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 발레 주차(Automated Valet Parking).’
5일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제공항 6번 주차장 앞에는 낯선 안내 표지판이 붙어 있었다. 화살표를 따라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니 하늘색 바닥에 차 한 대를 세울 만한 별도 공간이 있었다. 바닥에는 ‘내리는 곳(Drop-off)’, ‘찾는 곳(Pick-up)’이란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곳은 자율주행 차량이 스스로 무인 발레주차를 하는 공간이다. 모든 주행을 사람이 아닌 자율주행 시스템이 담당하는 ‘레벨4 차량’만 이용할 수 있다.
주차를 하려는 운전자는 레벨4 차량을 하늘색 바닥의 ‘내리는 곳’에 세우고 내리면 된다. 이후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미리 지정해둔 공간에 자동 주차가 된다. 차량을 찾을 때도 앱을 통해 차를 부르면 ‘찾는 곳’으로 알아서 온다. 벤츠사 관계자는 “무인 발레주차를 이용하면 넓은 공항 주차장을 헤맬 필요가 없고, 이동 시간도 아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은 레벨4 주차 시스템을 갖춘 자율주행차를 일반인에게 판매한 첫 번째 나라다. 또 레벨3 주행 시스템이 탑재된 차량도 판매되고 있다.
독일연방도로교통청(KBA)은 지난해 11월 벤츠사와 자동차 부품업체 보쉬가 함께 개발한 이 무인 주차 시스템을 슈투트가르트 공항에서 일반인이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전통의 자동차 강국 독일은 자율주행 산업을 선도하는 국가가 되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5월 레벨4 자율주행차에 대한 안전 제작 기준 등이 담긴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제조사들이 완성도 높은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
폴커 비징 독일 연방디지털교통부(BMDV) 장관은 본보에 “BMDV는 이미 자율주행 산업 발전을 위해 3억 유로(약 4300억 원) 이상의 보조금을 지원했고, 여러 이해관계자와 연방부처, 연방 주들과 수없이 많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독일은 자동차 산업의 변화를 주도해 가장 경쟁력 있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반면 한국은 2027년까지 레벨4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아직 레벨3에 대한 안전기준만 도입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레벨4 자율주행차 성능을 사전에 점검해 안전기준 마련에 참고할 ‘성능인증제’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요한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연구원은 “안전 인증을 제조사에 전적으로 맡기는 한국과 달리 일부 유럽 국가는 판매 전 당국의 공식 안전 검증을 받게 돼 있다”며 “정부가 신기술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을 고려해 제조사, 구매자, 개발자 등이 협의하며 안전한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기반을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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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투트가르트=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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