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작품이 하나 있습니다. 지난 8월 3일 정식 발매 후, 거의 1주일에 근접해가는 현재 메타크리틱 기준으로 96점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를 접한 유저들 호평도 자자한 작품, 바로 라리안스튜디오에서 개발한 RPG ‘발더스 게이트 3’입니다.
‘발더스 게이트 3’는 리메이크작을 뺀다면 전작으로부터 무려 19년만에 나오는 RPG ‘발더스 게이트’ 시리즈 최신작으로, 최초의 RPG로 잘 알려진 ‘던전 앤 드래곤(D&D)’ 5판 룰을 기반으로 한 플레이를 선보이죠. 특히, 이번 작에서는 발전된 그래픽은 기본이고, 턴제 전투 채택, 드넓은 오픈월드, 무궁무진한 퀘스트 분기 등 다양한 변화를 이루어내면서 전작과도 차별화된 면모를 보여줍니다.
▲ ‘발더스 게이트 3’ 공식 트레일러 (영상 출처: 공식 유튜브)
이번 작품은 한국어를 공식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으로써는 완벽하지는 않은 비공식 번역에 의존해야 하는데요. 이런 걸림돌에도 모두들 불평 하나 없이 즐기고 있는 상태죠. 이런 점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요. 이번에 <첫인상>을 통해 간략하게나마 그 재미를 살펴봤습니다.
우연성이 만들어내는
모험의 즐거움
‘발더스 게이트 3’는 고전 RPG 명작으로 통하는 ‘발더스 게이트’ 시리즈 3번째 넘버링 작품으로, 최초의 RPG로 유명한 ‘던전 앤 드래곤’을 기반으로 한 플레이를 선보이죠. 이번 작에서 플레이어는 마인드 플레이어의 우주선에 납치되어 특수한 세레모포시스 수술을 받은 인물이 되어, 같은 처지의 동료들과 함께 이와 얽힌 모험을 펼치게 됩니다.
처음 시작하면 자신의 캐릭터를 생성하고 주변에 보이는 동료들을 영입해 파티 단위로 주어지는 여러 퀘스트들을 수행하면서 앞으로 나아가게 되는데요. 평소 오픈월드를 돌아다니며 탐색할 때는 실시간으로 자유롭게 조작 가능하지만, 전투 상황에 돌입하게 되면 각 캐릭터마다 턴을 돌아가면서 행동을 정하게 되죠.
‘던전 앤 드래곤’ 기반이라는 점에서 한 가지 특이점이라고 한다면, 대화, 전투 모든 행동이 20면체 주사위의 굴림에 따라 결과가 정해진다는 것입니다. 사실상 운에 모든 것이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이 주사위 굴림이라는 동작 방식에 대해 조금 자세히 설명하자면, 기본적으로 각 행동의 난이도에 따른 DC(Difficulty Class) 수치가 정해져 있으며, 이를 20면체 주사위를 굴려서 목표 이상의 수치를 기록해야 행동이 성공으로 판정되는 것이죠. 가령, 특정 물건을 들어서 던지는데 난이도가 10으로 배정됐다면, 주사위를 10 이상으로 굴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마냥 주사위만 굴린다면 재미없겠죠? 경우에 따라서는 캐릭터 종족, 직업, 능력치, 기술 등에 따라서 이런 주사위 굴림 수치에 +1, +2 형태로 추가적인 판정 보너스가 붙기도 하는데요. 사실상 플레이어는 기본 상태에서는 결국 불리한 지점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이를 뒤집기 위해 자신이 가진 패를 두고 최대한 고심하면서 행동하는 것이 게임의 핵심이라 할 수 있죠.
작품을 살펴보면 이런 부분이 상당히 세심하게 담겼습니다. 주변에 존재하는 이상한 사물을 감지하는데도 ‘지각’ 판정의 주사위 굴림이 적용되며, 자신을 물어버린 다람쥐를 발로 차는데도 ‘민첩’ 판정의 주사위 굴림이 적용되죠. 덕분에, 어떤 행동에도 99%라면 몰라도, 정말 어지간해서는 100% 확실하다는 말을 쓰기 힘듭니다.
그렇지만, 오히려 이런 우연성이 가득한 모험은 크나큰 재미로 다가오는 편입니다. 특히, 진행에 있어서 큰 사고로 생각될 정도로 당황스러운 일이 발생하더라도, 모든 일에 그에 걸맞은 분기들이 구현되어 있어서 자연스러운 이야기를 선보이죠. 가령, 파티가 머물고 있던 마을이 퀘스트의 실패로 인해 전부 불타더라도 말입니다!
다른 작품에서는 이런 실수는 ‘잘못된 선택’이라고 판단되어 재시작을 불러오겠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되려 이런 부분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게끔 느껴지도록 치밀하게 짜였습니다. 더군다나, 다시 재시작을 한다고 하더라도, 올바른 선택이라고 확신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변수가 적용되죠.
한 예로, 고블린은 상대로 싸우는 NPC 모험가를 돕더라도, 이들의 생존 여부에 따라 추가 대화가 더해졌죠. 아울러, 앞서 진행한 행동으로 인해 퀘스트 진행이 크게 바뀌는 경우도 더러 있었는데요.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이런 부분은 세계관에 크게 몰입하게끔 만들어줬죠.
과거 이러한 RPG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번 ‘발더스 게이트 3’는 그 어떤 게임과도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치밀한 이야기 구성을 통해, 게이머들을 사로잡았다고 생각합니다.
– 첫인상 –
모두가 자신만의 모험을 그려나가는 작품
자고로 RPG라 한다면, 틀에 짜인 구성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도 그럴게, 결국 아무리 자유를 부여한다고 해도 개발진이 정해진 스토리 내에서 벗어날 수가 없기 때문이죠. 이번 ‘발더스 게이트 3’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단지, 이들이 만들어낸 틀이 엄청나게 크다는 점만 뺀다면 말이죠.
‘발더스 게이트 3’가 만들어낸 틀은 실제로 가벼운 플레이만으로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합니다. 선택지 자체도 많지만, 그 선택으로 인해 벌어지는 일 역시 헤아리기 힘들죠. 그렇기에, 이들이 선보이는 모험은 매 순간 남과 비교할 수 없는 고유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아직 국내에서는 비공식 번역으로만 즐길 수 있는 상태이기는 하지만, 아직 고민하는 게이머 여러분도 이를 접하고 자신만의 모험을 그려나가는 경험을 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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