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실제 크기의 슈퍼널 UAM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17일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2023’에서 만난 신재원 현대자동차 미래항공모빌리티(AAM)본부장(사장)은 이 같은 계획을 공개했다. 현대차그룹의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전문 계열사인 미국 슈퍼널은 이번 ADEX에서 인테리어 콘셉트를 공개했는데, 내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릴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4’에서 실물을 보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신 사장은 “슈퍼널의 UAM은 현대차 제네시스 등과 함께 좌석 재질이나 디자인, 색상 등에서 많은 협력을 했다”며 “자동차그룹의 특성을 잘 살렸다는 호평을 많이 받았다”고 소개했다. 슈퍼널이 이번에 공개한 콘셉트 모델은 나비 모양에서 영감을 받아 5인승으로 디자인됐다. 좌석은 친환경 소재로 만들었고, 베이지 색상을 활용해 아늑한 분위기를 줬다. 좌석이라는 느낌보다는 가구를 배치한 것 같았다. 디지털 스크린으로는 비행 정보 등을 보여줬다. 기존 항공기와 인테리어나 분위기 등이 사뭇 달랐다. 마치 고급 자동차에 탄 느낌이랄까.
현대차는 UAM 등 미래 항공 모빌리티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2019년 현대차그룹에 UAM사업부가 생겼고, 미 항공우주국(NASA) 출신인 신 사장에게 수장을 맡겼다. 지난해엔 사업부가 AAM본부로 격상됐다. 신 사장은 “2024년 말부터 본격적인 실증을 시작하고, 2025년 말 다양한 종류의 기체와 디자인 등을 발전시킬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UAM은 실제로 날려봐야 한다”면서 “2026년 최종 제품에 근접한 시제기를 바탕으로 시험 비행에 나서 각종 인증을 완료한 뒤 2028년 본격적인 비행을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UAM은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산업이지만, 불확실성도 크다. 미국과 유럽의 깐깐한 비행 인증을 통과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신 사장은 “미국과 유럽도 새로운 모빌리티 인증에 대한 시스템과 규칙을 만들어가는 단계여서 인증이 빠를 수도 있고 늦어질 수도 있다”며 “UAM은 뉴욕 시장이 다르고, 로스앤젤레스(LA) 시장이 다른 만큼 시장별 분석이 매우 중요해 급진적으로 추진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현대차가 내년 CES에서 UAM 실물을 공개하는 것은 ‘CES 2020’에서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발표한 이후 4년 만이다. 그동안의 개발 성과에 자신감이 생겼다는 방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항공 모빌리티 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는 시선도 있다.
신 사장은 “헬기는 산불 진화나 응급 등 목적에 따라 투입되지만 버스처럼 특정 노선, 특정 시간에 정기 상용 노선으로 운영하진 못한다”며 “UAM은 이것이 가능하다. 게다가 매연과 소음이 적어 대중적 만족도가 높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슈퍼널은 UAM 인프라 구축을 위해 국내 기업들과의 협업에도 활발히 나서고 있다. 슈퍼널은 18일 현대위아와 UAM 착륙시스템 개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17일엔 대한항공과 국내 UAM 운항 생태계 구축을 위한 MOU를 맺고 기체 개발에 필요한 ‘기술적 요구사항’을 협의하기로 했다. 또한 향후 UAM 시장에 적용 가능한 시스템과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성남=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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