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전기차 제조사 빈패스트가 우회 상장을 통해 미국 뉴욕 증시 나스닥에 데뷔한 15일(현지 시간) 전통의 ‘자동차 강자’인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의 시가총액을 단숨에 넘어섰다. 이날 주가 폭등은 루시드와 리비안 등 신흥 프리미엄 전기차 업체들이 수익성 악화 등의 이유로 주가가 휘청인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점차 치열해지는 전기차 가격 경쟁의 여파가 중저가 전기차 업체 빈패스트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빈패스트는 이미 상장돼 있던 특수목적합병법인(SPAC) 블랙스페이드애퀴지션을 합병하는 방식으로 나스닥 거래소에 입성했다. 양사가 애초 합의한 평가액은 주당 10달러(약 1만3355원)였다. 하지만 개장 직후 22달러로 출발한 주가는 37.0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10.45달러) 대비 254.6% 폭등한 것이다.
빈패스트의 시총은 약 850억 달러(약 113조5000억 원)로 GM(약 480억 달러)과 포드(약 460억 달러)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 증권 분석가는 “테슬라와 경쟁할 차세대 리더의 탄생을 바라는 월가의 기대가 반영됐을 것”이라고 했다.
빈패스트는 ‘베트남의 삼성’이라 불리는 빈그룹 소속이지만 미국이나 유럽 자동차 시장에선 잘 알려지지 않은 전기차 후발주자였다. 전기차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도 지난해 내연기관차 생산 중단을 선언하면서부터다. 현재 빈패스트가 판매하는 전기차 차종은 ‘VF5 플러스’ ‘VF e34’ ‘VF8’ ‘VF9’ 등 4종이다.
빈패스트는 작년엔 21억 달러의 손실을 냈음에도 모그룹의 자금력과 급성장하는 베트남 및 동남아시아 시장을 등에 업고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2025년 가동을 목표로 연간 생산 15만 대 규모 전기차 공장도 짓고 있다.
빈패스트의 상장 당일 테슬라도 다시 한 번 가격 인하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준대형 세단인 ‘모델S’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X’보다 각각 1만 달러(약 1350만 원) 낮은 저가 버전을 추가한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중국 시장을 기점으로 가격 인하와 저가 모델 출시를 이어오던 테슬라가 하반기(7∼12월)에도 기존 정책 기조를 이어갈 것임을 예고한 셈이다.
지난해 하반기 시작된 테슬라발(發) 가격 인하 추세에 전기차 업계는 크게 술렁이고 있다. 중국 BYD는 1500만 원대에서 시작하는 초저가 전기차 모델인 ‘시걸’을 4월 공개하고 사전 예약을 실시했다. 포드는 최근 전기 픽업트럭인 ‘F-150’의 가격을 약 1만 달러 떨어뜨렸다. 현대차그룹 또한 이달 안에 5000만 원 미만대 가격의 소형 전기차 ‘EV5’를 중국에서 공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빈패스트는 배터리를 월 68달러에 리스(할부) 형태로 제공하는 판매 전략까지 쓰고 있다. 4월 북미에 출시한 최저가 모델 VF5의 차량(배터리 미포함)가격은 1만9500달러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빈패스트는 판매하는 전기차 차종도 적고 기술(성능) 검증도 제대로 안 된 ‘물음표’가 달리는 회사”라면서도 “다만 갈수록 가격 경쟁력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빈패스트 같은 회사가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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