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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뭐약]대일밴드·까스활명수의 공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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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밴드 주세요.”

약국에서 반창고를 살 때 이렇게 얘기하는 분들 아직도 많으실 겁니다. 과거 대일밴드는 상처에 붙이는 국산 일회용 반창고의 원조였던터라 현재도 중장년층 사이에서는 ‘반창고=대일밴드’라는 인식이 깊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대일밴드 외에도 ‘까스활명수’, ‘에프킬라’ 등 유사 상품 전체를 대신해 보통 명사처럼 불리는 제품들이 있습니다. 해당 제품을 만든 회사 입장에선 이름이 널리 알려져있으니 별다른 홍보가 필요 없을 것 같지만 속사정은 전혀 다르다고 합니다. 유사한 이름의 카피제품을 내는 후발업체들로부터 상표권을 쉼 없이 지켜내야 하기 때문이죠.

‘대일밴드’ 상표의 주인은 누구

대일밴드는 가정에서 손이 베이는 등 가벼운 상처에 사용하는 대일화학공업의 일회용 건식 밴드입니다. 1970~1980년대 국내 일회용 반창고 시장을 주름잡으면서 중장년층 사이에서 일반 명사처럼 불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인지도를 노리고 당시 동일한 이름으로 일회용 반창고를 출시한 후발업체들이 많았는데요. 2002년 설립된 대일제약도 대일밴드라는 이름으로 일회용 반창고를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대일화학공업은 ‘대일밴드’로 국내 일회용 반창고 시장을 꽉 잡고 있었지만 동일한 이름의 경쟁 제품들이 쏟아지면서 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했고 2013년 결단을 내립니다. 대일이란 상표를 쓸 수 없도록 대일제약을 상대로 소송에 나선 것이죠. 이에 대일제약은 이미 여러 업체가 대일이란 상표를 일회용 밴드에 쓰고 있는 만큼, 대일밴드라는 표기는 일회용 밴드 전체를 지칭하는 명칭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상표법 제51조에 따르면 특정 상표권이 동일한 상품을 통칭하는 보통명사가 되면 식별력을 상실해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상표 독점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뜻인데요. 이 때문에 1974년 초코파이를 처음 출시한 제과업체 오리온은 롯데제과와 상표권 소송에서 패소해 경쟁사들이 초코파이라는 이름을 쓰는 걸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죠.

그러나 대일의 경우 법원은 소비자 인지도 조사 등을 인용하며 대일밴드가 일회용 밴드를 지칭하는 보통명사가 아닌, 대일화학공업의 특정 상품을 지칭한다고 판결 내립니다. 그러면서 대일제약을 포함한 후발주자가 대일이란 표지를 일회용 밴드에 쓸 수 없도록 했죠. 대일제약이 이에 항소하지 않아 사건은 종료됐고, 대일화학공업은 상표권을 지켜낼 수 있게 됐습니다.

광고문구 18자 상표 등록한 동화약품

대일밴드가 일회용 밴드의 대명사라면 동화약품의 까스활명수는 액상소화제를 대표하는 상품인데요. 까스활명수의 시초는 1897년 대한제국 시기에 만들어진 액상소화제 ‘활명수’입니다. 그동안 ‘생명수’, ‘활명액’ 등 활명수를 따라한 유사 제품은 많았지만 동화약품에 큰 위협이 되지 않았는데요.

삼성제약이 액상소화제에 탄산을 넣어 만든 ‘까스명수’가 시장에 출시되면서 시장은 뒤집힙니다. 까스명수는 청량감을 주는 탄산을 첨가하는 결정적 한 수를 두면서 까스활명수를 누르고 시장 1위를 차지합니다. 이후 동화약품도 시장 트렌드를 따라 ‘활명수’에 탄산을 넣은 ‘까스활명수’를 출시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까스활명수’나 ‘까스명수’를 별다를 것 없이 인식했고 동화약품은 브랜드 이미지를 되찾기 위한 노력을 시작합니다. 1997년 대대적으로 내세웠던 “부채표가 없는 것은 까스활명수가 아닙니다”라는 광고 캠페인이었습니다. 나아가 동화약품은 해당 카피문구 18자를 통째로 상표 등록하기도 했죠. 동화약품은 이를 통해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꾸는 데 성공했고, 굳건한 시장 1위를 점하게 됩니다. 

동화약품의 액상소화제 ‘까스활명수’ /사진=동화약품

사실 동화약품은 1910년 ‘부채표’를 국내 최초로 상표 등록한 상표 근대화의 선두 주자이기도 합니다. 가정용 살충제인 ‘홈키파’와 ‘홈매트’는 과거 동화약품의 제품이었습니다. 동화약품은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당시 300%가 넘던 부채비율을 안고 있었는데요. 1998년 가정용 살충제인 ‘홈키파’와 ‘홈매트’의 상표권과 생산공장을 미국 크로락스사에 376억원에 매각하면서 경영 정상화의 기틀을 다시 잡을 수 있었습니다.

시장을 잡고 있는 제품의 막강한 인지도 때문에 상표권을 사고 판 사례는 또 있는데요. 1998년 국내 가정용 살충제 시장의 60%를 차지했던 삼성제약의 가정용 살충제 ‘에프킬라’를 미국 존슨앤드존슨의 한국법인이 약 387억원에 사들이기도 했죠.

잘 지은 ‘제품명’, 충성도로 이어져

한 번 소비자들에게 각인된 제품명은 고객 충성도가 쌓이면서 안정된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게 되고 시장에서의 입지도 탄탄해집니다. 제품명이 하나의 브랜드처럼 자리잡게 되는 거죠. 문제는 다른 회사들이 유사한 이름으로 경쟁제품을 출시하면서 고객들이 이탈하는 경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국내에서만 매년 9000건 이상의 상표권 분쟁이 일어나고 있죠. 이에 회사들은 제품 출시 전 미리 상표출원을 하고 출시 이후에는 상표권 침해 소송 등 상표권을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특허법인 비엘티(BLT) 서일효 변리사는 “상표에는 제품의 이미지부터 브랜드, 기업의 문화 등 여러 요인이 녹아져 있다 보니 단순한 제품 홍보 이상의 가치가 담겨져 있다”며 “상표는 보통명사처럼 많이 쓰이게 되면 상표 효력이 상실될 수 있어 등록상표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하는 등 등록 이후에도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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