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 권위 양궁대회인 ‘현대자동차 정몽구배 한국양궁대회 2023’이 명궁들의 치열한 접전 끝에 3일 무사히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역대 최다 선수가 참가하면서 최대 규모로 열린 만큼 레전드급 명장면이 대거 연출됐다고 한다.
이번에 3회를 맞은 현대차 정몽구배 한국양궁대회에는 선수 총 209명이 참가했다. 리커브부문에서 이우석(코오롱)과 정다소미(현대백화점) 선수가, 컴파운드부문에서는 최용희(현대제철)와 오유현(전북도청) 선수가 우승의 영광을 차지했다.
특히 리커브 여자부 트로피 주인공으로 거듭난 정다소미 선수의 경기는 마지막까지 눈을 땔 수가 없을 정도로 명경기가 펼쳐졌다. 예선을 1위로 통과한 정다소미는 소속팀 동료인 유수정(현대백화점)과 결승에서 만났다. 마지막까지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접전을 펼쳤다. 남자부 우승자 이우석 선수는 청주시청 소속 구대한 선수와 슛오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우승자에 이름을 올렸다.
컴파운드 종목에서는 국가대표 맏형 최용희 선수의 질주가 눈길을 끌었다. 최용희 선수는 결승에서 대표팀과 소속팀 동료인 김종호(현대제철) 선수를 만나 총점 합계 147대 147로 슛오프까지 가는 혈투를 펼치면서 관중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슛오프에서 최용희는 엑스텐(X10)을 쏴 10점에 그친 김종호를 꺾고 컴파운드 남자부문 초대 우승자로 기록됐다. 엑스텐은 과녁 정중앙 검은 점을 맞추는 것을 말한다. ‘불스아이(Bull’s Eye)’ 또는 ‘골드(Gold)’라고도 불린다. 경기에서는 엑스텐도 10점으로 기록되지만 연장전 개념 승부 쏘기인 슛오프에서는 선수들이 화살을 한 발씩 쏴 엑스텐에 가깝게 쏜 선수가 승자가 된다. 때문에 슛오프에서 엑스텐은 승부에 쐬기를 박는 최고점으로 볼 수 있다. 컴파운드 여자부에서는 오유현 선수가 현대모비스 소속 송윤수 선수와 결승에서 만나 전체 15발 중 13발을 10점에 명중시켜 총점 148점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전쟁기념관 평화의광장 특설경기장에 마련된 시상대에는 남녀 개인전 리커브와 컴파운드부문 최종 4위에 오른 16명의 선수가 올랐다. 시상에는 정의선 대한양궁협회장이 참석해 선수들에게 상패와 상금을 전달하고 격려의 인사를 전했다.
부문별 결과는 ▲리커브 남자부 1위 이우석, 2위 구대한, 3위 박선우(서울시청), 4위 최현택(서원대), 5위 이승윤(광주남구청), 6위 김제덕(예천군청), 7위 이동영(안동대), 8위 최재환(대전시체육회) ▲리커브 여자부 1위 정다소미, 2위 유수정, 3위 오예진(광주여대), 4위 임두나(LH), 5위 어윤지(한체대), 6위 기보배(광주시청), 7위 김수린(현대모비스), 8위 강채영(현대모비스) ▲컴파운드 남자부 1위 최용희, 2위 김종호, 3위 강동현(현대제철), 4위 윤영준(인천계양구청) ▲컴파운드 여자부 1위 오유현, 2위 송윤수, 3위 조수아(현대모비스), 4위 권나래(부천G-스포츠) 등이다.
이날 리커브 남자부 우승자 이우석 선수는 “즐기는 마음으로 대회에 임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지금의 기세를 항저우 아시안게임까지 이어가 국제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우승 소감을 전했다.
신설된 컴파운드부문 여자부 우승자 오유현 선수는 “현대차 정몽구배 한국양궁대회에서 올해 처음 신설된 컴파운드부문 초대 우승자로 기록돼 영광이다”며 “많은 사람들이 컴파운드 종목의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양궁대회는 1년 남짓 남은 2024 파리올림픽을 대비할 수 있는 연습무대였다는 평가다. 특히 정의선 회장과 현대자동차그룹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올해 60주년을 맞은 한국 양궁이 선수는 물론 관객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축제로 거듭났다는 평가도 받는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4년 만에 개최된 대회로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이틀간 열린 대회에는 관람객 약 2000명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대회는 한국 양궁 60주년을 기념해 새로운 슬로건(Aim Higher, Shoot Together)을 설정하고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프레임 속 국가대표 선수들과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부스와 한국 양궁 60주년 전시존, 올림픽 메달리스트의 지도로 직접 활을 쏠 수 있는 양궁 체험장 등에는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결승전 이후에는 과거 양궁을 상징하는 레전드 김진호, 서향순, 박성현, 박경모 등 전 국가대표 선수 4인과 현재의 양궁을 상징하는 국가대표 김제덕, 안산, 김종호, 소채원 등 현 국가대표 선수 4인, 유소년 이환지, 염정민 선수 등이 참여한 레전드 매치가 진행됐다. 10발의 화살을 발사해 승리팀의 누적 점수에 따라 점수당 10만 원이 환산되는 방식으로 대결이 펼쳐졌다. 결과는 ‘팀서향순’이 총점 합계 86점으로 승리했다. 이에 따라 팀서향순 팀원들의 이름으로 대한체육회에 860만 원을 유소년 발전 기부금으로 전달했다.
대한양궁협회 관계자는 “이번 대회가 프랑스 파리에서 전지훈련을 마친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앵발리드(프랑스 전쟁기념관)을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이자 2024년도 국가대표 선발전을 준비하는 선수들에게 뜻 깊은 경험이 됐길 기대한다”며 “대회 현장에서 많은 팬들이 보내준 뜨거운 응원은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대회 성공을 발판 삼아 다음 대회에서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양궁의 매력을 경험할 수 있도록 보다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현대차 정몽구배 한국양궁대회는 지난 2016년 처음 시작됐다. 세계 최강의 대한민국 양궁 선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양궁인들의 자긍심을 고취시키면서 양궁 대중화를 꾀한다는 취지로 창설됐다. 올해 상금 규모는 5억2000만 원으로 세계 최고 수준 대회로 치러졌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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