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을 끊겠다며 현대·기아자동차 1차 벤더(하청)를 압박해 돈을 뜯어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차 하청업체 대표에게 항소심 법원이 무죄를 뒤집고 실형을 선고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고법 제3형사부(재판장 김병식)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공갈) 혐의로 기소된 A씨(62)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충남 예산군 소재 자동차부품 제조업체를 운영한 A씨는 지난 2019년 1월 현기차 1차 하청 B사에게 ‘정산금을 정산하지 않으면 납품을 중단하겠다’는 등 압박해 합의서를 작성하게 하고 결국 24억2000만원을 갈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16년 B사와 납품 계약을 체결했던 A씨는 납품을 끊을 경우 재고를 두지 않는 원청 생산이 중단돼 B사가 하루 만에 많게는 수십억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범행을 계획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에 따르면 당시 A씨가 B사에 요구한 정산금은 명확한 정산 근거도 없이 부풀려진 금액이었다. 이에 B사는 A씨를 상대로 정상 납품을 위한 가처분을 제기하기도 했으나 실제 납품이 끊기자 소송을 취하하고 요구를 수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합의서에는 ‘향후 어떤 소송도 제기하지 않고 결품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다만 1심 재판부는 ‘파산 위기에 몰려 채권 등 정당한 권리를 행사한 것’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여 A씨에게 죄를 묻기 어렵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피해금액이 불합리하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정도나 범위를 넘는 해악을 고지해 합의서 및 각서를 작성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검찰은 일방적으로 유리한 합의서를 작성해 근거도 없는 금액을 편취한 점 등에서 유죄가 인정된다고 항소, 2심은 이를 받아들여 원심을 파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납품을 중단할 경우 B사가 막대한 배상 책임을 묻게 된다는 사실을 이용해 정당한 권리행사의 기회를 봉쇄했고 거액의 재산상 이익을 갈취했다”며 “이에 더해 합의서 과정을 외부로 유출할 경우 50억원의 손해배상액을 정하는 방법으로 완전 범죄를 기도하는 등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죄책 또한 무겁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대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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