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글로벌 전기차 생산기지를 한국과 중국 등 2곳에서 2025년부터 전 세계 8곳으로 확장한다. 전기차 시대가 빠른 속도로 열리고 있는 만큼 현지 시장에 적합한 차종을 적기에 공급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기아는 또 중소형 모델인 ‘EV3’, ‘EV4’, ‘EV5’를 2024, 2025년 잇달아 출시하면서 국내 전기차 대중화를 앞당기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12일 경기 여주시 마임비전빌리지에서 개최된 ‘2023년 기아 EV 데이’에서 “2025년까지 글로벌 EV(전기차) 생산 거점을 8개로 확장시키겠다”고 밝혔다. 기아는 현재 전기차 중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6’, 준대형 SUV ‘EV9’, 경차 ‘레이EV’ 등은 한국에서, 준중형 SUV ‘EV5’는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미국, 인도, 슬로바키아, 멕시코 등 해외 생산기지에서는 내연기관차만 만들고 있다.
2025년부터는 이들 해외 공장에서 전기차도 생산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현대자동차그룹 차원에서 추진 중인 싱가포르 혁신센터(올해 준공)와 미국 조자아주 메타플랜트(내년 하반기 준공)까지 더해질 예정이다.
기아는 한국을 전기차 개발과 생산을 총괄하는 글로벌 허브로 삼고 여타 지역에선 현지 사정에 맞는 차종을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유럽에서는 현지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중소형 전기차를, 중국에서는 현지 업체들의 저가형 모델과는 차별화를 둔 중대형 전기차를 주로 생산하는 식이다. 막 전기차 시장이 열리고 있는 인도에서는 가격이 너무 비싸지 않으면서도 현지 맞춤형 기능이 접목된 차량을 우선 생산할 계획이다. 멕시코 공장은 아직 주력 생산 차종이 결정되지 않았다.
기아는 중저가 전기차 라인업을 늘려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다. 현재 기아가 판매하고 있는 전기차 EV6, EV9 등은 올 들어 눈에 띄게 수요가 둔화되고 있다. 특히 올해 출시한 EV9은 6∼9월 4156대가 팔려, 올해 판매 목표치(5만 대)의 10%도 못 채웠다. 이와 관련해 송 사장은 “전기차 시장은 ‘얼리어답터’ 구매 단계”라며 “높은 가격과 충전의 불편함 때문에 (대중들이) 구매를 망설이고 있는데, 우리가 해결 방안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했다.
기아는 소비자들에게 중저가 선택지를 늘려주는 것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중소형 SUV인 EV3와 준중형 세단인 EV4의 콘셉트 모델을 이날 처음 공개했다. 중국에서 만드는 EV5도 국내에선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이 모델들은 3만5000달러(약 4700만 원)에서 5만 달러(약 6700만 원) 사이로 가격이 책정될 예정이다. EV3는 내년 상반기(1∼6월), EV4는 내년 말, EV5는 2025년 상반기 각각 국내에 출시될 예정이다. EV5의 중국 생산 모델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들어가고, 한국 생산 모델은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주로 만드는 삼원계 배터리가 장착될 예정이다.
송 사장은 “향후 출시 예정인 ‘EV2’와 신흥시장 전략 EV 모델은 3만5000달러 이하의 엔트리(입문) 가격 형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기아는 또 차량 구매 전부터 구매 후까지 소비자들이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기아 앱’을 내년 상반기 내놓을 예정이다.
여주=한재희 기자 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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