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주변에 둘러 싸인 인공우주물체. 흰 점은 인공위성, 파란 점은 우주발사체 잔해, 붉은 점은 그 외 인공우주물체의 잔해다. 현재 우주에는 운용 중인 인공위성보다 임무를 마치고 궤도를 떠도는 우주 쓰레기가 더 많다. / 사진=한국천문연구원 |
미국 정부가 지구 궤도에 우주 쓰레기를 방치한 업체에 사상 처음으로 벌금을 부과했다.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의 위성·케이블 방송사인 ‘디시 네트워크’에 벌금 15만달러(약 2억원)를 부과했다고 영국 BBC 등 외신이 보도했다. 벌금은 2002년 디시 네트워크가 발사한 인공위성 ‘에코스타-7’을 현재 사용 중인 위성들과 충분한 거리를 두지 못했다는 이유로 부과됐다.
에코스타-7은 지구로부터 약 3만6000㎞ 떨어진 정지궤도(GEO)에 머물고 있다. 정지궤도는 지구의 자전 방향과 위성이 회전하는 방향이 같아 지구에서 봤을 때 정지한 것처럼 보여 이처럼 부른다. 지구로부터 약 160~1000㎞ 떨어진 저궤도(LEO)에 위성이 수만개 있는 것과 달리 GEO에는 현재 580여개 위성만 존재해 상대적으로 ‘청정 지역’이다.
디시 네트워크는 이 위성을 299㎞ 더 멀리 보낼 계획이었지만 지난해 위성 수명을 다할 때까지 연료 손실로 122㎞ 보내는 데 그쳤다. 결국 우주 쓰레기로 전락한 에코스타-7은 현재 궤도에서 다른 위성과 충돌 위험을 안고 계속 떠돌고 있다.
FCC는 “위성 운영이 더욱 보편화되고 우주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위성 운영자가 약속을 지키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이번 벌금 부과가 우주 쓰레기 발생을 억제할 획기적 해법이 될 것”이라고 했다.
우주개발이 늘어나고 우주로 발사되는 위성이 많아질수록 임무를 마치고 버려지는 위성도 늘어난다. 위성이 지구 궤도로 쏘아 올려지는 순간 임무를 다한 로켓의 잔해는 그대로 버려진다. 일부는 지구 대기권으로 떨어지고 나머지는 여전히 지구 궤도에 남아 우주 쓰레기가 되는 것이다.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인공우주물체는 2020년 12월 기준 4만8000여개에 달한다. 그중 위성은 1만1000여개이고 우주 쓰레기는 3만7000개에 달했다. 현재 우주에는 위성보다 쓰레기가 더 많은 상황이다. 특히 2021년 이후 미국 스페이스X 등 민간 기업이 위성을 다량으로 쏘아올려 이 수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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