품들의 출시가 이어지며 자누비아의 매출 하락을 점차 상쇄할 것으로 보이나 신제품의 특성상 점진적으로 매출이 증가하는 만큼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종근당 관계자는 “자누비아의 매출액이 줄었지만 다른 주력품목이나 신제품들이 성장하면서 3분기 전체적인 실적을 견인했다”며 “자누비아의 매출 하락분을 상쇄하는데 집중하기보다 좀더 거시적인 측면에서 판매 품목을 고르게 성장하기 위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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