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업체는 물론이고 부품사들도 급변하는 세계 자동차 시장에 대한 대응 전략이 절실한 시대다. 최근 현대모비스 등 국내 부품사들은 ‘전동화(電動化)’ 전략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최근 해외에서 품질과 디자인으로 호평받고 있는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올해 글로벌 판매 순위가 3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영업이익도 국내 1위에 올라서는 등 실적 호조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부품사들은 매출은 늘어났으나 물류비와 재료비, 인건비 부담으로 영업이익은 오히려 감소하는 실정이다. 실제로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의 영업이익률은 각각 6.89%와 8.36%였지만, 대표적인 부품사들인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HL만도 한온시스템 등은 3% 내외를 기록했다.
부품사들이 고전하는 이유는 간명하다. 팬데믹으로 물류·금융비용이 크게 늘어난 데다 반도체 등 원자재 수급이 불안정해졌기 때문이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과 생산시설 확충 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는 경영 환경도 한몫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3∼5년 단위로 계약을 맺는 업계 특성상 일종의 사고성 비용은 납품 단가에 반영되지 않아 부품사가 이를 부담하는 구조 때문”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부품사라고 모두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만은 아니다. 글로벌 톱3로 꼽히는 독일 보쉬와 콘테넨탈, 일본 덴소의 영업이익률은 5∼10%에 이른다고 한다. 특히 도요타 계열인 덴소는 지난해 현대모비스의 2배를 상회하는 4300억 엔(약 3조9166억 원)에 이르는 영업이익을 거뒀다. 국내 부품사들도 제대로 경쟁력을 키우면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요즘 가장 주목받는 ‘전동화’ 시장은 엄청난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기존 내연기관 부품사들이 진입하기에 상대적으로 장벽도 낮다. 현재 글로벌 전동화 시장은 절대 강자가 없는 실정이라 전동화 생산 경쟁력을 확보한 부품사들은 매우 유리하다. 스위스 금융기업 UBS도 “장기적으로 전기차 대응을 선제적으로 추진한 부품사들이 패권을 쥐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국내 부품사들도 전동화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의 주요 전기차 부품을 공급하는 현대모비스는 최근 인도네시아에 배터리 시스템 전용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한국과 아시아, 유럽(체코, 슬로바키아), 북미(앨라배마, 조지아)로 이어지는 ‘전동화 밸류체인(제품 생산에서 원재료와 노동력, 자본 등을 결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 생태계)’도 구축했다.
현대모비스는 이미 아이오닉5에 들어가는 배터리 시스템과 모터, 인버터 등을 공급하며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국내외 생산거점도 크게 늘리고 있으며, 전동화 핵심인 BSA(Battery System Assembly) 수주 방식도 단품에서 시스템 단위로 바꾸고 있다. 세계 전동화 시장을 선도할 ‘규모의 경제’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국내 2차 부품사는 3000여 개로, 3차 부품사까지 포함하면 모두 6000개 수준으로 추산된다”며 “현대모비스를 포함한 1차 부품사들의 전동화 대응 전략을 통해 국내 부품업계의 재도약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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