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전기차가 팔리는 유럽 시장을 노리고 동유럽에 생산 전초기지를 세우는 기업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인건비가 비싼 서유럽 대신에 인접 지역을 거점으로 삼는 ‘니어쇼어링’에 나선 것이다. 유럽 시장을 노리는 한국 기업이라면 중국이나 동남아시아보다 동유럽에 생산 거점을 마련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일 재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2016년 폴란드 브로츠와프시에 공장을 지으면서 처음 유럽에 진출했다. 현재 이 공장의 연간 생산 규모는 90GWh(기가와트시)까지 늘어났다. LG에너지솔루션은 추가 투자를 통해 2025년까지 생산 능력을 115GWh로 키울 계획이다.
헝가리에서는 SK온과 삼성SDI가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SK온은 코마롬에서 17.5GWh 규모의 공장을 운영 중인데, 내년 가동을 목표로 이반처에 30GWh 규모의 공장을 짓고 있다. 삼성SDI도 2017년부터 가동 중인 괴드 1공장(30GWh 추정)에 이어 최근 2공장도 부분 가동에 들어갔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동유럽은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 주요 완성차 생산 시설들이 자리 잡고 있다”며 “인건비 부담도 덜하지만 무거운 배터리의 효율적인 유통 판매를 위해서는 공장을 짓기에 제격”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이유로 소재 기업들도 동유럽에 앞다퉈 진출하고 있다. SKIET는 2021년 10월부터 폴란드 동브로바구르니차에서 분리막 1공장을 돌리기 시작했고, 내년 초 2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다. 3∼4공장도 내년 중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C 역시 내년 완공을 목표로 폴란드에 연산 5만 t 규모의 동박 공장을 짓고 있다. 한국 배터리 및 소재 기업 약 10곳이 동유럽에 진출했거나 진출할 예정이다.
최근 폴란드,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주요국의 실업률은 5% 안팎이다. 이직자, 구직자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완전고용’ 수준으로 보는 3%에 거의 근접한 것이다. 이철원 대외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글로벌 기업들의 누적된 투자로 지금은 현지 인력만으로는 충당이 안 돼 벨라루스, 세르비아 등 인접 국가로부터 인력을 들여오고 있을 정도”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는 이마저도 불확실성이 커져 아시아로까지 인력 수급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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