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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의 쇼, 마세라티 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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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세라티는 각진 형태의 캄신(Khamsin)을 기블리 후속으로 내놓았다. 이 차는 독특한 치장과 함께 과소평가된 클래식카의 재능을 드러낸다
사진 루크 레이시(Luc Lacey)

현실이 백일몽의 환상을 방해했다. 눈앞에 펼치진 경관은 충분히 보기 좋지만, 이 순간의 낭만주의는 다소 퇴색되었다. 우리는 장례식 행렬과 같은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왜냐하면 이 지역에 있는 유일한 집의 주인을 화나게 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만약 당신이 약간 시끄럽게, 예를 들어 쿼드캠 V8 엔진의 마세라티 캄신을 타고 그 앞을 지나가면 그는 격렬하게 분노할 것이다. 아, 그리고 우리는 이제 하수처리장 입구에서 방향을 돌리고 있다. 이 차는 쾌락주의적인 제트족 같은 매력을 부르짖지 않는다. 하지만 차가 이렇게 멋지게 보이는데 누가 그런 얄팍함을 필요로 하겠는가?

이 차가 멋지다고? 외관이 이탈리안 레이싱 브라운이고 실내는 안구에 습기가 찰만큼 눈부시게 밝은데? 이런 조합을 잘 소화해낼 수 있는 차는 드물지만 캄신에겐 어울린다. 그렇고말고. 마세라티의 모든 기록을 살펴보면 이정표들만큼이나 실수가 많았던 브랜드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마세라티의 진짜 훌륭했던 마지막 모델을 절대적으로 정확히 짚어야 한다면, 이 다트 모양의 발사체는 분명히 그 후보에 넣게 될 것이다. 마르첼로 간디니가 창작 실력의 절정에 달했을 때 윤곽을 그린 이 캄신보다 더 아름다운 그란 투리스모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1972년 토리노 모터쇼에서 콘셉트 형태로 (마세라티 배지 없이) 공개됐을 때 그랬던 것처럼 캄신은 지금 봐도 멋지다.

기블리를 대체하는 것은 항상 어려운 일이었지만, 마세라티가 제대로 노력하지 않았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처음부터, 새로운 모델은 좀 더 교묘하고 세련된 것이어야 했다. 어쨌든 마세라티 라인업에는 이미 슈퍼카 보라가 굳건히 자리잡고 있었다. 기블리와 달리 캄신은 네바퀴 독립식 서스펜션과 (2+2로 표기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더라도) 전체적으로 보다 호화로운 실내를 가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격 면에서는 더 부드러워졌을지 몰라도 혈통은 손상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었다. 동일한 대배기량의 스트레스 낮은 엔진을 유지했다. 줄리오 알피에리가 설계한 4930cc 8기통 엔진의 각 실린더 헤드들 위에는 한 쌍의 체인 구동 캠샤프트들이 장착되어 있었다. 콸콸거리는 베버 카뷰레터 네 개가 V 안에 둥지를 틀었다.

이것은 물론 1968년부터 이 사연 많은 브랜드를 관리해온 프랑스 회사 시트로엥의 기술적 영향을 느낄 수 있는 –어쩌면 혜택까지 받은– 마지막 마세라티였다. 회사가 제시한 최고출력 320마력(5500rpm) 중 일부는 속도 감응 스티어링, 브레이크, 클러치, 팝업 헤드라이트 및 시트 조절장치들을 구동하는 유압 시스템으로 인해 손실되었지만, 4000rpm에서 나오는 최대토크는 넉넉한 48.9kg·m에 달했다. 차의 안내서에는 5개의 기어비 각각에서 6250rpm 기준으로 얻을 수 있는 최고속도가 언급됐다. 제시된 275km의 최고시속은 낙관적이었지만, 확실히 가격에 부합하는 것처럼 보였다.

눈에 보이는 외관도 그렇다. 간디니는 1968년 파리모터쇼를 사로잡은 알파로메오 카라보 공개 이후 접어든 ‘종이접기’ 스타일링 시대의 절정기에 이 자동차를 형상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캄신은 그 시대의 다른 많은 ‘쐐기’형 차들과 달리 톱니 모양일 정도로 각진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곡선들이 있지만 미묘하게 다양하다. 예상했던 대로, 이 차에 대한 언론의 반응은 엇갈렸다. 예를 들어 <로드&트랙>은 새로운 캄신을 ‘현저하다’, ‘아름다운 균형선들’을 가지고 있다고 묘사했다. 반면 아연질색한 <카>(CAR)는 이것이 ‘미학적으로 재미없다’고 생각했다. 취향은 가지각색이니까. 

이런 종류의 자동차가 대부분 그렇듯이, 캄신의 강철 차체는 견고한 다관형 프레임을 토대로 만들어지고 거기에 용접되어 단순하지만 단단한 차체/섀시 유닛을 만들었다. 후미 전체가 별도의 서브프레임을 형성하여 4개 지점에 부착되었고 거대한 연료탱크를 포함하고 있었다. 고압 브레이크 및 스티어링 시스템을 잊지 않았다. 그러나 다른 부분들에 사용된 시트로엥의 주술들과 달리, 서스펜션은 한편으로 간단했다. 양쪽 끝에 안티롤 바가 채용되었고, 더블 위시본과 코일 스프링 댐퍼가 앞뒤에 (뒤쪽은 2개씩) 배치됐다.

강력한 4.9L 쿼드캠, 쿼드카브 V8은 기블리로부터 물려받았다
강력한 4.9L 쿼드캠, 쿼드카브 V8은 기블리로부터 물려받았다

불행히도 1973년 파리 오토살롱에서 양산 형태로 이 자동차가 선보일 무렵은 때가 좋지 못했다. 하필 연료난과 맞물렸고 1년 뒤 뒤늦게 제조가 시작될 무렵에는 사치스러운 이국적인 GT 자동차에 대한 수요는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그 후 이탈리아에서는 지역 및 국가 차원에서 정치 및 산업적 폐해가 있었고, 1975년 자금난에 시달린 시트로엥이 자회사를 버린 것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 후 기회주의자인 알레한드로 데 토마소는 정부 돈으로 파산관재인들로부터 이 회사를 획득했다. 다시금 그는 대량 판매를 추구했지만, 캄신은 1983년까지 살아남았고, 그때까지 421대가 만들어졌다.

게다가, 이 차는 시대에 뒤떨어지기는커녕 여전히 눈에 띄는 것처럼 보였다. 판매되는 동안 스타일링 개선은 상대적으로 거의 없었다. 가장 뚜렷했던 것은 1976년 이후 차들의 앞부분에 냉각 목적으로 추가 적용된 슬롯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캄신이 더 널리 명성을 얻은 다른 마세라티 차들의 그늘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이번에 시승한 캄신은 충실한 마세라티 당원 마리오 토치 콘디비가 신차로 주문했던 차로, 약간 페이스리프트된 후기형 모델들 중 하나이다. 

한동안 이 캄신은 좀 더 전통적인 컬러로 돌아왔지만, 그린 트림이 있는 원래의 브라운 컬러는 현재 소유자에 의해 복원되었다
한동안 이 캄신은 좀 더 전통적인 컬러로 돌아왔지만, 그린 트림이 있는 원래의 브라운 컬러는 현재 소유자에 의해 복원되었다
야단스러운 인테리어는 후천적인 것이지만 조종석은 편안하다. 센터페시아와 스위치기어가 다소 낮게 느껴진다
야단스러운 인테리어는 후천적인 것이지만 조종석은 편안하다. 센터페시아와 스위치기어가 다소 낮게 느껴진다

토치 콘디비는 당시 마세라티의 영국 수입을 맡았던 MTC 카즈의 대표로서 1976년 루치 델 보스코(삼림의 빛) 외관에 베르데(녹색) 실내를 가진 홍보용 차를 주문했다.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는 캄신 중에서 그러한 색상 조합으로 만들어진 차는 이것이 유일하다(그렇다. 우리도 독자들만큼 놀랐다). 영국에 당도한 후 이 차는 토치 콘디비의 개인 번호판인 MAR 10으로 등록되었고, 이후 <오토스포트>, <카>, <오토카>에 실렸다. 

1978년 11월호 <오토카> 표지는 이 차의 독특한 실내 색조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홍보 목적의 사용이 끝난 이후 토치 콘비디는 이 캄신을 팔려고 시도했다. 그는 어느 정도의 저항에 부딪혔고, 이때까지 차는 원래 모습 그대로였다. 어느 정비사가 사고를 내 차를 망가뜨리기 전까지는. 

수리를 위해 마세라티에 입고하는 김에 좀 더 보수적인 빨강과 황갈색 인테리어로 거듭나는 작업을 거쳤다. 1986년 이 차를 인수한 현재의 소유주는 최근 맥그래스 마세라티에 복원을 맡겨 원래의 화려함을 되찾도록 했다. 그리고 그 작업의 결과는 정말로 근사하다, 또는 적어도 당신 눈이 시각적 공격에 적응하게 된 다음에는 그렇다. 다른 캄신들과 마찬가지로 비주얼은 여전히 큰 매력으로 남아 있다. 간디니는 새로운 고용주를 위해 이전 디자인들을 복사해서 붙이는 수준에 머물렀지만 이 차는 그렇지 않았다. 유리로 된 후미가 떠있는 것과 우측 C-필러 루버에 있는 연료주입구 위치는 람보르기니 에스파다에서 나타나긴 했지만.

1978년 <오토카></img> 표지”><figcaption class= 1978년 <오토카> 표지

캄신은 전통적인 의미에서 예쁜 차가 아니다. 이차에는 기발한 점이 있고, 그 부분들이 훨씬 더 좋아 보인다. 비대칭 보닛 통풍구가 대표적인 예이다. 이것들은 시각적으로 휴식을 제공하고 캄신이 온통 보닛처럼 보이지 않도록 해준다. 유감스럽게도 미국 사양은 임팩트 범퍼와 재배치된 테일라이트 클러스터로 인해 볼품없게 바뀌었지만, 유럽시장용 자동차들은 선 하나도 잘못된 것이 없다. 어떤 차의 완성도를 보고 간디니가 스타일링 했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그가 영영 캄신의 디자인을 개선하지 않았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실내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을지 모른다. 굉장히 멋을 낸 마감 너머에는 타협점이 보인다. 박스형 페시아는 시대와 맞아떨어지지만 아주 매력적이지는 않다. 대시보드는 합성 섬유로 덮였고, 나사 머리들이 노출되어있다. 센터콘솔에 아무렇게나 배치된 스위치들도 약간 저렴한 느낌이다. 운전자 앞쪽에는 계기들 중 일부가 가려져 있지만, 반면에 조정 가능한 스티어링 칼럼과 유압식 시트 조절 기능을 통해 편안한 운전 자세로 맞출 수 있다. 1970년대의 이국적인 차들에 흔했던 사양은 아니다. 훨씬 예외적인 것이다. 

우스꽝스러운 뒷좌석은 제쳐두고, 뒤쪽의 짐칸 외에는 가방을 보관할 공간이 상대적으로 적다. 스페이스 세이버 타이어를 앞쪽 라디에이터 아래에 장착해 뒤쪽에서 약간의 공간을 확보했지만, 아주 넉넉하지는 않다. 또한 얕은 글로브박스 말고는 잡동사니들을 위한 수납공간이 많지 않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이런 차들에서 유별난 일이 아니다. 

시동을 걸면 캄신이 깨어났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지만 귀가 멀 정도는 아니다. 기동하는 속도에서 구식 GT들은 지루하게 웅웅 소리를 내지만 캄신은 즉각적으로 감동을 일으킨다. 시트로엥 SM에서 파생된 스티어링 배열을 통해 아주 쉽고 자연스럽게 앞머리를 돌릴 수 있다. 

혹은 적어도 차가 운전자에게 움직이기 시작해도 좋다고 알려준 다음에는 그렇다. ‘STOP’이라고 표시된 등이 꺼질 때까지 클러치를 밟고 있어야 한다. 이는 필요한 유압이 축적되었음을 나타내는 것인데, 이 차가 전형적인 구식 고성능차가 아니라는 것을 상기시켜주는 또 다른 역할을 한다. 캄신의 주행 경험을 지배하는 스티어링 설정은 한쪽 끝에서 반대쪽 끝까지 두 바퀴만 돌 정도로 높은 기어비를 사용한 것 외에도 스티어링 휠을 놓으면 직진 위치로 돌아간다. 처음에는 좀 이상한 느낌이 들지만, 곧 익숙해지게 된다.

본질적으로 캄신을 원하는 대로 이끌면, 열광적인 속도에서는 스티어링이 눈에 띄게, 그리고 극적으로 무거워진다. 브레이크도 언급할 만하다. 속도를 줄이려면 페달 압력을 약간만 가하면 된다. 처음에는 좀 섬뜩하고 부드러운 변조가 이질적인 개념처럼 보이지만, 이것도 역시 친숙한 느낌으로 익숙해진다. 앞뒤 50:50의 무게 균형을 가진 캄신은 동세대 최고의 핸들링을 가진 자동차 중 하나이다. 혹시 이것이 과대평가라고 생각한다면, 당시 <오토카>의 총평을 참고하기 바란다. ‘마세라티는 섀시와 엔진 사이에서 주목할 만한 감정이입을 얻어냈다. 느리고 부드러운 코너들에서 커다란 엘란처럼 던질 수 있다.’ 특별히 강하게 몰아붙이지 않으면 캄신은 침착하게 느껴진다. 앞쪽이 들리거나, 내려앉거나, 허우적거리지 않는다. 

간디니 형상은 그의 초기작 람보르기니 에스파다의 빼어난 꼬리 스타일을 담고 있다
간디니 형상은 그의 초기작 람보르기니 에스파다의 빼어난 꼬리 스타일을 담고 있다

이전에 경험한 바에 따르면 이 차는 과한 속도에서도 매우 안정적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승차감이 좋지 않은 면이 있다. 구조물에서 덜커덕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유압 시스템이 작동 압력을 유지함에 따라 간헐적인 쿵쿵거림과 쉬쉬하는 소리가 중첩된다. 어쨌든 엔진 소리는 순수한 마세라티로서 최선을 들려준다. 이 보석 같은 V8은 푸시로드 디트로이트 엔진과 정반대이다. 주행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할 때는 상대적으로 조용하지만 부하가 가해질 때는 바삭바삭하고 공명하는 날카로운 소리를 울린다. 회전수가 더 높이 올라갈수록 더 좋게 들린다.

주어지는 토크가 큰 만큼, 굳이 회전수를 높일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다. 시속 160km 이하에는 그저 늑장을 부린다. 하지만 기어를 내리고 회전수를 높여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듣고싶은 욕구를 참기란 너무 어렵다. 5단 변속기는 도그레그 변속 패턴을 가졌고 게이트를 가로지르는 움직임이 명확하지만, 레버가 제 위치에 삽입되면서 ‘커-클렁’ 소리가 난다. 톱기어에서는 1000rpm당 시속 42km를 높이는 기어비로 설정되어 있다. 제시된 최고속도를 내려면 보수적으로 표시된 5500rpm의 레드라인을 훨씬 벗어나야한다. 나이와 관련된 모든 일반적인 제한과 주의사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차는 빠르게 느껴지기도 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약 6.5초는 실제로 여전히 빠른 수치이다. 

여기서 프랑스-이탈리아 유전자 접합은 강한 흥미를 돋우는 전체 패키지를 만든다. 그러나 캄신은 처음 공개된 이후로 반세기 동안이나 오해를 받고 있다. 마세라티 팬들 중에도 시트로엥이 미친 영향들로 인해 이 차를 특히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일단 선입견을 극복하고 싱크를 맞춰보면 굉장히 즐길 수 있는 자동차다. 대표적인 마세라티라고 추앙받지는 않을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어떤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알아채는데 더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글·리차드 헤셀테인(Richard Heseltine)

오토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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