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가 글로벌 완성차 업체 폭스바겐으로부터 대규모 전기차 부품 수주에 성공했다. 최근 다른 완성차 업체 역시 전기차 부품 수급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으로 후속 해외 수주에도 업계 관심이 몰린다. 폭스바겐은 글로벌 2위 완성차 업체다. 이번 수주를 통해 해외 수주 물꼬를 텄다는 평가다. 현대자동차그룹 의존도를 줄이면서 글로벌 완성차를 대상으로 하는 독자적인 실적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폭스바겐으로부터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에 탑재될 전기차 핵심 부품 ‘배터리시스템(BSA, Battery System Assembly)’ 수주에 성공했다고 9일 밝혔다. 계약 규모는 수 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현대모비스 핵심부품 수주 목표는 약 7조 원이다. 작년 수주 실적은 6조 원대다.
업계에서는 이번 폭스바겐 수주로 올해 수주 목표를 초과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근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3000만 원대 저가 전기차 출시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후속 수주 가능성이 높은 이유로 볼 수 있다. 현대모비스가 이번 수주를 통해 납품하는 전기차 부품은 폭스바겐이 향후 선보일 저가 전기차 신모델에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폭스바겐은 원가를 낮추고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BSA 부품 아웃소싱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BSA는 배터리가 전기차에서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배터리팩에 전장품과 BMS(배터리관리시스템) 등을 합친 완제품을 말한다. 폭스바겐이 배터리팩 등을 현대모비스에 제공하면 현대모비스가 BSA로 완성해 폭스바겐에 납품하는 방식이다. 고용량, 고효율 배터리시스템은 전기차 품질과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현대모비스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등 모든 친환경차에 적용할 수 있는 배터리시스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납품은 현지 생산을 거쳐 이뤄질 전망이다. 연내 이사회 승인을 받아 스페인에 있는 완성차 공장 인근에 신규 생산 거점을 마련해 부품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현대모비스는 현재 한국과 중국, 체코 등에서 배터리시스템 생산 라인을 가동 중이다. 미국과 인도네시아에도 전동화 신규 거점을 구축하고 있다.
이번 수주로 현대모비스는 세계 주요 권역에서 글로벌 전동화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됐다. 이번 대단위 전기차 부품 수주는 선제적인 투자를 통한 글로벌 생산 거점 확대와 현지 전담 영업 조직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10년 넘게 쌓아온 전기차 부품 양산 경쟁력을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이번 수주를 계기로 글로벌 시장에서 추가적인 전기차 부품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며 “최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전동화 전환에 사활을 걸고 막대한 투자에 나서고 있는 상황 속에서 수주를 확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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