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 빅테크 핵심 사업 떠오른 AI
“한국, 내수용 AI 중심…글로벌 진출해야”
챗GPT의 등장으로 촉발된 생성형 AI 열풍이 한창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AI 시장 규모는 2022년 4280억 달러(약 573조)에서 2030년에는 2조 251억달러(약 2713조) 규모로 연평균 21.6%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AI가 새로운 산업 게임 체인저로 급부상하면서 빅테크들의 AI 패권 싸움이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해외 기업들의 공세가 남다르다. 앞서 구글은 지난 5월 최신 거대언어모델(LLM) ‘팜 2(PaLM)’를 탑재한 AI 챗봇 ‘바드(Bard)’를 공개했다. 선다 피차이 구글 CEO는 영어에 이어 두 번째 지원 언어를 한국어로 내세울 정도로 국내시장 공략에 강한 의지를 천명했다.
이에 국내 주요 기업들도 잇달아 국산 AI 모델을 공개하며 수성전에 돌입하고 있다. 앞서 7월 LG AI 연구원은 초거대 AI ‘엑사원 2.0’을 공개하며 토종 AI 모델의 포문을 열었다. 지난달에는 네이버가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하며 각축전에 뛰어들었다. 한국어에 최적화한 국산 생성형 AI를 내세운 네이버는 챗 GPT보다 큰 매개변수(파라미터) 사이즈에 6500배 많은 한국어를 학습한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올 3분기 자체 초거대 AI 모델 ‘믿음’을 공개하고 상용화 추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KT는 AI 인프라에서 응용 서비스 영역을 아우르는 ‘AI 풀스택’ 전략을 추진, 국내 최고 생성형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에 100억 원 규모의 전략 투자를 단행하는 등 우군 확보에도 분주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AI가 향후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국가전략산업임에도 불구, 현재 공개되는 대부분의 서비스가 내수에 치중되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협소한 국내시장 만으로는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고, 미국, 중국 등 AI 선진국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IDC가 최근 발간한 ‘국내 인공지능 분석 시장 전망, 2023-2027’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국내 AI 시장 규모는 2조 6000억원이다. 보고서는 2027년까지 4조 4636억원 규모로 성장을 예상했지만, 여전히 글로벌 시장 규모에 비하면 100분의 1 수준이다.
산업의 근간인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제한적이다. 기술 전문매체 비주얼캐피털리스트가 발표한 국가별 AI 스타트업 투자 규모에서 한국은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이에 ‘K-AI’의 본격적인 해외시장 진출을 통해 글로벌 시장 주권에 도전하고 파이를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하이퍼클로바X를 전격 발표하며 토종 초거대 AI 잰걸음을 뗀 네이버는 한국은 주요 공략 시장의 일환이라며 향후 글로벌 진출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네이버 최수연 대표는 “이길 수 있는 시장을 먼저 잡기 위해 한국 타깃의 국내 스타트업 수요를 맞춘 것으로, 글로벌 진출 요구에도 대응하겠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아직 해외 진출 전략이 구체화되지 않고 실적도 나오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토종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업스테이지의 LLM 모델 ‘SOLAR’(솔라)는 최근 글로벌 생성AI 활용 플랫폼 ‘포'(Poe) 메인모델로 등록되며 오픈AI·MS 등의 빅테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쾌거를 얻었다.
포는 수십 개의 언어를 지원하고 전세계 수억명이 이용하는 글로벌 지식 서비스 쿼라(Qoura)가 운영하는 글로벌 대표 생성 AI 플랫폼이다. 빅테크들의 유명 LLM 뿐 아니라 개인들이 만드는 모델을 포함 수천여개의 생성형 AI 모델을 활용할 수 있으며, 원하는 프롬프트를 입력해 나만의 챗봇을 만들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중에서도 플랫폼을 대표하는 메인 모델은 오픈AI의 챗GPT, 구글 팜, 메타 라마, 엔트로픽 클로드 등 총 4개다. 글로벌 평판에서 기술력까지 이들의 조합은 고성능 LLM의 바로미터나 다름없다. 이런 리스트에 추가로 순수 국내 스타트업이 개발한 모델이 다섯번 째로 공식 등록된 것은 최초로, 세계 최고의 생성 AI 기업들에 버금가는 성능을 인정받은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상술한 시장 규모의 제한과 인력 부족 등 주요 선진국과의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경쟁 우위를 달성하려면 더 큰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출이 필수적인 상황”이라 말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