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24시간 자율주행 택시 주행을 허용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이로 인한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자율차가 긴급 차량의 통행을 가로막거나 도로에서 갑자기 멈춰 서 교통 흐름을 방해하는 사례가 잇따르자 당국 또한 관련 규정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2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한 보행자가 일반 택시에 치였다. 구조 대원이 출동했지만 제너럴모터스(GM)가 운영하는 자율주행 택시 ‘크루즈’ 2대가 이 환자를 태운 응급차를 약 90초간 막아 해당 환자가 병원으로 이송되는 시간이 늦어졌다.
결국 이 환자는 병원 도착 후 사망 선고를 받았다. 당국은 “지연된 시간이 90초라 해도 부상자의 상태를 악화시키는 데 영향을 줬다”며 해당 택시들이 응급차의 경로를 방해했다는 사실을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17일에도 긴급 상황에 출동하던 소방차가 교차로에서 승객을 태운 자율주행 택시와 충돌했다. 이틀 전에는 또 다른 자율주행 택시 한 대가 주변 공사장으로 난입해 차량 앞부분이 굳지 않은 콘크리트 속에 빠졌다. 최근 자율주행 택시 안에서 성관계를 갖는 커플이 여럿 생겨나면서 무인 자율주행차가 일종의 ‘러브호텔’로 이용된다는 비아냥도 나온다.
현재 샌프란시스코에는 GM의 ‘크루즈’,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의 자율주행 사업부 ‘웨이모’가 운영하는 약 550대의 자율주행 택시가 존재한다. 그간 샌프란시스코 소방·경찰 당국 또한 자율주행 택시의 도입을 꾸준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 당국은 올 4월 이후 “자율주행 택시가 소방관의 긴급 출동을 방해하는 사례가 55건 이상 보고됐다”고 지적했다. 일부 택시기사 등 자율주행 택시에 반대하는 이들은 자율주행 택시 센서가 장착된 차량 보닛에 고깔을 씌워 해당 차량을 옴짝달싹 못 하게 하는 방식으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에 시 당국과 캘리포니아주 차량관리국(DMV) 등은 조만간 자율주행 택시의 규제를 어떻게 강화할지를 논의하기로 했다. 특히 차량 운행과 사고가 모두 많은 출퇴근 시간대에 자율주행차의 운행을 어떤 식으로 감독하고 규제할지가 핵심 안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율주행차의 추가 확대를 반대하는 측은 “아직 자율주행차가 주요 교통 시간대에 다닐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자율주행 택시업계는 더 이상의 규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14일 사고를 낸 자율주행 택시 운영사 측은 당시 영상을 공개하며 “피해자가 구급차에 실리자마자 구급차가 즉시 현장을 출발했다. 우리 차량에 의해 구조가 방해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챗GPT 등 AI 활용지침 결정못해
로스쿨 입시도 허용-금지 엇갈려
인공지능(AI) 챗봇인 ‘챗GPT’ 시대가 본격화된 이후 처음으로 진행되는 11월 대학입시를 앞두고 미국 교육현장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수험생들이 챗GPT 등 AI에 대입용 자기소개서 대필을 손쉽게 맡길 수 있는 상황이 됐지만 미국 대학들은 수험생들의 AI 활용 허용 범위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1일 미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NYT는 “지난해 11월 출시된 챗GPT가 대학 입시를 뒤엎을 태세”라며 “챗GPT가 써준 자기소개서가 표절을 조장한다는 주장과 정보 문턱을 낮춰 대입 공정성을 개선한다는 주장이 팽팽해 대학들이 고민에 빠졌다”고 전했다.
조지아공대는 수험생들에게 내용 구상과 초고 작성 등에 제한적으로 AI 챗봇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조지아공대 입학처는 수험생 AI 활용 지침을 공개하며 “지원 서류 작성을 도와줄 사람이 없는 지원자들에게 AI가 훌륭한 파트너가 되어줄 것”이라고 밝혔다. 조지아공대의 릭 클라크 입학처장은 “챗GPT가 고액 컨설팅과 고학력 부모에 비할 바는 안 되지만 무료”라며 “보다 공평한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조지아공대 외에 지침을 내놓은 대학은 거의 없다. NYT는 주요 주립대, 아이비리그 명문대 등 대학 10여 곳에 대입 자기소개서 작성과 관련해 AI 활용 지침을 마련했는지 물었으나 단 한 곳도 “지침을 마련했다”고 답하지 않았다.
다만 일반 대학보다 한 달 빠른 10월부터 입시를 시작하는 로스쿨의 경우 일부 사례가 있다. 미시간대 로스쿨은 AI 활용을 전면 금지했다. 자기소개서에 대한 첨삭과 피드백을 멘토나 친구 등 사람에게만 받도록 했다. 애리조나주립대 로스쿨은 AI 사용을 허용하되 “단, 사실에 입각한 정보를 담아야 하고, 자소서 내용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수험생들은 명확한 지침이 없어 혼란스럽다고 토로한다. 애틀랜타주에 사는 고교 3학년생 케빈 제이컵 군은 “각 대학 입학처가 AI 활용 지침을 공개하면 좋겠다. 대학들의 애매모호한 태도 때문에 입시가 더욱 힘들다”고 말했다.
2024학년도 미국 대입을 둘러싼 혼란 요인은 AI뿐만이 아니다. 올 6월 미국 대법원은 대학 입시에서의 ‘소수인종 우대 정책(어퍼머티브 액션)’을 시행 62년 만에 위헌 판결해 소수인종 수험생들은 더욱 힘든 상황에 놓였다. 여기에 ‘미국판 대학수학능력시험(SAT)’ 점수를 입시에 반영하지 않는 학교도 늘고 있다. 아이비리그 중 처음으로 컬럼비아대가 올해부터 SAT 점수를 배제한다. SAT에서 상대적으로 고득점을 얻는 아시아계 학생들이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될 것으로 평가된다.
한편 한국에서는 올해 대입 수시모집부터 자기소개서를 제출하지 않아 AI 영향이 상대적으로 덜할 것으로 보인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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