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크레타는 인도에서 선호도가 높은 모델이다. 현대차가 인도 승용차 시장에서 2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것도 크레타의 선전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크레타는 인도 하이데라바드의 현대차 연구개발(R&D)센터에서 만들어 현지 전략 모델로 2015년 출시됐으며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인도에서 가장 잘 팔린 현대차그룹 차량이다. 올 상반기(1∼6월)에도 8만2566대가 팔려 인도 승용차 전체 5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부문 2위를 차지했다. 지난달 인도에서 누적 90만 대의 벽을 넘어 100만 대 판매를 바라보고 있다.
지난달 29일 인도 구르가온의 현대차 판매 대리점에서 크레타를 시승해봤다. 경험해보니 현지 맞춤형으로 개발된 각종 기능들이 눈에 띄었다. 차에 오르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공기청정기였다. 기어 레버 뒤쪽 공간에 네모난 공기청정기가 탑재돼 먼지 농도를 실시간으로 보여줬다. 쓰레기를 태워 난방을 해 공기 질이 급격하게 나빠지는 겨울철에 주로 사용하면 좋은 기능이다.
차량 높이도 현지 수요를 반영해 상대적으로 높게 설정했다. 인도는 곳곳에 비포장 도로가 많은 데다 배수시설이 충분하지 않아 여름 장마 때 도로에 물이 차오른다는 점을 고려한 설계다. 차량 하단부에 침수 피해가 발생하거나 돌부리에 손상되는 상황을 줄이려는 것이다. 소형 SUV인 크레타의 전고는 1635㎜로 같은 차급으로 국내서 판매 중인 현대차 코나(1585㎜), 기아 셀토스(1600㎜)보다 35∼50㎜ 더 높다.
인도의 더운 날씨를 고려한 기능도 있다. 기어 레버 옆 버튼을 누르면 통풍 시트에서 시원한 바람이 나온다. 또 조수석 앞에는 내부에서 에어컨 바람이 나와 음료수를 시원하게 저장할 수 있는 공간(쿨 박스)도 있다.
첨단 편의 기능들도 눈에 띈다. 차량 기어 앞쪽에는 휴대전화를 무선으로 충전할 수 있는 장치가 있다. 차량용 애플리케이션(앱)인 ‘안드로이드 오토’나 ‘애플 카플레이’도 연결 가능하다. 주행 모드는 에코, 스포츠 등이 있어 상황에 맞춰 이용하면 된다. 국내 판매 모델에는 대부분 기본 장착돼 있지만 아주 저렴하거나 구식 모델을 주력으로 판매하는 인도 현지 경쟁사들에는 이러한 기능이 아직 없는 경우도 있다. 크레타의 디자인에 대한 인도인의 선호도도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구르가온 현대차 판매 대리점의 하리시 가이 대표(69)는 “현대차에는 첨단 기술들이 빨리 적용되고 품질이 좋다는 인식이 대중들 사이에 퍼져 있다”고 말했다. 현지에서 만난 한국인 주재원도 “가끔 택시를 타면 저렴한 현지 모델의 경우엔 차문을 닫을 때 문짝이 너무 가벼워서 놀랄 때가 많다”며 “사고가 났을 때 괜찮을까 걱정이 많은데 크레타를 비롯한 현대차·기아 모델은 내구성에서 앞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요즘 국내서 판매되는 차량들 사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차선 유지 보조 기능’ ‘고속도로 주행 보조 기능’ 등은 크레타에 장착돼 있지 않다. 크레타의 가격은 인도 기준으로 트림에 따라 1700만∼3000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구르가온=한재희 기자 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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