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2년 처음 모습을 드러낸 그랜드 체로키는 어느덧 출시 30년을 넘기며, 지프의 대표 모델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이름만큼 넓은 실내공간과 오프로드 성능으로 소비자에 어필한 그랜드 체로키는 세월이 흐른 만큼 진화를 거듭했다.
지난해 12월 국내에 선보인 2023 지프 그랜드 체로키 4xe는 브랜드가 추구해 온 진화의 결정체다. 육중한 차체를 기민하게 제어하도록 돕는 각종 첨단 기능과 안전 사양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모델 최초로 적용했다. 그랜드 체로키 4xe를 290여km 시승하며 변화상을 살펴봤다.
지프 그랜드 체로키의 1세대 모델은 1992년 1월 7일 디트로이트 북미 국제 오토쇼에서 처음 공개됐다. 이듬해인 1993년 판매를 시작했으며, 2689mm의 축거(자동차 앞바퀴 중심에서 뒷바퀴 중심까지 거리)를 바탕으로 확보한 넓은 공간과 운전자 사이드 에어백 장착으로 강화한 안전성을 바탕으로 시장을 공략했다.
1999년형으로 출시된 그랜드 체로키 2세대는 사륜구동(4WD) 시스템인 지프 쿼드라-드라이브(Quadra-Drive) 기술과 2단 트랜스퍼 케이스(Transfer Case, 부변속기)를 적용, 총 3가지 사륜구동 모드(‘4-Lo’, ‘Neutral’, ‘4-All Time’)를 제공한다. 뒷좌석 공간을 더욱 확대했으며, 운전자에 맞는 실내 디자인을 적용한 특징을 보였다.
2004년 뉴욕 국제 오토쇼에서 최초 공개 후 2005년 출시된 그랜드 체로키 3세대는 지프가 8기통 5.7L 헤미(HEMI) 가솔린 엔진을 처음 탑재하며 변화를 꾀한 모델이다. 독립식 SLA(Short-Long-Arm) 서스펜션을 바탕으로 오프로드뿐만 아니라 도심 주행에 적합한 성능을 제공했다. 토크 배분 장치인 전자식 리미티드 슬립 디퍼렌셜(eLSD)을 적용한 쿼드라 드라이브 II 4×4 시스템(Quadra-Drive II 4×4 system)을 최초 적용한 모델이기도 하다.
그랜드 체로키 4세대는 온로드와 오프로드 주행의 조화를 표방하며 2011년 출시된 모델이다. 외부 디자인을 조금 더 도심과 어울리도록 매끈하게 다듬었다. 에어 서스펜션과 리어 멀티 링크를 바탕으로 온로드 성능을 높였다.
현재의 모습인 그랜드 체로키 5세대는 숏바디와 롱바디로 나눠 출시됐다. 2021년 롱바디 모델이 공개되면서 그랜드 체로키 이름 뒤에 L을 붙였고, 숏바디 모델 역시 같은 해 출시됐다. 그랜드 체로키 L은 3열 공간 추가와 적재 용량 확장 등 넓은 실내 공간과 강화한 성능으로 소비자에 어필했다.
30여년간 진화를 거듭한 그랜드 체로키는 친환경 흐름에 맞춰 모델 최초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한 ‘지프 그랜드 체로키 4xe’로 최근 재탄생했다.
외관 디자인에 큰 변화는 없다. 지프의 상징인 세븐 슬롯 라디에이터 그릴은 더욱 커졌으며, 범퍼 부위의 커다란 공기흡입구가 강인한 인상을 준다.
익숙한 외관과 달리 파워트레인에서 큰 변화를 느낄 수 있다. 그랜드 체로키에 최초 적용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전기 모터 2개와 400V 배터리 팩, 2.0L 터보차저 4기통 엔진으로 구성됐으며, 8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려 성능뿐만 아니라 효율까지 높였다.
지프 그랜드 체로키 4xe는 272마력(202kW), 40.8kg.m의 토크를 발휘하며, 충전 시 순수전기로만 33km 거리를 주행할 수 있다. 하이브리드, 전기, e세이브 등 3가지 E-셀렉 모드(E-Selec Mode)를 선택할 수 있어 출퇴근 시나 오프로드 등 주행 상황에 맞게 차량 설정을 바꿀 수 있다.
지프 그랜드 체로키 4xe의 전장(자동차 길이)은 4900㎜, 전폭(자동차 폭)은 1980㎜, 전고(자동차 높이)는 1790㎜, 축거(자동차 앞바퀴 중심에서 뒷바퀴 중심까지 거리)는 2965㎜다. 공차중량은 2555kg에 달한다.
트렁크 공간은 뒷좌석을 모두 접으면 2000L까지 확보할 수 있다.
실내를 살펴보면 센터패시아 상단에는 티맵(TMAP) 내비게이션을 탑재한 10.1인치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를 넣었으며, 운전석에는 10.25인치 컬러 클러스터 디스플레이를 장착, 주행 정보를 보다 선명하게 확인하도록 시인성을 높였다. 공조시스템과 기어 셀럭터로 물리버튼과 다이얼을 각각 배치,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조화를 꾀한 모습이다. 실내는 전반적으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인상을 줬다. 통풍 시트와 무선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 2열 USB 포트 등 편의 사양도 챙겼다.
2열 공간은 차체 크기만큼 넉넉했다. 성인 남성이 앉아도 불편함이 없는 레그룸과 헤드룸 공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서울 양천구에서 충남 아산시를 왕복하는 290여km 코스로 주행을 시작했다. 육중한 차체가 주는 이미지 때문인지 묵직한 주행감을 예상했는데, 실제 주행감은 예상과 달랐다. 토크를 적절하게 배분해 주는 전자식 세미-액티브 댐핑 기능을 장착한 지프 쿼드라-리프트(Quadra-Lift™) 에어 서스펜션과 사륜구동 시스템이 2500kg이 넘는 거구를 도로 환경에 맞춰 기민하게 움직이도록 제어했다. 전반적으로 차체 크기에 비해 날렵하면서도 편안한 주행감을 느꼈지만, 순수 전기모드 시에는 고개가 앞으로 쏠릴 정도로 회생제동의 강도가 강했다.
지프는 그랜드 체로키 4xe에 브랜드 최신 첨단 기술을 집약했다. 지프에 따르면 이 차량에는 110개 이상의 각종 첨단 기능과 안전 사양이 탑재됐다.
대표적으로 정체 상황뿐만 아니라 가속 시 일정한 속도와 함께 앞차와 안전거리, 차선 유지를 돕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액티브 레인 매니지먼트 시스템뿐만 아니라 ▲보행자 감지 긴급 브레이킹 시스템 ▲사각지대 및 후방 교행 모니터링 시스템 ▲풀 스피드 전방 충돌 경고 플러스 시스템 등 안전 사양이 적용됐으며, 상위 트림인 써밋 리저브에는 ▲360도 서라운드 뷰 카메라 ▲헤드업 디스플레이 ▲교통 표지 인식 시스템 ▲운전자 졸음 감지 시스템 ▲동물·사람 감지 나이트 비전 카메라 시스템 등의 기술이 적용됐다.
동물·사람 감지 나이트 비전 카메라 시스템은 전방 시야가 좋지 못하거나 어두울 때 혹시라도 사람이 감지하지 못하는 움직임을 잡아내며 운전자와 보행자의 안전 확보를 도왔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경로뿐만 아니라 제한 속도 표시와 함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의 차간 간격, 설정 속도 등 풍부한 정보를 전하며 시선 분산을 막았다. 360도 서라운드 뷰 카메라 역시 주변 환경을 파악할 수 있어 유용했다.
운전의 재미를 더하는 음향 성능도 매우 우수했다. 지프 그랜드 체로키 4xe에는 19개 스피커로 구성된 매킨토시(McIntosh)의 사운드 시스템이 적용됐다.
서울 양천구와 충남 아산시를 왕복하며 290.9km 거리(전기 44.3km, 가솔린 246.6km)를 달린 결과, 리터당 8.5km의 연비 효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기를 합산한 복합 연비(리터당 12km)에 미치지 못했지만, 무더운 날씨에 공조시스템을 강하게 가동한 점과 연비 효율 모드로 주행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지프 그랜드 체로키 4xe는 순수 전기모드의 강한 회생제동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차체 크기를 잊을 만큼 편안한 주행감을 주는 차량이었다. 무엇보다 차량을 뒷받침하는 각종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에 놀라움을 느꼈다.
다만 가격에서도 놀라움이 이어졌다. 지프 그랜드 체로키 4xe는 리미티드(Limited), 써밋 리저브(Summit Reserve) 두 가지 트림으로 나눠 출시됐다. 리미티드 가격은 9440만원, 써밋 리버브 가격은 1억1190만원(부가세 포함)이다. 가격대를 고려하면 수많은 선택지가 있기 때문에 조금 더 많은 소비자가 차량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가격대를 구성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글 / IT동아 김동진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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