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자동차부품 회사들도 앞다퉈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 ‘북중미 3국’에 집결 중이다. 현대자동차그룹과의 동반 진출 외에도 해외 신규 고객사 발굴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해외 진출이 사실상 어려운 규모의 2, 3차 협력사들의 경우 국내 일감이 오히려 줄어드는 ‘양극화’가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8일 자동차부품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이 미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한 후 1차 협력사들 위주로 현지 진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조지아주에만 한온시스템, 아진산업, 피에이치에이, 서연이화, 세원아메리카, 에코플라스틱, 서한오토 등이 신규 공장을 건설하거나 증설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멕시코를 택한 회사들도 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하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이 2020년 발효됨에 따라 멕시코 생산 전기차도 북미산과 동등한 IRA 혜택을 받을 수 있단 점을 겨냥한 것이다.
LS일렉트릭의 자동차부품 자회사 LS이모빌리티솔루션은 지난해 7월부터 멕시코 두랑고주에 공장을 짓기 시작해 올해 완공을 앞두고 있다. DH오토웨어에서는 지난달 멕시코 몬테레이 지역에 2026년까지 4년간 총 738억 원을 투자해 CCU(차량 유무선통신통합제어기) 등의 생산 공장을 짓겠다고 밝힌 바 있다. DH오토웨어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에 공급하기 위해 진출하는 것이지만 향후 다른 업체들을 상대로도 세일즈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영세한 2, 3차 협력업체들과는 거리가 먼 얘기다. 이들은 해외 진출은커녕 전기차부품 회사로의 전환 작업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활기를 보이는 북미 시장의 과실을 따먹는 것에서도 양극화가 발생하는 것이다. 더구나 자동차산업의 투자 무게중심이 지속적으로 해외를 향할 경우 고사하는 국내 부품업체가 늘어날 것이란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자동차부품 생산 기반이 대거 미국으로 넘어가면서 한국 산업의 고용창출력에 구멍이 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모든 부품사가 북미에 진출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경쟁력 없는 회사가 솎아지는 구조조정도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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