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행사를 많이 다니면서 볼 건 다 봤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말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을 다시금 ‘원신 여름축제 2023’에서 느낄 수 있었다.
기자는 20일부터 23일까지, 약 4일간 진행된 ‘원신 여름축제 2023’을 힘겹게 개근하는데 성공했다. 매일매일이 새롭고 재미있었지만 가장 충격을 가져다준 날은 모두가 예상할 만한 날인 22일, 즉 여름축제의 3일차였다.
3일차의 오전은 꽤 평화로웠다. 지난 1~2일차처럼 외부에서는 미니게임과 입장을 위한 사람들이 가득했고, 내부에서는 인기 2차창작 부스에서 굿즈를 구매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입장하며 행사를 즐기고 있었다. 기자도 그 중 한명이었는데, 그러던 도중 드디어 모두가 예상한 그 사건이 시작됐다.
오후 2시 50분경, 급한 소방점검으로 인해 관중석에 있는 인원들에 대한 퇴장 안내가 시작됐다. 처음에는 간단한 점검인 줄 알아 가방을 두고 나왔는데, 1-3번 게이트 뒤쪽으로 소방차,경찰차 등이 우루루 들어오기 시작함과 동시에 부스어, 코스어, 스태프, 가드까지 모든 인원이 퇴장해야 된다는 안내가 나오며 행사장을 쫒겨나듯이 나가게 됐다.
주변 관람객들에게 상황을 물어보니 오후 1시경에 올라온 폭탄 테러 예고 트위터가 있었는데 이 때문인 것 같다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현장에 있었기에 “도대체 이게 뭔가”라는 생각이 절로 들 수밖에 없었다. 특히 기자의 경우 노트북이 들어가 있는 가방과 구매한 굿즈가 테러범에게 인질로 잡히게 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하필 이 시간쯤 비가 내리기 시작해 현장 분위기는 초상집이 되어버렸다. 심지어 C타임 예매자들은 대기만 하다가 해산하게 됐고, 실내에 주로 있던 부스어, 코스어들은 우산을 챙기지 못해 난감해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폭탄 관련 문제는 결국 아무런 사고없이 끝나게 됐으나, 입장 시간은 크게 밀려 오후 5시 10분쯤 입장할 수 있었다.
무사히 행사는 다시 시작됐으나, 폭탄 이슈로 인해 이번 원신 행사에서 가장 중요했던 토요일의 일정이 꼬여버리게 됐다. 그렇기에 걱정하는 마음으로 남은 시간을 보내고 코스프레 퍼레이드 감상을 위해 2층 좌석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작은 기적이 일어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놀랍게도 한국 호요버스의 황란 지사장이 무대에 올라 울먹이는 목소리로 “여행자분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려서 죄송하다. 아름다운 추억을 남길 여름축제에 좋지 못한 경험을 드린 것 같아서 너무나도 미안하고 죄송하다. 앞으로도 호요버스는 여행자분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하는 행사를 제공해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며 현장에 남은 이용자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건냈다.
이어진 퍼레이드에서도 코스어들이 좌석에 있는 관람객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거나 같이 사진을 찍는 등 정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망가질뻔 했던 3일차의 행사의 분위기를 다시금 뒤집는데 성공했다. 기자의 눈에 인상 깊었던 코스어는 나히다 코스프레를 한 댱이와 앞열에서 끝까지 파워풀한 모습을 보여준 타르탈리아 코스어였다.
특히 타르탈리아 코스어의 경우 정말 기자도 크게 응원했을 정도로 너무 멋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후 폰타인 관련 영상이 재생된 후 모든 코스어들이 중앙에 모여 포토타임을 가진 다음 3일차 행사가 종료됐다. 3일차 행사가 끝났을 때 많은 비가 내렸는데 끝났을 때 분위기가 너무 좋아 “4일차는 걱정 안해도 되겠네”라는 생각을 가지고 귀가했다.
좋아진 분위기 덕분일까? 아침부터 비가 내린 4일차에도 많은 사람들이 ‘원신 여름축제 2023’에 참가하기 위해 현장에 온 모습을 볼 수 있었다. 4일차의 경우는 비가오는 것 말고는 큰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원신’의 2023년 여름축제가 끝나게 됐다.
4일간 진행된 ‘원신 여름축제 2023’는 큰 소란이 있었지만, 어찌저찌 좋은 분위기로 잘 마무리됐다. 호요버스의 행사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만큼 아쉬운 점들이 매번 체감되나, 그 다음 행사에서 개선되는 모습이 느껴질 때 한편으로 뿌듯한 느낌도 드는데 이번 여름축제도 비슷했다.
여태까지 꽤 많은 행사를 다녔는데 ‘원신’ 관련 행사를 갈때마다 정말 신기한 경험들이 하나씩 늘어나게 된다. 둥둥섬을 시작으로 신촌 팝업스토어, 목동 피자알볼로에 이번 2023 여름축제까지 말이다. 특히 이번에는 테러범에게 가방이 인질로 잡혀 현장에 있는데 기사도 못 쓰고, 집도 못 가는 정말 웃픈 해프닝이 생기게 됐다.
4일동안 힘도 많이 들었고 정말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놀라운 일들이 있었지만 확실히 재미있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붕괴: 스타레일’ 카페와 ‘블루 아카이브’ 홍대를 못 갔다는거 정도였으니 말이다. 2024년 ‘원신’의 여름 행사에서는 또 어떤 특별한 경험이 생기게 될까? 기자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2024년을 기대하게 만든 ‘원신’의 2023년 여름축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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