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1위 전기차 배터리 업체 CATL이 ‘10분 충전에 400km 주행’ 성능을 내는 LFP(리튬·철·인산) 배터리 개발을 공언하면서 글로벌 전기차 및 배터리 시장 전체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CATL과 경쟁해야 하는 한국 배터리 3사는 LFP 배터리 투자에 보다 속도를 낼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20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CATL은 16일 중국 현지에서 새 LFP 배터리 ‘선싱(Shenxing)’을 공개했다. 10분 충전으로 400km를 달릴 수 있고, 15분간 완전 충전을 하면 최대 주행거리가 약 700km라는 게 CATL 측 주장이다. 당장 올해 말부터 양산을 시작해 이르면 내년 1분기(1∼3월) 시장에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LFP 배터리는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주력으로 만드는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보다 가격이 30% 정도 저렴하다. 상대적으로 비싼 소재인 니켈과 코발트를 쓰지 않기 떄문이다. 그러나 에너지 밀도가 낮아서 주행거리가 짧다는 게 한계였다. 특히 겨울철에 온도가 낮아지면 성능이 급격하게 떨어진다는 단점까지 있었다. CATL은 고속충전 성능을 향상시키고, 배터리 셀 온도 제어 기술 등을 넣어 저온 충전 문제 등을 해결했다는 입장이다.
전체 배터리 시장에서 LFP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16.9%에서 지난해에는 27.2%로 뛰어올랐다. 중국에서는 이미 2021년 LFP 점유율이 NCM을 넘어섰다. 당초 중국 자동차 위주로 탑재됐는데, 최근 미국 테슬라, 독일 폭스바겐 등이 잇달아 LFP 배터리 채택을 발표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주요한 화두로 떠오르자 국내 배터리 업체들도 상대적으로 값이 싼 LFP 배터리 개발에 적극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조사 전문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CATL(2위)의 점유율은 27.2%로 1위 LG에너지솔루션(28.7%)을 바짝 추격했다. LFP 배터리를 채택하는 전기차가 늘어나면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는 차이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18일 한국배터리산업협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CATL이 잘하고 있다. 우리도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한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CATL의 발표대로 제품이 나온다면 가격과 품질 측면에서 분명 위협적일 것”이라면서 “한국 기업들도 LFP 기술이 없는 건 아니어서 성능, 안전, 가격, 비용을 따져가며 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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