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은 아빠 관점에서 5인 이상 가족이 함께 타는 차를 고려할 때 ‘미니밴’ 장르는 독보적이다. 국내 미니밴 시장을 사실상 독점한 차는 단연 기아 카니발이다. 하지만 카니발은 2.2리터 디젤과 3.5리터 가솔린 파워트레인만 나와 있는데 복합연비가 각각 리터당 13.1km, 9.1km 수준으로 썩 좋지 않다. 게다가 승합차 느낌이 나는 2열 승차감도 오랜 지적 사항이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만 해도 우리나라와 달리 미니밴 시장이 많이 발달해있다. 경형부터 대형, 고급 미니밴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그 중 하이브리드 기술로 유명한 토요타에는 ‘시에나’라는 대표 미니밴이 있다. 시에나는 세련미는 부족하지만 뛰어난 연비와 2열 승차감이 최대 무기다. 올해로 4세대를 맞이한 7인승 미니밴 토요타 시에나를 시승을 통해 살펴봤다.
■미니밴을 사는 이유…가족과 함께하는 넓은 공간
토요타 시에나는 미니밴이지만 얌전한 생김새는 아니다. 실용성과 편안함을 유지하면서도 대표 세단 ‘캠리’에서 봤던 날선 눈매와 거대한 그릴로 존재감을 어필한다. 전면 Full LED 헤드램프가 측면까지 이어지는 디자인에서 토요타 느낌을 보존했고, 측면에는 우락부락한 캐릭터 라인을 넣어 개성을 더했다. 시승 차량은 AWD 모델로 17인치 알로이 휠이 적용돼 멋스러움 보다는 승차감에 중점을 둔 의도가 보인다.
차량 사이즈는 전장 5,175mm, 전폭 1,995mm, 전고 1,775mm, 휠베이스는 3,060mm 사이즈다. 경쟁 차종 카니발보다 전장이 20mm 길고 휠베이스는 30mm가 짧다. 우리가 미니밴을 택한 이유는 역시 드넓은 실내에 있다. 시에나 1열은 운전자 중심 수평적 구조를 적용했고, 센터페시아에만 컵홀더가 4개, 좌우 도어에 2개씩 있는 점은 이 차가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 말해준다. 전반적인 느낌은 요즘 나오는 신차처럼 세련되진 않으나, 실용성에 중점을 두고 있어 불편함이 없다.
시에나는 미니밴 모델인 만큼 2열 승객의 편안함에 집중한 차다. 최대 624mm까지 앞뒤로 움직이는 슈퍼 롱 슬라이드 시트로 다양하게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 여기에 리클라이닝 기능을 더해 3열 시트를 폴딩하고 뒤로 끝까지 밀면 최상의 안락함을 느낄 수 있다. 대부분 대형 SUV에서 볼 수 있는 3열은 성인 남성이 앉기 힘든 경우가 많은데 미니밴은 그렇지 않다. 3열 시트 역시 등받이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점은 미니밴을 선택하는 이유다.
■미니밴답지 않은 주행감…2열 승차감 놀랍네!
시에나 운전석에 앉아 시동 버튼을 누르니 계기판 바늘은 움직이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다. 하이브리드(이하 HEV)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시동이 걸린 건지 되물을 정도다. 토요타가 자랑하는 HEV 기술 덕에 저소음, 저진동이라는 특권을 누린다. 시승차에 적용된 전자식 사륜구동 E-Four 시스템은 주행 상황에 따라 후륜에 토크를 적절히 배분한다. 덕분에 코너 상황이나 미끄러운 도로에서도 안정적인 주행을 경험하게 해줬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2열 승차감과 과속방지턱을 넘는 솜씨다. 특히 하체가 탄탄한 느낌이 인상적이다. 제법 가파른 과속방지턱을 조심성 없이 넘어도 덜컹거리지 않는데 마치 세단을 타고 넘는 느낌이 들 만큼 안정적이고, 서스펜션이 재빨리 제자리를 찾는다. 시에나는 TNGA 플랫폼을 적용해 무게중심을 낮추고 차체강성은 높였다. 여기에 트레일링암이 적용된 더블위시본 서스펜션으로 2·3열 승차감까지 챙긴 재주꾼이다. 안전한 운전을 돕고 사고를 예방하는 토요타 세이프티 센스는 긴급 제동 보조, 다이내믹 크루즈 컨트롤, 차선 추적 어시스트까지 똑똑하게 해낸다.
■2.5톤 사륜 구동 미니밴에 하이브리드를 얹었다!연비는?
시에나는 2.5리터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를 조합한 HEV 파워트레인이 가장 큰 무기다. 최대 출력 246마력, 토크는 24.1kg·m을 발휘하며, 2WD와 AWD까지 2가지 트림으로 출시됐다. 시승한 모델은 AWD 모델이지만 가장 기대되는 부분은 역시 연비다. 주행을 에코 모드로 설정한 뒤 경기도 용인에서 서울 잠실까지 왕복 100km 구간에서 찍힌 연비는 리터당 19km다. 공차 중량 2.2톤에 달하는 미니밴 치고 놀라운 연비다.
이번에는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고 달려봤다. 특별히 계기판이 새빨갛게 변하거나 하는 감성적인 만족감은 약하다. 계기판 하단에 녹색이던 줄이 빨간색으로 바뀌는 정도다. 주행감에서 드라마틱한 변화는 느끼기 어렵다. 연비는 리터당 17.8km 수준으로 소폭 낮아졌다. 시에나의 2.5리터 가솔린 엔진은 힘주어 가속해보면 소음이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다. 특히나 미니밴 형태 특성상 엔진룸이 운전석과 가까운 이유도 있다. 하지만 이런 차를 가지고 스포티한 주행을 즐기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온 가족과 함께 차분한 주행으로 여행을 즐기며, 넓은 공간과 뛰어난 연비를 누리고 싶다면 딱 맞는 선택이겠다.
시에나 판매가격은 편의 사양이 빠진 AWD 모델이 7천50만 원, 풀옵션을 갖춘 2WD 모델은 7천60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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