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면서 무역수지가 3개월 연속 ‘불황형 흑자’를 나타냈다. 수출이 11개월째 줄었지만 감소율은 한 자릿수로 개선됐다. 특히 주력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전달보다 16.2% 느는 등 회복세에 접어들어 정부가 올 4분기(10∼12월) 중 월간 수출이 플러스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8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518억7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8.4% 줄었다. 11개월 연속 감소로 2018년 12월∼2020년 1월(14개월) 이후 가장 긴 수출 감소다. 지난달 수입은 510억 달러로 1년 전보다 22.8% 급감했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안정돼 원유·가스·석탄 수입이 42.0% 줄어든 영향이 컸다. 이에 따라 8월 무역수지는 8억7000만 달러 흑자로 6월(11억5000만 달러)부터 3개월째 흑자 흐름을 이어갔다.
지난달 수출 감소는 반도체 수출(107억8000만 달러)이 지난해보다 21% 줄며 13개월째 감소한 영향이 컸다. 하지만 전달에 비해서는 16.2% 늘어 올 1분기(1∼3월)에 바닥을 찍고 회복되는 양상이다. 반도체 수출은 1분기 월평균 69억 달러, 2분기(4∼6월) 75억 달러에 이어 7∼8월 80억 달러로 늘고 있다. 산업부는 메모리 감산 효과와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의 수요 확대에 힘입어 반도체 업황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밖에 자동차(29%)와 자동차부품(6%), 일반기계(8%), 선박(35%), 디스플레이(4%), 가전(12%) 등의 수출이 지난해보다 늘었다. 특히 자동차 수출은 8월 기준 역대 최대로, 14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 수출은 105억 달러로 지난해보다 20% 줄었지만, 전월(―25%)에 비해선 감소 폭이 둔화됐다. 중국의 수출 감소가 한국의 대중(對中) 중간재 수출 감소로 이어졌다. 대중 수출은 6월 이후 두 달 만에 100억 달러대를 회복했다. 미국(2%)과 유럽연합(3%), 중동(7%) 수출은 자동차 판매 호조 등에 힘입어 증가했다. 김완기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확한 월을 말하기는 어렵지만 4분기에는 수출 증가율이 플러스를 보이는 월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남은 기간 수출 회복의 변수로 중국 경제위기와 겨울철 난방 에너지 수입가격 등을 꼽고 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연말 전세계 쇼핑 시즌은 수출에 기회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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